2025 생일맞이 가고시마 여행 #3 - 카페 소모쿠토
키리시마 신궁(霧島神宮) 구경을 마치고 다시 로터리로 내려왔습니다. 구글 지도로 확인해 보면 이 부근에 식당들이 모여 있더란 말이죠. 키리시마 신궁 역(霧島神宮駅)으로 나가는 버스를 타려면 아직 시간이 좀 남았습니다. 이 시간을 활용해 점심을 먹는 것이 좋겠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니 소바 가게와 야키니꾸 가게가 보입니다. 간단하게 점심을 먹기엔 소바 가게가 좋아 보이네요. 야키니꾸는 점심으로 먹기엔 좀 부담스럽죠. 소바 가게라고 해서 소바, 그러니까 메밀국수만 파는 건 아닙니다. 일본에서 '소바가게'는 단순히 국수 가게라고 하기보다는 좀 더 폭넓은 메뉴를 취급하는 곳입니다. 심지어 저녁에는 요리와 함께 술을 마시기도 하는 곳이에요.
뭐 어쨌든, 소바를 먹을까? 하다가, 아까 짐을 맡겨둔 카페가 생각났습니다. 짐을 맡길 때 분명히 음식 메뉴들이 사진으로 붙어있었던 것 같았거든요. 밥을 먹고 나면 짐도 찾아야 하고, 저렴하게 짐을 맡아준 것도 고맙고 말이죠.
그래서 짐을 맡겨두었던 카페로 갔습니다. 간판에는 草木塔, コーヒー, 中南米雑貨 이렇게 적혀 있네요. 소모쿠토, 커피, 중남미잡화. 음... 그러면 남미풍의 음식을 하는 곳인가? 하고 입구 앞에 붙여둔 사진들을 보니 쌀국수나 카레 같은 동남아풍 음식들입니다. 가게 안을 보니 분위기가 아주 따뜻하고 개성 있는 분위이라서 매력적입니다. 그래서 도대체 뭘 먹게 될지 모르겠지만, 일단 들어가 봅니다.
짐을 찾으러 왔냐고 물어보길래 밥을 먹으러 왔다고 말하고는 자리에 앉았습니다. 메뉴를 받아서 하나씩 살펴보는데, 일단 제가 먹어본 음식은 없습니다. 모든 음식이 다 초면이에요. 그래서 가장 간단해 보이는 음식을 주문했습니다. 異国のチキンしぐれ煮ライスプレート . 이국풍의 닭고기 시구레니 라이스. 이름만 봐서는 도대체 무슨 요린지 모르겠지만 사진을 보면 일종의 덮밥인 걸 알 수 있었습니다.
나중에 알아보니 시구레니(しぐれ煮)란 간장과 생강 등을 이용해서 재료를 자작하게 조려낸 일본의 요리 이름이더라고요. 그러니 밥 위에 간장과 생강에 조려낸 닭고기를 올려 준 요리였던 거네요.
일본의 고대 신화와 연관이 있는 유명한 신사 앞에서 뜬금없는 동남아풍의 음식을 먹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만, 이런 것도 특별한 경험이겠죠.
솔직히 밥 위에 올린 그 '시구레니'는 좀 짠 편이라서 야채를 적절하게 섞어서 밸런스를 잘 맞춰 먹어야 했습니다. 특히 고수와 함께 먹으면 더 좋았고, 당근 라페랑 같이 먹는 것도 괜찮았습니다. 매콤한 소스를 더해서 먹어보기도 했는데, 굳이 그럴 필요는 없겠더라고요.
밥을 다 먹고서 버스 정류장에 나가보니, 제가 타려고 했던 키리시마 진구 액세스 버스보다 먼저 도착하는 버스가 한 대 있었습니다. 그걸 타고서 키리시마 진구 역으로 내려가기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