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생일맞이 가고시마 여행 #12 - 롯빠쿠테이
아무래도 가고시마라고 하면 쿠로부타, 그러니까 흑돼지가 떠오르죠. 저는 샤부샤부로 먹는 것을 좋아합니다만 돼지고기로 만드는 것 중 일본에서 유명한 것이 또 하나 있습니다. 바로 돈카츠입니다. 가고시마 여행의 계획하면서 식당들을 검색해 보면 알게 되시겠지만 가고시마에 가장 많은 식당이 바로 '쿠로부타 샤부샤부와 돈카츠'를 함께 취급하는 식당들입니다.
저는 일본에서 맛집을 검색할 때 구글맵의 평점은 별로 신뢰하지 않습니다. 그럼 어디서 검색을 해보느냐? 하면 타베로그에서 검색을 해보는 편입니다. 돈카츠가 먹고 싶다면 가고시마 시내에 있는 돈카츠 가게들을 평점 순으로 나열해 보는 식이죠.
※ 참고로 위의 링크를 PC에서 보면 '지도'로 검색할 수가 없습니다. 모바일에서 보면 지도로 위치까지 확인할 수 있어요.
그렇게 해서 찾아낸 돈카츠 맛집 중 하나입니다. 가고시마 추오역 근처의 롯빠쿠테이(かごしま黒豚六白亭). 이곳도 샤부샤부와 돈카츠를 모두 취급하는 곳입니다. 타베로그 평점이 3.52로 가고시마 시내의 돈카츠 가게 중 9위네요. 평점 3.5가 넘는 가게는 거의 확실하게 예약이 필수입니다. 식사시간이 되면 줄이 길게 늘어서는 집일 확률이 아주 높아요.
11시 즈음 점심을 먹으러 갔는데, 마침 운 좋게도 11시에 오픈이군요. 의도하지 않게 오픈런이 되었어요. 그래서 그랬는지, 아니면 혼자라서 한 자리가 남았던 건지 모르겠지만 대기하지 않고 바로 카운터석에 앉을 수 있었어요.
거봉 사와를 한 잔 주문하고, 쿠로부타 로스카츠 정식을 하나 주문했습니다. 이 가게의 특징은 기본 돈카츠의 양이 아주 많다는 점이네요. 기본이 180g이고 작은 것(120g)이나 큰 것(240g)으로도 주문이 가능하더라고요. 저는 180g이 어느 정도의 양인지 가늠하지 못하고 그냥 기본을 주문했는데, 이게 양이 엄청 많습니다. 저처럼 양이 적은 분들이라면 120g으로도 충분하실 거예요.
카운터석에 앉았더니 좋은 점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눈앞에서 제가 먹을 돈카츠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모두, 자세히 볼 수 있어요.
커다란 고깃덩이에서 고기를 잘라 무게를 재고, 연육기를 두드려 고기를 부드럽게 만듭니다. 튀김옷을 입히고 커다란 튀김통에 돈카츠를 풍덩~ 빠드리면서 타이머를 켜두고, 타이머가 다시 울릴 때 돈카츠를 뒤집어 줍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타이머가 울리면 돈카츠 완성~! 완성한 돈카츠는 양배추와 함께 저에게 서빙합니다.
그동안 가고시마에서 제가 가본 돈카츠 가게들 중 타베로그 평점이 가장 높은 곳입니다. 첫 입을 먹기 전부터 기대가 컸어요. 과연 어떤 맛일까. 큰 기대를 가지고 첫 입을 앙! 하고 먹었더니, 아, 뜨겁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방금 눈앞에서 봤잖아요. 펄펄 끓는 기름에서 꺼내는 걸.
당황한 기색을 감추고, 외부의 공기를 입으로 끌어들여 돈카츠를 좀 식힙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맛을 느껴봅니다. 엄청난 풍미가 몰려옵니다. 가고시마 쿠로부타의 고소한 맛. 바로 그 지방의 풍미가 폭발하며 넘칩니다. 가고시마 쿠로부타는 영국 버크셔 종을 개량한 가고시마 버크셔 계통의 흑돼지입니다. 그래서 버크셔 특유의 고소한 지방맛을 아주 잘 표현하는 돼지예요.
기름에서 갓 꺼낸 뜨거운 온도, 바삭하면서 착 달라붙은 튀김옷, 엄청난 지방의 풍미, 커다란 커팅의 조각. 이런 것들이 어우러져 첫인상이 아주 강렬한 돈카츠입니다. 이 첫 조각을 먹고서 '지금까지 먹었던 돈카츠 중에 최고'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계속 먹다 보니 인상이 점점 흐려집니다. 그 강렬한 인상은 금세 잊히고, 빵가루 조각이 커서 입 안을 긁어 상처를 내는 튀김옷, 계속해서 몰려오는 지방 풍미의 피곤함 같은 것들 때문에 먹기에 좀 피곤한 돈카츠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 먹고 나서 저의 평가는 '아, 이건 젊은이들을 위한 돈카츠'라는 생각입니다. 호방한 크기와 양, 강렬하게 몰아치는 맛. 이런 건 젊음의 맛이라는 느낌이에요. 저는 좀 더 먹기 편하고 부드러운 돈카츠를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 제 머릿속에 떠오른 가게가 있었어요. 그곳은 나중에 다시 소개하도록 할게요.
어쨌든, 롯빠쿠테이는 아주 맛있는 가게입니다. 특히 이 강렬함과 호방함은 아주 큰 특징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