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 속지마세요
자신감과 자만심, 열정과 교만의 선을 가뿐하게 넘는 창업자들이 종종 보인다. 안타깝게도, SNS에서 회자되는 소위 '성공한 스타트업'의 창업자들 중 그런 분들이 솔솔히 보인다. 본인 스스로는 자신감과 열정이라고 하겠지만, 타인이 보기에는 자만심과 교만으로 비칠 수 밖에 없는 그런 분들 말이다.
매우 잘 나가는 서비스였지만, 당시 내가 몸담은 회사에게 중장기적으로 전략적 가치를 부여하기에는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서 전략투자를 drop했던 회사가 있었다. 초기 미팅을 위해 회사를 방문했고, 창업자이자 CEO가 임원 한명과 함께 회의에 들어왔다. 그 임원에 대한 소개 조차 창업자가 한 덕에, 그 임원에 회의끝까지 '안녕하세요' 외에는 한마디도 하지 못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서비스나 기술에 대한 이야기가 듣고 싶었지만, 창업자는 본인의 성공스토리를 이야기하고 싶었나보다. 돈을 얼마나 잘 벌고 있는지, 본인이 낸 새로운 아이디어가 얼마나 뛰어난 것이었는지 등등. 고스란히 들어주었더니 신이 나서 결국 선을 넘었다.
"(동석한 임원을 가르치며) 이 친구, 얼마전에 들어왔는데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하나도 없어요. 직원들이 다 그래요. 아직까지도 내가 하나하나 다 해줘야된다니까요. 내가 없으면 회사가 돌아가질 않아요. 하하하"
새로 조인한 임원이자 창업자의 친구는 처음본 우리들 앞에서 겸연쩍은 표정만 지을 수 밖에. 그리고는 직원들 해외워크샵 보내줬다는 이야기 등등이 이어졌다. 그 창업자는 돈을 잘 버는 덕에 매우 훌륭한 스타트업 창업가로 SNS에서 추앙받고 있었고, 그 이후로도 그 추앙은 계속되었다. 한참이 지난 뒤 그 창업가는 조직과 사람 관리에 관해 세상에 가르침을 주는 글을 SNS에 올렸고 많은 사람들이 '돈도 잘벌고 역시 훌륭하십니다'라며 퍼날라대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 회사가 당장은 돈을 잘 벌지 모르겠지만, 성공적으로 지속가능하게 성장하는 기업이 되기는 힘들 것이다. 돈을 잘 번다고 무조건 지속가능하게 성장하는 기업이 되는 것이 아니다. 100미터 단거리를 잘 뛸지는 모르지만 마라톤을 완주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지금 그 회사가 어떤 모양이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사업은 긴 여정이다. 혼자 떠나기에는 너무 길고 험난하여, 개인기만 의지했다가는 결국 사업이 아닌 장사에 그치게 된다. 좋은 사람들과 긴 여정을 떠나기 위해서는 꿈틀꿈틀 시도때도 없이 돋아나는 자만감과 교만은 고이 접어 날려보내고, 자신감과 열정 그리고 신뢰와 존중으로 무장해야 한다.
다음에는 자만감과 교만 없이 자신감과 열정으로 회사를 일궈낸 사례를 써봐야겠다. 이 글을 쓰는 동안, 그런 분들의 얼굴이 스쳐지나가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