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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산적 한량 Sep 18. 2022

비현실적인 코로나를 깨고 현실을 실감하기 위한 - 퇴사

포르투갈로 갑니다.

이륙한지 5시간이 지났다. 잠도 자고 기내식도 먹고 영화도 한 편 봤다.

여전히 여행을 시작했다는 ‘실감’이 나지 않는다.

리스본에 도착해 풍경을 마주하면 그제야 비로소 실감이 날까? 코로나가 시작되고 익숙한 세상이 종종 비현실적이게 느껴질 때가 있다. 단체로 회사에 코로나가 전염됐을 때 어색했던 듬성듬성 비어있는 사무실 자리, 일주일 전 확진되어 격리로 인해 참석할 수 없던 친동생의 결혼식,계속되는 무기력감이 번아웃인지 코로나 휴유증인지 판단이 되지 않던 완치 후. 내가 다니던 회사는 광고 대행사기에 광고주 상황에 따라 나의 업무가 좌지우지 된다. 광고주의 상황이 어수선해 일년간 업무가 안정화되지 않은 것은 코로나 때문일까, 나의 문제일까. 2020~2022년은 어느 것 하나 확신을 갖고 판단을 내리기 어려운 ‘이상하고 애매한 코로나 시기’였다.

얼마  있었던 태풍 힌나노에도 꿋꿋하게 비바람을 뚫고 출근을 하던 전형적인 K직장인이던 . K직장인의 하루 일과는 대부분 회사에서 이루어진다.  대부분의 일과가 불안정하게 이루어지다보니 야금야금 스트레스가 축적되고 있었다. 사적인 생활이 잠잠하다 느껴질 때면 적극적으로 여행을 떠나거나 좋아하는 취미를 하는 것으로 삶의 활기를 되찾아왔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 이러한 욕구는 사라졌다. 어떤 것도 선택하기 어려웠고, 의욕 없이 시간을 무료함으로 때우는 것이 습관이 되어버렸다.

다양한 색감으로 색칠해오며 열심히 가꿔온 삶이 점점 회색빛이 되고 있었다. 그것을 깨달았지만 나는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예전엔 어떤 음악을 좋아했더라, 예전엔 여행을 가면 어떤 걸 했더라, 예전의 취향마저 가물가물 희미해지고 있었다.

어느 , 문득 생각이  sky scanner 어플을 들어가 유럽 비행기 표를 조회해봤다. 생각보다 저렴한 금액에 나도 모르게 예매와 결제를 완료했다. 충분한 고민은 없었고 흐르는듯 너무 자연스럽게 과정들이 이루어졌다. 유럽을 가고 싶은지도 사실 모르겠었다. 하지만 이번엔 그냥 질러버리는 쪽으로 선택을 해버렸다.  이제 무얼 해야할까. 유럽을 가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나는 회사를 다니고 있으므로 시간을 벌기 위해서는 퇴사를 선택해야 한다.

별 문제 없이 퇴사를 하고 어느새 유럽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이 여행이 ‘실감’이 나지 않는다. 그렇게 좋아하던 여행을 떠나고 있는 중에도 아무런 설렘을 느끼지 못하는 내가 속상하다. 이번 여행을 통해 나는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혹은 아무것도 얻을 수 없으려나. 아무것도 얻는게 없는 것 또한 배움이라 여기던 지금보다 젊은 날의 사고를 나는 여전히 갖고 있을까. 그동안 코로나 때문인지 나 자신의 변화 때문인지 나를 너무 오랫동안 들여다보지 못했다. 이번 여행에서는 좀더 들여다보겠다고 다짐했다. 마지막 해외여행을 다녀왔던 2년 전에 비해 난 어떤게 달려졌을까. 나는 어떤 것에 행복을 느끼고, 나는 앞으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고 싶을까.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이 생각들의 답을 써내려 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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