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물고기는 고마웠어 Nov 03. 2018

[공사 시작 18일째] 가게 이름은 뭘로 할까요 (1)

- 11년차 회사원의 술가게 창업기 (18. 11. 3.)

이름 짓기. 창업 관련 전문가들은 상호를 빨리 지을수록 좋다고 한다. 가게의 전체적인 컨셉, 분위기와 직결되기 때문에 인테리어를 시작하기 전에는 정하는 것이 좋다고. 태희 언니와 나도 설계를 시작하기 한참 전부터 이름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은하야, 나 몇 개 생각해봤어. 고래, 활주로, 노을... 어때?”


이름을 정하는 길이 평탄하지는 않겠다는 점을 예감했다.

혼자 개업하는 것이라면 맘에 드는 이름을 고르면 그만일 것이다. 그런데 같이 하는 가게이다보니 둘 다 맘에 들어야 하고, 그 와중에 상대방이 제안하는 이름을 거절해야 하니 문제이다. 옳고 그른 것이 아니라 취향과 취향의 차이일 뿐. 이름 제안의 거절이 상대방 취향에 대한 거부로 비춰지지 않아야 하니 민감한 문제다.


“언니, 고래, 활주로, 노을 모두 쫌, 아니 많이 옛스런데.... 음, 에이허브나 오포르토, 아님 패러데이 어때?”

에이허브는 ‘백경’의 선장 이름이고, 오포르토는 태희 언니가 좋아하는 달콤한 디저트 와인의 최대 산지 이름. 패러데이는 가난한 대장장이 아들로 태어나 교육도 못받고도 위대한 과학자가 된 패러데이의 이름을 딴 것이다. 대장장이의 성공한 아들 이름이라니, 금속가공상이 줄지어있는 을지로 4가에 어울리는 이름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태희 언니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나보다


“외국어를 좋아한다면야 기꺼이 받아주지. 영어 이름보다는, 루촐레, 델피노, 킨토 어때?”

“이게 어느 나라 말인데?”

“루촐레는 이태리어로 반딧불, 델피노는 이태리어로 돌고래. 킨토는 스페인어로 5라는 의미. 우리가 5번지 5층이자나.”

한국보다 미국에서 오래 살아서, (나보다 구성진 한국어 욕을 제외하고는) 영어가 더 편하다고 주장하는 태희 언니는, 미국에서 중고등학교때 배운 외국어의 잔흔을 끌어와서 다양한 이름을 제안한다.


“언니, 루촐레는 루꼴라 같아서 좀 그런데. 킨토는 복사집 킨코* 같아.”

한국어 구사자의 관점에서의 반박.


결국 내가 제안한 오포르토와 태희 언니가 제안한 델피노를 후보로 하여 검토를 시작했다. 검토라 해봐야 구글 검색해서 근처에 같은 이름 주점 없는지 살피고, 같은 이름으로 등록된 상표 없는지 특허청 사이트에서 찾아보고, 느낌이 어떤지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는 정도.


“언니, 등록된 상표를 찾아 봤는데, 오포르토는 상표가 이미 등록 되어 있어. 호주 회사가 식음료 접객 쪽으로 상표를 등록해놨네... 오포르트는 못쓰겠어. 델피노는 대* 그룹에서 리조트 관련해서 쓰고 있긴 한데,등록은 안되어 있고 주점쪽으로 쓰지는 않는 듯. 그러니까 델피노는 일단 오케이.”


“근데 은하야, 델피노는 내 아이디어긴 한데, 맘에 쏙 들지는 않아... 좀 더 생각해보자.”

“좋아요, 델피노도 좋긴 한데, 좀 더 매력적인 이름이면 좋겠어.”


이자들이 과연 이름을 언제쯤 지을 것인지, 혹시 '무제'라고 가는 것은 아닌지 궁금해 하는 설계 이대표님과 인테리어 최실장님에게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문자를 보내며, 이름짓기 회의는 차회로 연장되었다.


[태희&은하와 같은 자영업 예비 창업자를 위한 팁(tip) 공유]

- 가게 이름을 정하면, 같은 이름으로 이미 등록된 상표가 있는지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

- 특히 가게를 잘 운영하여 2,3호점을 꿈꾸는 경우 이미 등록된 상표가 있으면 이름을 바꾸어야 할 수도 있다.

- 등록 상표 확인은 특허청에서 제공하는 사이트 (http://kdtj.kipris.or.kr/kdtj/searchLogina.do?method=loginTM)에서 할 수 있다.

- 동일한 상표가 발견되어도 놀라지 말고, 자신이 영업하고자 하는 서비스 또는 자신이 판매하고자 하는 물품과 같은 서비스/상품류에 대해 그 상표가 등록 되어 있는 것인지 살펴보자.

예를 들어 제43류는 음식료품 제공 서비스업에 관한 것. 델피노는 제43류에 등록되어 있지 않지만, 오포르토는 제43류에 등록이 되어 있었다. 이 경우 델피노는 태희 언니와 내가 등록하여 사용하는데 문제 없지만, 오포르토는 등록할 수도 없고 사용하는 경우 상표권자가 문제 삼으면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이와 같은 상품/서비스의 분류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분류표가 있는데, 이곳을 참조: http://www.kipo.go.kr/kpo/user.tdf;jsessionid=9863ca6b30d5dbc53b4c31ca4f91a1fdf42087a12975.www?a=user.ip_info.codeDevide.BoardNice&c=1001&version=11&catmenu=m06_07_03_02

- 대박나면 옆집에서 따라할 수도 있다. 특히 2, 3호점까지 꿈꾸는 경우라면 미리 미리 가게이름에 대한 권리를 확보해 놓는 것이 좋다.  


[공사 진행 현황 -- 바 부분을 만들기 시작했다. 아직 출장지에 있는 은하에게 이대표님이 보내준 사진]

[데크는 이제 깨끗하게 정리 되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공사 시작 16일째] 임대차 계약과 광장시장 담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