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물고기는 고마웠어 Nov 02. 2018

[공사 시작 16일째] 임대차 계약과 광장시장 담판

- 11년차 회사원의 술가게 창업기 (18. 11. 1.)

자영업장의 최대 골치거리 임대차. 궁중족발 사건 등 구체적인 사례를 들지 않아도, 이제 막 가게를 여는 자영업자에게 가장 무서운 사람은 집주인이고 제일 무거운 짐은 월세인 듯 하다.
 
우리가 술가게를 열려고 하는 장소는, 태희 언니가 원래는 살림집으로 점찍어 임대를 해 둔 곳. 사통팔달의 교통편과 북한산이 한눈에 안기는 전망에 반해서, 처음 둘러보고 삼분만에 계약을 체결했다는 태희 언니 무용담(?)이 허풍처럼 들리지 않는 곳이다.
 
왜 술가게로 바꾸게 되었는지는 다음에 이야기 할 기회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데, 우선 당장은 살림집으로 임대한 계약서를 술가게용으로 전환하는게 최대 문제.
 
몇 주 전 :
“언니, 우리 공사하기 전에 계약서 다시 써야겠지?”
“그래야지. 내가 내일 집주인 아줌마랑 담판을 지어볼께. 아줌마가 막걸리 좋아하시니까 광장시장 부침개 집에서 한잔 하면서 잘 이야기 할께.”
그날 저녁 태희 언니는 잘 이야기 되고 있다는 승리의 브이와, 2차 간다는 윙크하는 이모티콘을 보냈다…
 
그런데 다음날 :
“은하야... 어떻하지...”
“왜?”
“어... 어제 이차가다가 계약서를 잃어버렸어...”
“...언니...”
 
계약서 변경 일차 시도 실패.
 
이차 시도는 공사 시작 이후인 오늘. 주인 아주머니와의 구두 약속을 믿고 공사를 이미 시작한 이후이다. 세상에 공사 시작하고 계약서 쓰는 바보가 어딨냐 싶지만, 회사원이 업무하랴 출장다니랴 그 와중에 가게를 열어보려니 엉망진창 뒤죽박죽이다.
 
“은하야, 아줌마가 계약서는 다시 써줄껀 확실한데, 옥탑 앞의 옥상 부분도 포함시켜줄진 모르겠어. 이 부분 없으면 안되겠지?”
“언니, 내 생각엔, 상임법 보호를 전부 받으려면 계약 대상 부분으로 확실히 되어 있어야 할 것 같아... 안그러면 갱신 때 문제 생길 수도 있지 않을까?”
“그렇겠지. 오케이. 내가 아줌마 확실히 한번 설득해볼께.”
“언니 진짜 미안. 나도 같이 가면 좋은데, 하필이면 출장이 그때 잡혀서…”
“괜찮아. 문제 없을 테니 나를 믿어”
 
호기로운 태희 언니의 장담에 대한 기대감과, 이번 약속은 오전 11시여서 지난번 같은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안도감으로 기차에 몸을 싣고 출장을 떠났다.

“계약 변경 성공 V.” 대전에서 뽀롱 떠오른 문자.
아, 우리도 이제 상가임대차보호법의 적용을 받는 가게를 가지게 되었구나… 테이블 맞은 편에서 말도 안되는 억지를 부리는 바이어분도 조금 괜찮아 보이는 순간이었다.
 
[태희&은하와 같은 자영업 예비 창업자를 위한 팁(tip) 공유]
- 상가임대차보호법이 개정되고 올해 10월 16일에 새로 실시되었다. 그 이후에 체결되거나 최초로 갱신되는 임대차는 전체 10년의 범위 내에서 갱신요구권을 가진다.
-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기간은 3개월에서 6개월로 연장되었는데, 올해 10월 16일 이전에 체결되고 존속중인 임대차에 대해서도 적용된다.
- 상가임대차보호법은 사업자등록이 되는 건물의 임대차, 또는 임대목적물의 주된 부분을 영업용으로 사용하는 임대차에 적용된다(즉, 가게 옆에 조그만 방을 두어 거주한다고 해도, 상임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다).
- 법인을 세워 사업자등록을 하는 경우, 가게의 임대차는 법인명으로 되어야 사업자등록이 된다. 법인 대표명으로 한 임대차로는 사업자등록 안되니 유의! (나와 태희 언니는 법인을 세우기로 했고, 태희 언니가 법인 대표이지만 원래 임대차 계약서가 태희 언니 개인으로 되어 있었기 때문에 두 번의 시도 끝에 법인 명으로 계약서를 다시 쓴 것.)
 
[아직 출장지여서 현장 사진이 없으므로, 오늘은 가게의 전망 사진 한 컷]

매거진의 이전글 [공사 시작 14일째] CCTV와 을지면옥 회동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