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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고기는 고마웠어 Oct 31. 2018

[공사 시작 14일째] CCTV와 을지면옥 회동

- 11년차 회사원의 술가게 창업기 (18. 10. 30.)

오늘은 CCTV 업체와의 약속이 있는 날이다. 그동안 전화로만 이야기 나눈 목소리 매끈하신 SK 클*** 회사의 박 매니저님과 처음 만나는 날. 맘씨 좋은 이모님 인상의 인테리어 담당 최실장님이 CCTV 위치를 잡아두어야 배선 정리할 때 한번에 깔끔하게 할 수 있다고 때맞추어 환기를 해주셨다. 정신 없는 두 초보 사장에게 고마운 분이다. 오늘은 점심시간을 틈 타 현장에서 CCTV의 위치를 정하기 위한 미팅을 한다. 


"나는 11:50 출발. 언니는?" 

"응, 나도 그때 출발할께. 우리 마치고 을지면옥 가서 냉면 먹을까?"


황학동에서는 콩국수를, 을지로에서는 을지면옥을... 바쁜 일정속에서도 항상 메뉴를 동시에 생각해내는 진정 멀티태스커 태희 언니. 직장에서도 이런 모습을 보이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좀 더 많이 들지만(언니 미안), 이 언니와 함께라면 가게는 어쨌든 밥은(면은) 잘 먹겠다는 생각에 든든하다. 


조그만 옥탑방과 옥상을 이리 저리 쪼개어 창의적으로 만드는 가게다보니, 벽도 많고 장애물도 많아서 CCTV 위치 잡는 것이 쉽지 않다. CCTV의 시야각은 약 100도 남짓. 그리고 CCTV 바로 아래는 사각지대. 여러 지형지물과 위 두 가지 기술적 제한사항을 고려하여 각자 생각하기에 중요한 순서대로 카메라 위치를 배열해본다. 


"우선 화장실 앞은 사각 없이 잘 보여야겠지?" 

"응 그래야겠지. 그리고 카운터도 잘 보여야 할 것 같구."

"접객 영역이 백프로 CCTV에 잡히지는 않겠는데 어쩌지?"

"그러게... 백종원씨 책을 보니까 사각 없이 CCTV 설치해야, 고객 컴플레인 대응에 좋다고 하긴 하던데..."

"그리고 술 냉장고와 음식 냉장고도 카메라로 볼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ㅎㅎㅎㅎㅎ 은하야, 너한텐 카운터보다 냉장고가 중요하지?" 


장사의 신 백종원씨의 조언에도 불구하고, 일단 접객 영역은 약 70-80 퍼센트 정도만 커버하는 것으로 하고, 총 6개의 CCTV 카메라를 설치하기고 했다. 카메라 1대당 월 사용료가 만원 조금 넘으니, 6개만 하더라도 월 7만원. 적지 않은 돈이지만 안전과 서비스를 위해 필수적인 투자이니 할 수 없지. 


이제는 패턴이 되어가는 듯한, 짧은 회의와 긴 회식(?). 잘 부탁드린다는 인사와 함께 박 매니저님과 헤어진 뒤 을지면옥으로 자리를 옮겼다. 물냉면 두 그릇에 참이슬 한병. 평양냉면의 시작은 국물 한입 소주 한잔으로 시작해야 한다는 철학이 통하는 태희 언니와 나는, 눈 깜짝할 새에 서빙된 냉면그릇을 두 손으로 들어 시원하게 육수를 들이킨 뒤 소주잔을 부딪히며, 우리 가게의 순산 기원과, 무사한 오후 업무 진행을 기원한다. 


[자영업 예비 창업자를 위한 팁(tip) 공유]

- CCTV는 꼭 인터넷과 같은 업체를 사용할 필요는 없다

- 그래도 CCTV와 인터넷을 같은 사업자로 하고 싶으면, 지역에 따라서 제한된 업체만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가 있으니 먼저 사용 가능한 인터넷 서비스 업체를 알아보자

- CCTV는 영상제어녹화기를 사용하는 방식(즉 매장에 녹화기를 설치하는 방식)과 인터넷 기반 클라우드 방식(매장에 녹화기를 설치하지 않는 방식)이 있다. 필자는 클라우드 방식을 선택했는데, 후기는 나중에 

- CCTV의 시야각은 100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리고 CCTV 바로 아래는 사각이다. 매장에 CCTV 카메라를 배치할 때 고려하자

- CCTV 업체에 연락하면 현장으로 나와 CCTV 배치에 조언을 해준다. 그리고 결정된 CCTV 갯수에 맞추어 견적을 보내준다. 배치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도움을 청하자!


[도면에 표시된 CCTV 위치. 파란색 점이 CCTV 카메라가 들어올 곳이다.]


[공사 진행 현황 -- 데크는 거의 완성되었고, 이제 미장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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