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가 고도화된다는 것의 의미
행위자들의 자아가 고도화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각 개인들이 의미를 다루는데 익숙해진다는 의미다.
이 경향성은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나뉘는데 하나는 의미를 부여하는 것에 대한 경향이고 나머지 하나는 의미를 탐색하는 것에 대한 경향이다.
그러니깐 21세기 이아무개는 19세기 김아무개에 비해 사물과 사건에 의미를 보다 자주 부여하는 경향이 있고 나아가 새로운 의미를 찾고자 노력하는 특성이 있다는 의미이다.
실제 이 경향성이 사회에 만연하게 될 때 변하는 것은 무엇일까?
사람들이 개성에 기반 해 각자 고유한 삶을 구축해간다는 의미일까?
1.1 사고와 행위의 연결성
인간 행동과 관련한 초기연구들은 자극->사고->판단·결정->행동의 선형적인 단계를 가정했다. 그러나 최근 행동경제학 뿐만 아니라 뇌과학, 인지과학 등 인간 행동과 관련한 여러 연구들이 기존가정과는 다른 배경에서 인간행위가 결정된다는 사실을 증명해내고 있다.
자아의 고도화가 다양한 행동옵션 창출의 결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사고->판단->행동의 선형적 단계가 가정되어야 한다. 즉 개인이 의미를 다양하게 부여하고 고도화 시킬 때 그 결과가 다양한 행동옵션이 창출하게 되는 순환구조가 성립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고->판단·결정->행동이 아니라 사고는 사고대로 행동은 행동대로 각각 다른 층위에 독립적으로 존재한다면 어떨까?
아무리 복잡한 사고를 한다고 하더라도 행동은 그것과 별도로 전혀 다른 작동기반위에서 결정될 것이다. 실제 해당개인이 자신의 사고과정 결과로 행동을 결정했다고 아무리 강력하게 믿는다 하더라도 사정은 다르지 않을 것이다.
1.2 사고와 행위의 불일치
이탈리아 신경학자 아다지오의 연구를 보면 사고와 행위의 불일치에 대한 여러 단서를 확인할 수 있다. 실험에 참여한 95%의 피실험자들은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사건과 행동에 대해서 매우 구체적인 동기를 설명해냈다. 심지어 거짓말탐지과정에서 해당진술은 모두 진실로 판명됐다.
이 실험이 의미하는 바는 뭘까. 뇌의 사후합리화경향이다. 실제로 사고->행동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경우에도 사후적으로 행동에 앞서 존재했을 것으로 ‘착각’하는 사고를 채워넣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사고가 당연히 행동의 원인과 배경이 됐을 것이라 굳게 믿는다는 것이다. 거짓말탐지기의 ‘진실’이 의미하는 바는 바로 이것이다. 정말로 그렇게 믿는다는 것이다.
이는 인간의 허위성이라기보다는 뇌가 가진 기본적 특성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뇌는 ‘논리적인 공백’을 처리할 대상으로 인식한다. 뇌는 기본적으로 정리되지 않은 정보를 논리적으로 정리해두고자 하는데 그 이유는 정리된 정보가 뇌 에너지를 덜 쓰기 때문이다. 바로 이것이 뇌가 가진 기본적인 에너지효율관리 시스템이고 이 시스템은 뇌가 생존에 보다 유리한 상태로 조정된 결과이다.
1.3 행동을 예측하기 위한 도구 – 근본욕구
그렇다면 동기를 알면 행동을 예측할 수 있을까.
일단 진짜 동기와 가짜 동기를 구분해야할 것이다.
자기서술로 파악한 동기는 가짜동기일 확률이 크다. ‘나는 이런 사람이야’ 혹은 ‘이러 저러 해서 이랬어’와 같은 자기서술에 의한 동기 말이다. 실제로 뇌과학적 가정에 의하면 대부분의 인간은 자신의 행위동기를 정확히 몰라야 정상이다. (물론 예외도 있다)
진짜 동기는 그렇다면 무엇인가. 행동의 결과들이 보여주는 패턴으로 유추된 동기이다. 실제 이러한 동기는 동기라고 부르기보다는 근본욕구라 부르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인간의 뇌는 학습된 조건과 패턴에 따라 생존에 필요하다 느끼는 근본욕구가 다르다.
근본욕구는 유전적 성향이나 사회적 환경처럼 반복적인 자극에 뇌가 적응해가는 과정에서 생성된다. 근본욕구는 능동적인 욕구이기보다는 자기보호장치의 형성과정에서 학습되는 수동적인 형태의 욕구이다. 수동적인 욕구라는 의미는 외부자극 자체가 결과를 대부분 결정한다는 의미이다. 즉 원하게 ‘되는’ 것이다.
1.4 근본욕구형성의 대표적 사례 - 애착
애착형성과 같은 생애사적 과정을 통해서 근본욕구의 속성을 살펴보고자 한다.
영유아기에 부모와 애착형성을 못한 개인에게는 어떤 근본욕구가 존재할 가능성이 높을까.
일단 애착관계가 애초에 필요해진 배경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애착은 뇌의 보호본능의 결과다. 인간은 태어나고 10년 이상은 타인의 보호 없이 생존할 수 없는 상태로 존재한다. 때문에 생존에 위험한 상태란 대체로 타인이 부재한 상태다. 타인이 존재하더라도 나를 도울 준비가 안되어 있다면?
나를 균질한 방식으로 대하지 않는다면? 종종 때리거나 괴롭히기도 한다면?
당연히 위험으로 인지해야할 것이다.
바로 이 같은 생존을 위협하는 요소들을 무의식적인 직관으로 바로 인지할 수 있기 위한 안전장치가 ‘애착’이다. 애착을 위협하는 모든 조건은 자동반사적으로 아이에게 불안과 공포를 유발하여 대비할 것으로 요청한다.
그래서 애착형성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은 개인에게는 어떤 근본욕구가 남게 될까.
이 경우 애착불안을 해소시켜줄 조건들이 바로 근본욕구가 될 것이다.
통제강박,예측가능성확보,관계적일관성추구,신뢰,정보욕구,무조건적지지,피하식별,논리적경향은 바로 바로 이 근본욕구의 추구과정에서 파생된 후행적 결과이다.
물론 애착불안이 지나치게 강해지면 삶을 포기하기 때문에 위에 언급한 경향성을 발견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언급한 특성은 애착불안을 가진 사람들이 삶에 적응해보려고 분투할 때 몸에 남는 상흔에 가깝다. (당연히 이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해서 애착불안이다 식의 역논리는 성립하지 않는다)
이 상흔을 욕구의 속성으로 번역한다면 학습욕구나 완벽주의, 관계중시, 평판관리 등의 중립적인 추구로 나타날 지도 모른다.
2.1 행위예측의 문제
멀리 돌아왔다. 결국 행위예측을 어떻게 하면 보다 정확하게 할 수 있을지를 알기 위해 긴 가정을 더듬어보았다.
정리하자면 인간의 행동은 사고가 완결된 이후에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사고와 별도로 작동한다는 것. 그리고 대부분 행위의 결정은 의식이 아닌 뇌의 무의식적 조건에 의해 이루어진다. 뇌의 무의식적 조건은 유전적 성향이나 사회적 환경처럼 반복적인 자극에 뇌가 적응해가는 과정에서 생성된다는 것이다.
평시의 뇌는 이 무의식적 근본욕구들로 조직된 자동주행모드로 운용된다. 자동주행모드는 장기적인 자극에 대한 반응결과로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당장 바뀌거나 고칠 수 없다. 즉 고정적이고 근본적이다.
그렇다면 개인의 자동주행모드의 작동원리를 아는 것으로 행위예측이 가능하지 않을까?
이 글의 핵심은 바로 이것이다.
동기를 해석하여 행동을 예측하는 것과 자동주행모드의 매뉴얼을 통해 행동을 예측하는 것은 ‘느슨한 개연성’과 ‘느슨한 필연성’의 차이이다.
다음편에 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