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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urekim Oct 07. 2020

성장의 구할은 수면

나는 한 인간이 성장한다는 아이디어 자체에 크게 동의하지 않지만 협소한 의미에서의 성장만을  놓고 본다면 성장은 대부분 수면상태에서 이루어진다. 특히 인지적 측면에서의 성장은 수면상태 없이 불가능하다. 과학적으로 검증된 것이라기 보다는 내가 가진 몇가지 명제와 내 경험칙의 결과로 세운 가설 수준의 이야기이다.

뇌가 가진 몇가지 습성부터 보자.

 첫째로 뇌는 늘 무질서에서 질서의 방향으로만 움직인다. 뇌는 자발적으로 무질서를 유발하거나 질서에서 무질서의 상태로 역행하지 않는다. 그러니깐 뇌는 마치 10도 가량 기울어진 샤워실처럼 물을 흘려보내는 고유의 기울기가 있다. 뇌는 모든 정보를 질서의 영역으로 두려고 노력한다. 무질서에서 패턴을 찾고 공식화하고 언어화하려는 노력은 이 뇌의 본래적 속성에서 기인한다고 본다. 뇌는 무질서를 불편해한다. 

두번째는 뇌는 익숙한 것에 자극을 덜 느낀다. 즉 무엇이든 적응한다. 적응은 대체로 생존에 도움을 주는 것이긴 하지만 종종 잊지말아야할 것을 잊게 하고 우선적으로 처리해야할 것을 우선순위에서 제외시킨다. 즉 익숙하게 느껴지는 정보는 제2처리시설로 분류된다.

세번째로 하루치 쓸수 있는 에너지가 한정적이다. 아이슈타인도 뇌의 10프로도 사용하지 않고 죽었다, 뭐 이런말 하던데 글쎄. 난 뇌에 하루치 체력이 있다고 보고 그 체력을 지나치게 덜쓰거나 오바해서 쓰면 뇌에 몸살이 생긴다고 본다. 또 어제치 초과노동을 수면으로 보상해주지 않으면 뇌에 탈이 난다. 우울증이나 조현병, 불안 등이 나는 기본적으로 뇌체력과 사용된 뇌에너지의 낙차에서 온다고 믿는다.

여튼 뇌의 기본 습성은 위 세가지인데 성장이랑 이게 뭔상관이냐 싶을수 있다.

뇌는 낮에 의식이 풀기위해 노력했던 문제들을 우리가 잘때 질서의 영역으로 분리시켜 처리한다. 마치 컨베이어 벨트 같은건데 밤의 뇌는 낮의 문제들을 자동기계처럼 분류하고 처리하고 가공한다. 다만 처리할 원재료가 주어져야 밤의 뇌가 일한다. 그런데 원재료의 양과 질은 낮의 밀도에서 오기때문에 밤의 성장은 낮을 열심히 살아낸 사람들에게만 주어지는 일종의 경험치 2배 이벤트 같은 것이다.

그런데 하나 알아야할 것은 앞서 말한 원재료를 생산하는데도 약간의 방식이 있다는 것이다. 뇌는 모든 정보를 처리하진 않는다. 낮의 의식이 '중요'하다고 느낀, 즉 고자극의 각인이 주어진 정보들을 우선적으로 처리한다. 원재료의 양과 질이 낮의 밀도에서 온다고 말한 것도 이때문이다. 낮을 어영부영 보내면 밤의 뇌는 일하지 않는다.

앞서 말했듯 뇌는 익숙한 것에서 자극을 덜 느끼기 때문에 고자극의 인지가 있어야 뇌는 그 정보를 우선적으로 처리한다. 기존에 익숙한 패턴과는 다르게 느끼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실리콘벨리의 어떤 유능한 사람들은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때는 환경과 조건에 변화를 준다고 하는데 뇌의 습성을 고려하면 매우 적절한 방법이다. 예컨대 중요한 일을 처리할때는 산책을 하거나 목욕을 하거나 아니면 회의실에 들어가 혼자 고민하거나 거울을 보고 혼잣말을 하거나 등등 관성적인 형태의 사고와는 구분되는 과정을 하는 것이 좋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나는 풀리는 않은 문제를 놓고 1인 2역으로 토론을 하곤 한다. 주로 샤워를 하면서 30분 정도 되는 시간동안 토론을 하는데, 하고나도 별다른 소득은 없다. 하지만 나는 밤의 뇌가 그 문제를 정확히 인지한 후 가장 명석한 방식으로 해결해줄것을 믿는다. 대체로 그 믿음은 현실이 된다. 물론 이경우는 내 경우이고 사람마다 익숙한 인지패턴이 다르고 관성적 조건이 다르기때문에 각자에 맞는 방식들이 있을 것이다.

나는 깊은 수면상태가 고도의 명상상태와 같다고 본다. 때문에 낮의 의식보다 밤의 무의식이 지적인 문제를 해결하는데 훨씬 명석할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가진 인지적 잠재력이 가장 극대화되는 상태가 깊은 수면상태다. 때문에 낮에 부지런히 저녁의 뇌가 처리할 재료들을 준비해줘야한다. 일종의 전처리 단계랄까, 그런것이다. 낮의 뇌는 본격적 공정의 초기과정을 담당할 뿐 실제 일을 하는 것은 늘 밤의 뇌다. 결론은 낮에 열심히 살고 밤에 잠 잘자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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