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어거스트 Jan 29. 2024

나는 흑화 하기로 했다

7 rules of power

 

 정신적 육체적으로 피곤한 한 주를 보냈다. 월화수목 4일 동안 2가지 워크숍에 종일 참석하고, 그 가운데 수요일에는 비즈니스 본부 임원회의가 있었다. 나를 포함한 3명의 사업부 대표들이 2024년도 중점 사안에 대해 발표하고 다른 임원들 (Finance 파이낸스, R&D 연구개발, 인사, 물류, 5개의 리전 region 대표들 - 유럽, 중국, 북미 등등)의 질의응답을 받았다.


 발 렸 다. 12명의 동료이자 잠정적 경쟁자들 앞에서.

 이럴 때도 있고 저럴 때도 있지 하면서 퉁치려고 했지만 마음이 편치 않았다.  


 피곤에 절은 데에 감기까지 겹쳐 끙끙거리던 와중에 오랜만에 예전 보스 JK님과 연락이 닿았다.

 늦은 새해 인사를 전하고, 회사 생활이 아주 고되다고, 아직도 배울게 많다고 징징거리는 나에게 그분이 하신 말씀.


 "배우긴 뭘 배워. 그만 배우고 힘을 휘두르세요. 건방을 되찾으라고. 특히나 당신처럼 서양, 유럽애들 틈바구니에 끼어 사는 사람은 그게 더 요하지."

 그러면서 책 제목 하나를 툭 던져주셨다. 7 Rules of Power (7가지 권력의 법칙).

 "나름대로 스탠퍼드 교수가 쓴 거니까 한번 읽어봐. 목차만 봐도 무슨 말인지 당신은 금방 알 거야."




 통화를 마치자마자 주문해서 토요일인 어제 받아 읽기 시작했다.


 

 서문과 첫 번째 챕터까지만 읽었지만 이미 가슴에 뜨거운 무엇인가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챕터 1. Get Out of Your Own Way  

 직역하면 '당신의 방식에서 벗어나라'겠지만 나에게는 '성공으로 가는 길에서 스스로 걸림돌이 되지 말라'라고 읽힌다.


 매우 충격적이고 언짢은 두 가지 내용을 소개한다.


 p.33. '백인 남성은 중역으로 승진할 가능성이 백인 여성보다 42% 높다.... 중략... 아시안 남성보다는 149% 높고 아시안 여성보다는 260% 더 높다.'  

OMG (Oh My God). 우리 비즈니스 본부 경영진만 봐도 알 수 있다. 거의 다 백인 남자 (유럽인), 두 명의 유럽 여성, 그리고 나 (유일한 아시안 여성).


 p. 40. 사람들이 타인을 평가하는 두 가지 기본적인 양상은 '따뜻함 warmth'과 '능력 competence'이다. 이 둘은 일반적으로 역의 관계를 가진다. (negatively related)

OMG 2. 우리 회사에서 나에게 붙어온 꼬리표는 주로 '상대를 배려하는', '협력하기 좋은' 등등 따뜻함과 연관된 것들이었다. 따뜻해 보일수록 능력은 떨어져 보인다고 한다. 주로 아시아인들이 일의 성과를 드러내기보다는 '관계 지향적'으로 행동하기 때문에 글로벌 기업에서 최고위층으로 올라가지 못한단다.

 그래. 그래서 내가 만만하니? (앗! 급발진..)

 



 


 올해 사회생활 24년 차다.

 사람이 생긴 대로 살아야지, 출세에 눈이 멀어서 안 하던 짓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자문하는 나에게, 저자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서문에 이렇게 적어놓았다.


 - 저자의 제자 Nigeria의 이메일 중에서 - (p.7)

 (힘과 권력을 차지하고나서) 저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났고, 내가 원하는 일을 하고, 다른 사람들을 도우면서 전 세계에 선한 영향력을 펼치고 있습니다.



 오늘의 결론.

 힘을 갖자. 만만해 보이지 말자. 착한 사람 그만. 아시안 여성의 스테레오타입 그만.

 내 사업부 직원들에게 튼튼한 우산이 되어 주기 위해서라도 나는 흑화 할 것이다. (매우 비장)

 

 


(대문 이미지: 이보람 작가님의 퀴퀴한 일기 웹툰 #528화. 하찮은 스릴 중에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