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레강스백 Mar 25. 2022

산후조리원 안가고 산후도우미 안오고

그래도 몸조리 잘 했어요



산후 조리원에 가지 않았다. 산후 도우미도 오지 않았다. 그래도 세상 편하게 산욕기를 버티고 있다. (몸이 삐그덕 거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듯)


대신 집안일 봐줄 사람이 필요했다. 당분간 집에만 있을텐데 집이 엉망이면 스트레스 받을 것 같아서였다. 첫째때 산후우울증이라고 딱 진단받은 것은 아니었지만 몸보다 마음이 너무 괴롭고 힘들고 슬펐기에, 그런 상황만은 피하고 싶었다. 



출산하고 성치 않은 몸으로 신생아를 돌보는 것은 분명 힘든일이다. 특히 아이가 잠을 안자고 산통으로 새벽내내 울면 배로 힘들다. 아기의 기질을 내가 어떻게 할 수는 없으니 다른 방식으로 출산을 대비하기로 했다.


"신생아 키우는 것 이외에 다른 스트레스는 미리 차단할 것!"


돈걱정, 시댁갈등, 무심한 남편, 첫째아이 케어, 달라진 몸,,, 일상의 스트레스를 모두 없애기는 힘들겠지만 최대한 예측하고 대비해려고 노력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첫째는 순했던 것 같다. 잠도 잘자고 수유텀도 정확하고 산통도 크게 없었다. 토를 안해서 새벽수유하고 트림도 안시키고 바로 눕혀 재워도 별 탈이 없었다. 그래도 힘들었다. 아기가 순했어도 내 마음이 괴로우니 작고 연약한 아기 탓을 했다.


둘째는 다르다. 내려 눕히지를 못한다. 산통이 심해 새벽 내내 울어 제낀다. 글쓰고 있는 지금도 아기는 내 배 위에 있다. 고만 아프길 ㅠㅠ 첫째 때 보다 더 힘든 상황이지만 마음은 편안하다. 아기케어를 제외하고 스트레스 받을 만한 상황을 미리 차단했기 때문이다.





산후 조리원도 좋고, 산후 도우미도 좋다. 몸조리 잘 하고 얼른 회복해서 육아를 하는 것도 현명하다. 다만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원하는 것이 몸회복 딱 하나라면 조리원, 도우미가 더 나은 선택일 것이다. 


내가 원하는 것은

 1. 남편이 알아주는 것과

 2. 첫째 등원, 집안일 해결이었다. 


둘 다 조리원, 도우미가 해줄 수 없는 것들이었다. 요즘에는 산후도우미가 집안일을 해주기도 한다지만 모르는 사람과 하루종일 함께 하는게 여러모로 불편했다. 그래서 출산이 한참 남은 5~6개월 즈음부터 가사일 도와줄 사람을 찾았다. (1. 남편이 알아주는 것은 다음 포스팅에^^)


고맙게도 같은 라인 친하게 지내는 친구가 도와주겠다고 했다. 한시간 정도 간단한 집안일이지만 10분이라도 초과되면 두시간 시급으로 계산하기로 했다. 아무리 친한 사이여도 돈이 개입되면 불편해 질 수 있기에 최대한 정확하게 주고 싶었다. 그리고 한달이 다 되어간다. 


친구에게 카톡이 왔다. 초과된 시간은 내가 부탁한 일을 해서 시간초과된게 아니니 한시간 시급만 받겠다고 했다. 창틀같은거 닦을 필요 없다고 했는데 바닥청소하고 남은 청소포로 창틀, 베란다바닥까지 닦아놓고 갔다. 남편이 달라짐을 알 정도였다. 그런 건 그냥 하고 싶어서 한거니 시간에 넣지 말아달라는 거다. 내가 시간체크 하는 것을 본 모양이다. 한시간에서 10분이 초과되어 두시간으로 계산한 날이었다.


돈을 덜 받겠다는 친구와 돈을 주려는 나, 이래서 친한사이에 돈관계 하지 마라고 하는건가ㅋ


 일반적으로 말하는 그 돈관계가 아니긴 하지만 서로 불편해질까 더이상 실랑이는 않았다. 초과시간은 1.5시간으로 계산하기로 했다. 그리고 시급과 상관없이 친구가 갖고싶어 했던 주방용품세트를 깜짝선물로 준비했다. 


안방에서 쉬고 나오면 반짝반짝해진 거실에 기분이 좋아졌다. 집안일만 도움받은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첫째 하원까지 해주었다. 친구는 아이가 셋인데 우리아이까지 놀이터에서 놀리고 올라오는건 너무 미안해서 돌봄으로 전환했다. 게다가 저녁반찬까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것들을 이미 너무 많이 받았다. 덕분에 몸조리가 수월했다. 


가까운 곳에 이런 친구가 사는 나는 엄청난 행운아~






작가의 이전글 아이의 나쁜 습관이 흐뭇한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