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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강스백 Mar 20. 2022

아이의 나쁜 습관이 흐뭇한 이유

나 안닮았거덩



시리얼에 먹을 우유가 딱 떨어져서 남편이 사러 나갔다왔다. 우유만 사올 것이지 내 카드 가져가서 아이스크림과 조리퐁도 사왔다. 길고 긴 주말을 버티려면 달콤한 간식도 필요하기에.


그런데 아이는 아이스크림을 보더니 자기가 좋아하는 거 안사왔다고 드러누워버렸다. 시리얼도 안먹고 내가 달래줬는데 들은 척도 안했다. 보다못한 남편이 한소리 했다.


"메로나 좋아하는 줄 알고 사왔어. 아이스크림 안사려다 사왔구만. 사람 성의 그렇게 무시하는거 아니야."


아이는 묵묵부답.


"참나. 애가 누굴닮아. 당신이 하는 행동이랑 100% 일치하거든? 어쩜 저리 똑같을까."


"내가 그랬다고?"

.

.

.


남편과 많이 싸우던 시절이 있었다. 밥을 차려 놓으면 밥맛이 이상하네, 싫어하는 반찬이네 트집을 잡았다. 먹기 싫으면 안먹으면 되지 좋아하는 거 안해줬다고 입이 댓발은 튀어나와서 사람 환장하게 했다. 나는 나대로 화가 나서 어떤 날은 아예 밥을 안해놓기도 했고, 그래도 챙겨보겠다고 어디 경기도 임금님이 드시던 쌀을 사보기도 했다. 쌀농사 하는 집에서 쌀을 사다니.


얼마전 남편의 생일날, 신생아를 케어하며, 아랫집 친구의 도움을 받으며 갈비찜을 만들었다. 몇시간 걸려 고생고생 해서 만들었는데 남편


"갈비는 소갈비지. 나 돼지갈비 안먹어."


"혀씹어서 못먹겠어."


분노가 스물스물 올라와 한바탕 해 말어 하다가 생일이라 참았다. 그래놓고 아들이 똑같이 행동하니 당황하시기는.



아이는 남편과 식성이 비슷하다. 하다못해 계란후라이도 내가 만든 것보다 남편이 한것을 더 잘 먹는다. 아이의 다른 행동은 좋은 습관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데, 이번 경우는 남편에게 패스하고 냅둬보려 한다. 자기하고 똑같은 자식 보면서 반성 많이 하시길. 


"나중에 꼭 너 같은 딸 낳아봐라."


엄마가 힘들면 내뱉은 말이었다. 기억은 잘 안나지만 나는 엄마의 속을 긁는 짓을 꽤 많이 한 못된 딸이었다. 


"흥!!! 나같은 딸 낳기 싫어서 아들 둘 낳았지롱~"






 

편스토랑에서 어남선생이 명란계란말이를 했다. 남편은 명란 안먹어봤다고 먹어보고 싶다고 했다.  마침 집에 저염명란도 있겠다 따라 만들어 보았다. 남편은 한 입 맛보더니 여지없었다.


"내 입맛 아니야."


으이그 진짜...성격을 어찌 바꾸겠어. 입맛 똑같은 사람끼리 편먹고 둘이 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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