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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강스백 Jun 17. 2022

죽을 것 같은데 살 것 같다


운동을 시작했다. 그것도 아기 맡기고 나가서 하는 줌바댄스다. 홈트는 아무리 해도 꾸준히가 잘 되지 않았다. 앞동 사는 이웃은 유튜브 따라하며 집에서 15kg를 뺐다고 하는데 나는 도무지 집에서는 뭘 따라해도 흥이 나지 않았다. 



아기는 내가 뭘 하려고만 하면 따라 하려 해서 닌텐도 복싱도 하기 어려웠다. 기기를 뺏어서 자기도 복싱 한다고 tv 보며 튕기는데, 우연히 complete가 나오기도 했다. 돌 지난 아기가 하는 닌텐도라.... 정서에도 안좋아 보인다. 


그렇다고 아기 낮잠자는 시간에 한다고라..... 아기는 잠을 잘 안자는 편이다. 낮잠 두번 자는데 그것마저 하나로 줄어드는 기미가 보인다. 코딱지만큼 잔다. 총 낮잠 시간이 1시간 반이나 되려나.... 그 시간 동안에 내 글 쓰고, 돈버는 글 쓰고, 책도 읽고, 블로그도 하고, 운동까지?


나에게 다 중요한 일들이라 조급증이 생겼다. 그렇다고 밤 시간으로 미루니 나도 피곤하고 다음날 일상에도 지장이 생겼다. 잠순이라 잠이 많은 편이다.


머리를 열심히 굴렸다. 나에게 필요한 시간은 3시간 정도다. 그정도면 운동도 하고, 내 글을 쓰고, 돈도 벌 수 있겠다. 하지만 겨우 돌 지난 아기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싶지는 않다. 딱 3시간이면 되는데 방법이 없을까?





아이돌봄서비스를 알아 보았다. 돌봄 선생님이 집으로 오셔서 시간으로 아기를 케어한다. 그런데 돈이 문제였다. 한 시간에 11,000원, 최소 두 시간 이상, 그러니까 내가 원하는 3시간 서비스를 받으려면 3만원 이상이 돌봄 비용으로 들어갔다. 돈을 그만큼 벌지 못하는데 그렇게까지 하는 건 무리였다. 절망하고 속상하고 화까지 나려는 찰라,



두드려라, 열릴 것이다



아참, 나는 프리랜서지. 판매 사업자도 있지. 아기 낮잠처럼 코딱지만큼 벌고는 있지만 어쨌든 맞벌이 아닌가. 다시 알아보니 정부지원을 조금 받을 수 있었다. 하루 3시간 반. 딱 내가 원하는 시간이었다. 


두시간은 너무 짧다. 돌봄 가능 시간이 최소 두시간이라지만 돌봄선생님이나 나에게 서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고 가는데 걸리는 시간만도 30분이 걸리는데 겨우 1시간 맡기려고 돌봄 선생님을 부르겠는가. 그렇다고 4시간은 너무 길다. 아기가 그립고 보고 싶어진다. 내가 지원자격이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종일로 신청 안하고 시간으로 신청한 것도 그 이유다.


시간을 돈 주고 샀다



3시간 반 아이 돌봄을 맡기고 내가 얻는 것은 돈으로 하면 0원이다. 어쩌면 마이너스일 수도 있다. 


정부지원을 받기는 하지만 돈이 들기 때문이다. 돌봄 서비스 비용과 글 쓰는 카페 비용, 그리고 줌바댄스 학원비까지. 돌봄 서비스 비용은 매일 시간으로 결제된다. 커피 값도 매일 들어간다. 학원비 제외하고 계산해보니 하루에 2만원 정도를 쓴다. 한달로 따지면 50만원 정도이다. 학원비까지 60만원. 아기 맡기고 나온 시간에 60만원 이상을 벌어야 하는 것이다. 


살짜쿵 부담은 되었지만 내가 원했던 일이기에 남편에게 돈 달라고 하지 않았다. 원고를 좀 더 여유있게 잡아서 열심히 해보자. 돈 벌 다른 루트도 여러가지로 생각해 보자. 


그러면서 또 반성이 되었다. 무심코 커피숍 가서 마신 커피 한 잔. 커피야 요즘에는 2천원 짜리도 있어서  이정도 쯤이지만 그 시간에 뭘 했나. 시간을 돈 주고 사보니 아까운 건 커피 한잔 값이 아니라 허무하게 가 버린 시간이었다. 





돈 내고 사 먹고 

돈 내고 살 빼고

뭔짓거리


몸에 대한 반성도 있었다. 몸이 자꾸 아팠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먹었다. 점점 다른 탄수화물까지 즐기고 있었다. 면, 빵은 원래 좋아했다 쳐도 밥이나 떡 종류는 좋아하지 않았는데, 그것들까지 다 맛있는 것이다. 먹고나면 잠깐 기분이 좋아지고, 금방 우울해 졌다. 



다시 찾은 줌바. 오래 했던 언니도 그대로 계시고 자극 제대로 받았다. 오랜만에 하니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얼굴도 터질 것 같았다. 한 곡 끝날 때마다 물마시고 쉬기 바빴다. 


아~ 죽을 것 같아.

그런데 살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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