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노력해서 버는데?
돈 쓸 일이 많아지면, 곤궁해지면 혹은 저번달 쓴 카드값이 오버되어 결제 날이 가까워지면 미쳐버릴 것 같다. 그럴 때마다 내 마음을 알고 있다는 듯 인스타, 유튜브에서 "쉽게 돈 버는 법"이 눈에 들어온다. 온라인 마케팅으로 돈을 벌고 있고, 실상을 어느 정도 알고 있지만 그래도 흔들린다.
나는 네이버잖아, 수익은 티스토리가 괜찮다던데?
요즘에는 인스타로도 돈 번다는데?
가만히 앉아서, 자고 있는데도 돈이 들어온다고 하니 아주 매력적이다. 수익 파이프라인, 디지털노마드, 파이어족도 이젠 막 생소한 단어가 아니다. 50만 원짜리 강의도 들어보고, 30만 원에 가까운 전자책도 읽어 봤지만 나는 아직도 돈 쉽게 버는 법을 모르겠다.
월 천이 그렇게 쉽나? 나의 아버지는 억대 연봉, 그러니까 월급으로 따지면 1000만 원 정도를 정년 할 때까지 받았다. 그때 나는 무지했으니까 세전, 세후까지는 모르겠지만, 통장에 1024만 원이 찍힌 걸 본 적이 있으니 월천이 맞겠지. 그런데 아무것도 안 했는데 하루에 수십만 원이 들어온다고? 아무리 세상이 변했다지만 나는 잘 모르겠다. 공부 잘해서 돈 잘 버는 시대가 아니라면 굳이 의사, 판검사, 변호사, 선생님, 공무원 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만으로도 과거 나이로도 40을 넘기는 아줌마가 "그때 공부 열심히 할걸."이딴 후회를 하는 것은 아니다.
"노력"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다. sns로 억대 연봉을 이야기하는 분들, 본인 강의를 광고하는 분들은 자면서도 돈을 번다고 한다. 조금만 세팅해 놓으면 노력을 하지 않고도 된다고 한다. 아니, 어쩌면 쉽게 돈 벌고 싶은 욕심에 스스로 노력이라는 단어를 외면해 버리는 것일 수도 있다.
나는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다. 자면서도 돈을 버는 수익금은 하루 몇백 원 될까 말까? ㅎㅎㅎ 그 외에는 내가 원고를 쓴 만큼 돈을 받으니 디지털 노마드 뭐 그쪽 개념은 아니다. 다른 걸 떠나서 재택근무라 집구석에서 돈 버는 거는 맞다. 출근 안 해도 되고 화장 안 해도 되니 좋다. 아이들 아프면 눈치 보고 연차 내고 마음 졸이지 않아도 되는 게 가장 좋다.
하지만 시간을 유연하게 쓸 수 있다는 장점은 곧 단점이 되기도 했다. 아이가 아파도 마감은 지켜 줘야 하니 밤을 새우기도 한다. 아이가 입원이라도 하면 노트북을 들고 입원실에 들어가지만 일할 시간은 없다. 나도 피곤에 절어 잠들어 버려 마감을 놓쳐버린 적도 많았다.
그래도 아무것도 아닌 아줌마에게 일을 주는 것에 감사한 마음으로 일해왔는데 점점 욕심이 생겼다. 돈을 좀 더 벌어보고 싶은 것이다. 밤샐 각오를 하고 무리하게 원고를 잡았다. 일주일에 2~3번은 밤을 새웠다. 한두 번은 버텨졌는데 계속 잠을 못 자니 미치기 직전이었다. 젊은 시절이라면 시험기간 내내 쪽잠을 자고 파이팅 했겠지만, 애 둘 있는 아줌마가 꾸준히 밤을 새운다는 것은 참 힘든 일이었다. 두어 달 그렇게 밤을 새보니 이건 사람이 할 짓이 아닌 것 같았다.
아우 씨ㅇ!!!!! 안 할란다!도저히 못하겠다.
돈 벌어서 병원에다 쓰겠네. 안 해! 못해!
이러면서 꾸역꾸역 마감을 채워 나갔다. 더 이상은 못하겠다는 마음을 딱 먹은 순간 회사에서 다른 업무 제안을 받았다. 성실하게 원고를 채워 나가고 성장해 나가니 회사에서도 알아주었나 보다. 일하기가 더 쉬워졌다. 아직도 디지털노마드 뭐 자고 일어나면 돈 들어오는 구조는 아니지만 훨씬 편하게 돈을 벌 수 있게 되었다.
다이어트도 그랬던 것 같다. 굶거나 약을 먹지 않고 3달 동안 14kg을 건강하게 뺐다. 둘째 아이가 돌 지날 즈음 아이 봐줄 돌봄 선생님께서 집으로 오셨다. 그 시간에 운동을 시작하면서 다이어트 결심을 했다. 식단이 80% 라지만 운동 없이는 지켜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에 운동과 함께 식단을 시작했다.
갑자기 운동을 시작해서 활동량이 늘어났는데 식단까지 줄여 버리니 힘이 들었다. 그래도 하루에 200~300g씩 빠지는 재미로 버틸 수 있었다. 그런데 한참 잘 빠지던 체중이 더 이상 줄지 않았다. 정체기가 온 것이다. 운동량을 더 늘리고 한 끼만 먹을 정도로 신경을 썼는데도 체중은 줄지 않았다. 이때도 너무 고통스러웠다.
아우~ 씨삐리리~ 왜 이렇게 안 빠지는 거야?
이제 그만할란다.
살 빼려다가 정신병 걸리겠네.
그냥 먹어야지.
한 2주 정체기로 힘들어하다 더 이상은 못하겠다 싶은 날, 다시 체중이 줄기 시작했다.
이때 알았다. 슬렁슬렁하는 것은 노력이 아니라는 것을. 무언가에 도전했으면 고통스러울 정도로 해보는 것이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힘들고 질려서 더는 못한다고 악을 쓰면서도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것.
생각한 대로, 마음먹은 대로, 꿈만 꾸면 이루어진다고 한다. 가장 쉬운 것만 열심히 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본다. 적어도 블로그에서 돈 벌려면 글을 써야 한다. 네이버 스토어를 운영해도 후킹 문구를 쓸 줄 알아야 한다. 읽는 사람의 마음도 생각해야 한다. 요즘에는 뭐 챗 gpt가 글 다 써주는 거 올리기만 하면 돈 번다고 하는데?ㅎㅎㅎ
나의 불안과 욕심을 자극하는 곳은 어디에나 있었다. 과정이나 노력은 축소하고, "결과"만을 보여 주며 나를 유혹하는 사람들. 말기 암 환자에게는 완치라는 결과물을 흔들며 불안을 건드렸고, 작가 지망생에게 무조건 출간, 베스트셀러를 강조하며 욕심을 자극했다.
누군가 내 눈을 가리는 것인지, 내가 스스로 눈을 감는 것인지 잘 판단해야 할 것이다. "노력하기 싫은 마음"을 자극해서 돈을 버는 사람들은 세상에 생각보다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