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이밍은 상황의 특정 측면을 선택하고 강조함으로써 문제를 제시하는 방식입니다. 이는 문제를 어떻게 인식하고, 어떤 사실을 중요한 것으로 받아들일지를 결정하는 데 강력한 영향을 미칩니다. 프레이밍 방식에 따라 같은 내용이라도 대중이나 정책 결정자의 반응이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프레이밍의 예: 영국 투표 연령 인하에 대한 인식 변화
2015년, Ipsos MORI는 영국에서 투표 연령을 낮추는 것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질문을 프레이밍하는 방식에 따라 반응이 달라지는 결과를 보였습니다. 설문에서 투표 연령을 "18세에서 16세로 낮추는 것"이라는 표현에는 37%가 찬성하고 56%가 반대했지만, "16세와 17세에게 투표할 권리를 주는 것"이라는 표현으로 질문했을 때는 52%가 찬성하고 41%가 반대했습니다. 첫 번째 질문은 자유화와 위험 요소를 강조하고, 두 번째 질문은 권리 부여를 강조하여 사람들의 반응을 바꾼 것입니다.
손실 회피와 정책 결정
같은 정책이라도 이익을 강조하는 프레임과 손실을 강조하는 프레임으로 표현될 때, 사람들의 반응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돈을 잃었을 때의 실망이 같은 금액을 얻었을 때의 기쁨보다 강하게 작용하는 ‘손실 회피’ 경향이 있습니다. 이를 정책에 적용해보면, 손실에 직면할 때 사람들은 더 큰 위험을 감수하려는 경향을 보이게 됩니다.
한 실험에서 벨기에, 캐나다, 이스라엘의 국회의원 154명을 대상으로 동일한 질병 확산 문제를 두 가지 프레임으로 제시했습니다. 하나는 이익 프레임으로 몇 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지를 강조했고, 다른 하나는 손실 프레임으로 몇 명이 사망할 것인지를 강조했습니다. 그 결과, 손실 프레임으로 제시했을 때는 80%가 위험을 감수하는 방식을 선택했으며, 이익 프레임에서는 42%만이 위험 감수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이와 유사한 결과는 월드뱅크 및 영국 국제개발부 직원, 그리고 이탈리아 공공 부문 직원들에 대한 연구에서도 나타났습니다.
메타포를 통한 프레이밍: 범죄 문제의 사례
프레이밍은 단순히 특정 측면을 강조하는 것에서 나아가, 문제를 하나의 일관된 패턴으로 묶어내는 역할도 합니다. 예를 들어, 범죄를 "도시에 먹이를 주는 야수"로 묘사한 경우와 "도시를 감염시키는 바이러스"로 묘사한 경우, 사람들이 제시하는 해결 방안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범죄를 야수로 표현했을 때는 74%가 강력한 법 집행을 선호했지만, 바이러스로 표현했을 때는 44%가 사회 개혁과 예방 조치를 선호했습니다.
프레이밍이 주는 문제점과 정책 갈등
프레이밍은 직관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동시에 무의식적으로 문제를 판단하게 만들어, 사람들 간에 근본적인 합의에 어려움을 줍니다. 특정 프레임이 자리 잡으면 그에 대한 강한 신념이 형성되어, 반대 프레임을 가진 사람들과의 대화나 타협이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정책 논의에서 강한 갈등이나 교착 상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프레이밍은 정책을 설계하거나 실행할 때 그 영향력을 고려해야 하는 중요한 요소로,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 방안을 도출하는 데 강력한 영향을 미칩니다.
손실 회피와 정책 수용성: 영국 자영업자 국민 보험료 인상 사례
2017년 3월, 영국 재무장관은 자영업자의 국민 보험료를 소폭 인상하여, 고용된 근로자가 납부하는 보험료와의 격차를 줄이는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이 인상 조치는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켰고, 결국 철회되었습니다. 이러한 반발의 배경에는 프레이밍 효과와 손실 회피(loss aversion)가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전년도에 자영업자들은 추가적인 연금 혜택을 받았고, 2017년 후반에는 자영업자의 고용 상태를 개선하기 위한 정부 보고서가 발표될 예정이었습니다. 만약 국민 보험료 인상이 연금 혜택이나 고용 상태 개선 패키지와 함께 발표되었다면, 국민들은 이번 정책을 더 긍정적으로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나 2017년 3월의 인상안은 단독으로 세금 인상이라는 ‘손실’로만 인식되어 부정적인 반응을 불러온 것입니다. 이 사례는 정책을 시행할 때 손실 회피의 심리를 고려해, 정책을 어떻게 프레이밍하느냐에 따라 대중의 수용성이 크게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