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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phael Nov 17. 2024

현장 실험을 통한 차별 연구

이론, 실증, 그리고 개선 방안

차별은 전 세계적으로 소수자 집단이 겪는 대표적인 사회적 문제입니다. 흑인, 여성, 무슬림, 이민자 등 다양한 소수 집단은 고용, 교육, 정치, 그리고 법 집행 등의 영역에서 다수 집단과 동등한 기회를 누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차별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행동 과학과 경제학에서는 지난 수십 년간 현장 실험(field experiments)을 통해 강력한 증거를 제시해왔습니다. 이 글은 차별의 형태, 그 결과, 그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을 현장 실험 결과와 함께 살펴봅니다.

차별의 두 가지 경제적 이론

1. 기호 기반 차별(Taste-Based Discrimination): 게리 베커(Gary Becker, 1957)가 제시한 이 모델은 특정 집단에 대한 고용주의 개인적 편견에 기반한 차별을 설명합니다. 고용주가 소수 집단에 대해 비호감을 가지고 있다면, 이들을 고용하지 않거나 낮은 임금을 제공하며, 결과적으로 동일한 생산성을 가진 다수 집단과 소수 집단 간 임금 격차가 발생합니다. 이론적으로는 시장에서 완전 경쟁이 이루어진다면, 비효율적인 차별적 고용주는 도태될 것입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차별은 지속적으로 관찰되고 있습니다.

 

2. 통계적 차별(Statistical Discrimination): 피터스(Phelps, 1972)와 애로우(Arrow, 1973)가 제안한 이 모델은 고용주가 불완전한 정보를 기반으로 집단 평균에 의존해 판단을 내리는 과정을 설명합니다. 예를 들어, 고용주가 소수 집단의 평균 생산성이 낮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면, 개별 지원자의 실제 생산성을 정확히 알기 어렵더라도 다수 집단을 선호할 수 있습니다. 통계적 차별은 "합리적"으로 보일 수 있으나, 이러한 과정 자체가 소수 집단에 대한 부정적인 고정관념을 강화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윤리적으로 논란이 될 소지가 있습니다.

 

심리학적 관점에서 본 차별의 뿌리

심리학은 차별의 기저에 있는 인지적, 사회적 과정을 이해하는 데 큰 기여를 해왔습니다.

1. 사회적 정체성과 내집단 선호: 타지펠(Tajfel, 1970)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단기적이고 임의적으로 나뉜 그룹에서도 내집단(in-group)을 선호하고 외집단(out-group)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러한 경향은 협력의 이점을 얻으려는 진화적 심리와 관련이 있습니다.

 

2. 암묵적 편향(Implicit Bias): 근대 심리학은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특정 집단에 대해 부정적 태도를 가질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예를 들어, 흑인의 얼굴을 보는 것이 감정 및 공포와 관련된 뇌 부위를 활성화시키는 반면, 의식적으로 흑인을 인식하는 과정에서는 조절 및 통제와 관련된 뇌 활동이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암묵적 편향은 모호한 상황이나 시간 압박, 높은 인지 부하 상황에서 더욱 두드러집니다.

 

현장 실험을 통해 본 차별의 존재

현장 실험은 차별의 실질적 영향을 확인하는 강력한 도구로, 대표적인 방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1. 감사 연구(Audit Studies): 관찰 가능한 특성이 동일한 소수 집단과 다수 집단의 지원자를 실제 상황(예: 구직, 물품 구매)에 배치해 차별적 대우를 분석합니다.

 

2. 서신 연구(Correspondence Studies): 허구의 지원자 정보를 사용해 소수 및 다수 집단 간 차별을 분석합니다. 예를 들어, 같은 자격을 가진 지원자의 이름만 다르게 작성한 이력서를 고용주에게 보내 응답률을 비교합니다.

 

차별의 사회적 비용

차별은 단순히 소수 집단에 불리한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에도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합니다.

 

1. 자기 충족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ies): 차별은 소수 집단의 기회와 성취를 제한해 기존의 고정관념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여성은 수학에 약하다"는 편견은 재능 있는 여성들이 수학에 도전하는 것을 꺼리게 만들어 결국 실제로 여성의 수학 성과를 낮출 수 있습니다.

 

2. 조직의 다양성 감소: 차별로 인해 조직 내 다양성이 감소하면 창의성과 문제 해결 능력이 저하되고, 결과적으로 사회적 비용이 증가할 수 있습니다.

 

차별 극복을 위한 전략

차별을 줄이고 공정성을 증진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1. 역할 모델의 중요성: 성공적인 소수 집단 구성원은 다른 사람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고정관념에 도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2. 접촉 이론(Contact Theory): 소수 집단과 다수 집단 간의 접촉은 편견을 줄이고 차별을 완화할 수 있습니다. 특히, 협력적이고 평등한 환경에서의 접촉이 효과적입니다.

 

3. 사회적 및 기술적 디바이어싱(Debiasing): 심리학은 편향을 완화하기 위한 인지적, 기술적 접근 방식을 탐구해 왔습니다. 이러한 전략은 실험실에서 효과를 입증했으며, 현장에서도 더욱 광범위하게 적용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와 같이 현장 실험은 차별이 여전히 전 세계적으로 광범위하게 존재함을 강력히 입증했습니다. 그러나 차별의 뿌리와 결과를 더 깊이 이해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경제학과 심리학의 협력적 연구가 필요합니다. 차별을 줄이기 위한 정책과 실험적 접근은 사회적 공정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증진할 수 있는 중요한 열쇠를 제공합니다.

 

Source: Handbook of Economic Field Experiments – Chapter 8. Field Experiments on Discrimination by Bertrand Marrianne and Duflo E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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