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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곤지둑 Sep 07. 2020

나는 너를 이해하지 않기로 했어

ESTJ와 INFJ의 연애는 도대체 어떤 모습이길래


왜 나를 그렇게 바꾸려고 해? 있는 그대로 사랑하면 안 돼?


내가 어제 들은 말이 왜 여기 있지?라고 느낀 사람도 있을 거고, 서로 이해하는 게 사랑 아니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ESTJ인 여자친구는 현실적으로 세상을 이해하고 결과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INFJ인 나는 직관적으로 세상을 받아들이고 관계 중심의 결정을 한다.
누가 약속에 지각했으면 여자친구는 ‘버스가 너무 막혀서 20분 늦을 수밖에 없었어.’ 같은 합당한 설명이 필요한데 나는 ‘미안해, 오래 기다렸지?’ 같은 감정적 사과를 더 원하는 것이다. 우리가 매일 하는 이야기들이 결과로 나왔기에 둘 다 타로를 본 마냥 놀랐고 MBTI 관계상 서로가 상극이란 것에 빵 터졌다.


어쩐지 많이 다투었던 게 다 이유가 있던 거구나 인정하며 좋게 생각하면 우린 너무 달라서 서로에게 그토록 끌렸던 것이다.


카카오의 10주년을 맞아 진행한 조수용 대표의 ‘카카오스러움’에 대한 영상 중 리더의 자질로 사내 직원들에게 충분히 ‘충돌할 수 있는 자유’를 보장해 준다는 말이 나왔다. 서로 이해하고 협의하기 바쁜데 충돌이라니? 그러다 싸움 나면 누가 책임지려고?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뒤이은 설명에 고개가 끄덕였다. 서로의 가치관과 생각이 다르기에 당연히 나도 충돌당할 수 있고 충돌할 수 있어야 좋은 합의점이 나오는 거라고. 각자의 의견에 이해는 못해도 인정하는 과정이 ‘충돌할 수 있는 자유’ 덕에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때 여자친구가 항상 자기를 있는 그대로 봐주고 좋아해 달라고 한 말이 생각났다. 지금까지 나는 그녀의 모습을 이해하지 못해 싸우거나 내 가치관에 맞게 바꾸려고 했었다. 뻔한 결말처럼 그런 과정은 결국 누구 하나 포기할 때까지 다툼만 일어날 뿐이다. 서로 충분히 충돌하고 대립하는 건 이해가 아닌 인정을 전제로 가져야 한다. 일도 그렇고, 사랑은 더욱 그렇다.


서른 즈음에 느낀 사랑이란 이해와 노력의 합산이라는 단순 1차 방정식이 아니다. 서로의 다름에 충돌을 곱하고 대립을 미분하며 복잡한 방정식을 푸는 과정인 것이다. 도대체 그걸 어떻게 풀어? 생각한다면 정답이다.


대립하고 충돌하는 것이 사랑이 아니면 무엇이 사랑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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