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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ella Jun 07. 2019

100일 글쓰기 77일차

애완동물

어릴때부터 애완동물을 키우게 되는 순간을 너무 꿈꿔왔다. 자취를 해야겠다는 결심에 애완동물을 키우고 싶어서 라는 이유도 어느정도는 있다고 볼 만큼, 애완동물을 키우는 건 내 꿈같은거였다.

근데 이제 날 말릴 사람이 아무도 없어졌는데도, 난 아직까지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매일매일 정말 하루도 빠짐없이 고양이 키울것을 권하는 친구를 옆에 두고서도 말이다.


어릴때 엄마 집에 얹혀살 때에는, 전혀 고민되지 않았다. 귀여운 무언가를 집에 들이는걸 당연히 기대할 수 밖에 없었던 것 같다. 근데 막상 나만의 공간이 생기고 나니, 애완동물을 키운다는 것이 얼마나 큰 결심인지 알 것 같다.


일단 지금처럼 평일동안 집을 잠만자는 공간으로 활용해서는 안될 것이다. 한 생명체를 집에 방치해두고, 나갈 수는 없으니,,, 집에 머무르는 시간을 지금보다는 훨씬 늘려야 할 것이고, 이 시간엔 이 생명체를 챙겨주고, 즐겁게 해주는 시간도 당연히 포함돼야 할 것이다.


청소해야할 것들도 늘어날 것이다. 강아지던 고양이던, 내 물건을 건드릴 수밖에 없을거고, 이들을 키우면서 집이 깨끗하길 바랄 수는 없을테니까. 


날리는 털 때문에 가끔 재채기를 하게 된다거나, 이들이 내는 소음 등으로 잠을 푹 잘 수 없을 수도 있다. 난 코가 엄청 예민한데다가, 잠 자는 시간이 길지는 않기때문에 반드시 푹 자야만 하는 사람이라 이것도 참 크리티컬해보인다.


돈도 참 많이 들 것이다. 사료, 장난감, 아플때 병원비 등등등...


생각해보면 내가 지금 누리고 있는 것들을 전혀 잃고 싶지 않다는 생각때문인 것 같다. 지금처럼 집이 잘 정리되었으면 좋겠고, 아무도 내 물건을 건드리지 않았으면 좋겠고... 집에 귀여운 생명체가 있다면 무척 기쁘겠지만, 이게 내가 현재 누리고 있는걸 희생할 만한건지 아직도 재고 있는거다.


혼자 이렇게까지 생각하고 나니, 결혼을 하고, 자식을 갖는 친구들은 더더더 엄청나 보인다. 난 저 위에 보이는 사소한 것 하나도 놓치고 싶지가 않은 사람인데, 저보다 더 많은 희생을 더 장기간 할 것을 서약한 친구들이 대단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다,,, 난 애완동물이건 뭐건 뭔가를 키우기엔 덕이 부족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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