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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티리 Feb 26. 2022

여정의 시작

두줄이라니요.

배란통이 살짝 있다. 그렇다 내 자궁은 예민하다.

지금은 아니지만 옛날에 비행기에 일하던 승무원으로 근무하면서 한달 내내 생리를 한 적이 있었다. 그 이후로는 산부인과 검진을 6개월에서 1년 단위로 꼬박꼬박 받았다.

전날부터 컨디션이 별로 좋지 않아 낮잠을 자던 그날, 아랫배가 콕콕 쑤시는 느낌을 받았고 쎄한 기분과 함께 난 생리 어플를 확인했다.

내 생리 예정일은 2월 17일 이후기 때문에 약 일주의 정도의 시간이 남아있다.

설마 그럴리가.


임신테스트기를 사러 향했다. 머리속으로는 찜찜한 기분과 날짜 계산을 하면서 다이소에서 테스터 세 개가 들어있는 한 세트를 샀다. 그리고 집으로 들어오자 마자 직행한 화장실에선 테스터는 아주 미세하게 두 줄을 만들었다.


"이게 미쳤네, 이거 이거 불량이네~ 그치? 불량이야 이거."

또 다시 새거를 뜯었다. 바램과는 달리 세개 다 희미한 두줄이 나왔다.

“아 뭐야! 얘 왜이래!!”


어떠한 문제를 마주했을 때 이런 문제를 만들었음에 자책하는 스타일이기 보다는 이제 뭐부터 해야 제일 최선의 해결 방법이 될 지를 고민하는 스타일이다. 한숨을 푹 쉬면서 침대에 털썩 누웠다.


33살.

29살 호기롭게 회사를 때려치고 프리랜서 강사로 산지 어언 4년차다. 코로나로 일자리가 줄어듬을 경험하면서도 회사에서 정해준 일만 살아가는 삶 보다는 내가 직접 만들어가는 일로 매번 성취감을 느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하는 일 또한 어느정도 잘 되어 참 잘 살았다 싶었다.

매일 5시간만 자며 일에 몰두했던 지난 나날들을 보면서, ‘그래, 나 좀 쉬어도 되잖아.’ 되새겼지만 그 쉬는 시간을 임신으로 쉰다니요.


3년의 연애, 미혼이라 결혼식부터 준비해야 하는 임신. 그리고 나 아니어도 일할 사람 넘쳐나는 프리랜서 강사.

선배님들.. 저 이대로 괜찮은 거죠? 저 잘 할 수 있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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