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초 - 강산하

by 백윤석

외돌토리 박 씨 할매는

남루가 배경이다


못 버린 가난을

재산이라 끌어안고


휜 허리

언제 펴질까

손을 주네 앗! 봄빛

강산하, 「복수초」 - 전문


이 시의 장점은 복수초를 박 씨 할매로 의인화해서 시공간을 넘나들며 두 장면이 동시에 클로즈 업되게 만든 데에 있다. 복수초를 보며 박 씨 할매가 동시에 연상되고 박 씨 할매를 보며 복수초를 동시에 연상하게 만드는 힘을 이 짧은 글로 형상화해서 독자들에게 3차원의 구조를 느낄 수 있도록 선물하고 있는 것이다.


"외돌토리 박 씨 할매는 남루가 배경이다" 에서처럼 초장에서의 빵때림은 깊은 공감을 준다. 우리 부모 세대는 가난이 보편이었다. 가난은 흉이 아니었으며 시대적 배경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어진 중장 "못 버린 가난을 재산이라 끌어안고"라는 구절이 절절이 가슴에 와닿는 것이다.


"휜 허리 언제 펴질까"에서처럼 시인은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남루가 배경"인 복수초와 박 씨 할매를 유심히 관찰한다. 그러나 시인의 걱정은 쓸데없었다. "손을 주네 앗! 봄빛"에서처럼 남루를 이겨내고 내게 손까지 내밀며 봄빛을 선사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나는 아직 겨울에 머물고 있는데 이들은 벌써 봄을 가슴 가득히 그러안고 내게 손을 내밀고 있으니 어쩌면 내가 그들보다 늦었다는 자아의식의 발로이기도할 것이다. 짧은 글에 많은 것을 담고 있는 수작이라고 하겠다.

복수초.jpg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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