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브메 Jul 05. 2023

MUJI는 '덜어낼 자신감'이다

무인양품 사용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일까?

현지 : 넌 무지가 패션 브랜드라고 생각해 왔어? 인테리어 브랜드라고 생각해 왔어? 


지영 : 패션 브랜드!


현지 : 왜?


지영 : 그냥 무지를 29cm나 무신사 같은 패션 플랫폼에서 많이 접했어.


현지 : 아하, 나는 사실 무지를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라고 배우긴 했었거든. 무지가 주는 깔끔한 이미지. 뭔가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기본 템 같은 이미지 있잖아.


난 그게 인테리어에도 적용되지만, 패션에도 적용이 되는 걸 보면서. 그럼 이게 패션 브랜드일까 인테리어 브랜드일까? 막 이렇게 헷갈리는 와중에 무지는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구나라는 해답을 얻고 나서 더 좋아진 케이스거든.


지영 : 너가 무지를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로 어떻게 알게 됐는지 궁금해.


현지 : 처음에는 무지를 '무지 퍼셀'로 알게 됐어. 학창시절에는 운동화 3만 원짜리 싼 거 신고 그러잖아. 나도 그랬는데. 알고 보니까 얘네들이 일본 브랜드고, '무(無)'를 추구하는 브랜드 같더라고. 철학이 '이것이 가장 좋다'가  아니라 '이것으로 충분하다' 랬나. 제품의 본질은 갖췄는데 가격은 엄청 비싸지 않게 나름 합리적이고.


그래서 되게 부담 없는 브랜드다. 패션에서나 인테리어나 내가 부담 없이 소비할 수 있는 기본템 같은 브랜드다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이 브랜드가 더 좋아진 이유는 내가 사실 아직 못 가봤지만 도쿄에 '무지 호텔'이라는 게 있대. 호텔의 모든 것을 무지 아이템으로 꾸며놓은 거야. 그래서 침대 시트도 무지, 슬리퍼도 무지, 잠옷도 다 무지 거.


어떻게 보면 그 무지 호텔이라는 공간 자체가 무지는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다라는 걸 그냥 딱 보여주고 체험을 시켜주는 공간인 거잖아. 그래서 나는 그 올인원 브랜드 경험을 통해서 무지가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라는 걸 알리고, 무지스럽게 생활한다는 것에 대한 이상적인 이미지를 잡았다고 생각해. 이것이 무지다! 처럼 선언하려고 만든 것 같기도 하고.


퍼블리에서 봤는데 사람들이 무지 호텔 한번 체험해 보면 섬세함에 감동한대. 원하는 음료나 음식을 바로 채워둘 수 있도록 깨끗이 비워둔 냉장고, 늦은 시간에 체크인 하는 사람들을 위해 준비된 카페인이 덜 들어간 커피와 차 등등으로부터. 제품 뿐만 아니라 정말 그런 서비스에서도 무지스러움을 느끼는거지. 지하 매장에서 무지 쇼핑도 한다는데 아마 방을 통째로 사고 싶은 사람들도 많지 않을까. 이케아처럼.


지영 : 그럼 무지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일까?


현지 : 무지를 사용하는 사람들을 일단 옷으로 보면 기본 템을 좋아하는 사람들, 뭔가 회사에서 신입사원이 첫 날 단정하게 입고 올 것 같은 이미지인 것 같아. 신입사원은 기본이 중요하니까. 나 기본은 갖췄어요 란 느낌.


너무 의식의 흐름대로 말하는 것 같지만, 내가 첫 자취를 할 때도 이불 시트나 베개 시트 살 때 무지에서 찾았었거든. 그때 그냥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무지 가서 제일 기본 시트 사야겠다라고 생각을 한 것 같아.


무지를 쓰는 사람들도 어떻게 보면 나처럼 많은 고민하지 않고, 믿을만한 기본 템을 소비하는 사람들이지 않을까? 민짜 필통 하나를 사도 가장 싼 다이소에서 사는 게 아니라 무지에서 사면서 볼펜도, 서랍장도 세트로 맞추고자 하는 그런 사람들. 통일된 심플함의 가치를 사고자 하는 사람들.


지영 : 그럼 기본이 주는 심플함을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유는 뭘까? 어쨌든 무지가 사랑받는 이유가 심플함이잖아. 셀링 포인트가 뭐라고 생각해? 더 깊게 들어가서.


현지 : 심플함을 왜 사람들이 사랑하는가? 약간 브랜딩 관점에서 말해보면, 세상이 이제 너무 메시지가 많고 브랜드들도 심플한 브랜드가 많이 없잖아.


뭔가 되게 어려운 아이덴티티를 다 하나씩 담고 있는데, 무지는 딱히 복잡한 메시지를 오히려 담고 있지 않아서 셀링되는 거 아닐까 해. 미니멀리즘이 심플함의 다른 말이겠지만 “복잡하게 생각하기 싫다.” “이것저것 따지면서 어렵게 고르고 싶지 않다.” “이 브랜드의 홍수 속에서 나는 그냥 기본만 갖춰도 된다” 이런 느낌으로 심플함을 선택하는 것 같아. 


지영 : 맞아. 그런 덜어냄이 이 브랜드에게는 오히려 자산이 됐네. 난 무지 하면 딱 어떤 사람이 떠오르냐면, 유난 떨지 않고 자신의 그런 뭔가 잘함을 남들에게 어필하지 않고 그냥 단단한 내면을 가지고 있는, 시끄럽지 않은 사람이 떠올라.


현지 : 외유내강?


지영 : 응 외유내강. 무지는 재료가 좋잖아. 재료가 좋으니까 자신감 있는 거지.


현지 : 본질에서 오는 자신감. 좋다.


지영 : 너 그럼 무지를 한 단어로 뭐라고 표현할 수 있어?


현지 : 네가 방금 말한 거, 무지는 자신감이다. “난 이것만 있어도 돼.” 다른 것들은 이미 많이 복잡하고 채워져 있으니 이걸로 비워낼 거야. 이런 메시지를 자신감 있게 전달하는 게 무지 아닐까? 오히려 아무것도 없는 게 자신감일 수 있다. 덜어낼 자신감.


생각해보니 옛날에 광고회사 인턴 할 때도 서류 보관할 정리함을 사러 모든 팀원이 무지에 갔던 적이 있어. 돌이켜보면 그냥 갔던 게 아니라 무지라는 브랜드의 덜어낼 자신감을 사러 갔던 게 아닐까. 크리에이티브한 생각을 하려다보면 심플하게 생각해야 하니까! 하하. 너무 나갔나.

작가의 이전글 좋아하는 브랜드에 대한 잡담, '브랜드 티키타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