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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밍안양 Aug 09. 2018

나의 고백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양이 좋다.

가장 좋아하는 학의천이 있고, 사람들이 있는 안양. 이번에도 추억을 되살아나게 할 몇 가지 소재를 오래전부터 생각해 두었다. 범계에 언제나 있을 것 같았던 NC백화점이 사라져버린 후 다시금 떠오른 세반 백화점 이야기. 어린 시절 생일파티를 했던 장소들부터 안양일번가에서 보낸 추억들까지. 사람들과 함께 나눌 이야기들은 마음속에 늘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정작 밖으로 꺼낼 자신이 없었다. 


내가 마주하는 안양의 모습


출근하며, 길을 걸으며 안양에 대한 추억을 물었다. 기억을 되짚어봐도 최근의 기억이 없다. 그도 그럴 것이 내 생활 반경은 서울에 집중된 지 오래다. 내가 마주하는 안양은 지하철을 타러 가는 5-1번 버스, 집에 오는51번 버스 안에서 마주하는 스쳐 가는 풍경뿐이었다. 우연히 안양에서 오래 머무는 시간은 중고등학교를 같이 나온 친구들을 만날 때지만, 이젠 각자 자리를 잡으며 또 보자는 약속조차도 점점 투명해지고 있다. 꼭 없었던 일처럼. 


우리 조금은 바빠도 수년 전 그때처럼 학의천 쌍개울에서 만나 맥주 한잔하자. 안양일번가의 력셔리 노래방은 없어졌지만 대신 코인노래방에 가서 노래 한 곡 부르자. 어린이날 중앙공원에서 돗자리 깔고 깔깔대며 웃자. 학원가에서 마늘 떡볶이 먹자. 


아니 아니 예전의 기억 말고 지금을 그대로 사랑하자. 평촌역 사거리의 새로운 골목들을, 버스 안에서 볼 수 있는 밖의 풍경을, 동편마을 카페거리를 좋아해. 


줌-인이 아니라 줌-아웃 상태였다는 나의 직설적인 고백을 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 이제는 눈 한번 깜빡이면 바뀌어 버리는 환경과 관계들을 품고 있어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양이 좋다. 진정한 유실물은 지나버린 과거가 아니라 현재였다. 이번 주말에는 새로 사두고 꺼내지 않은 카메라를 들고 어디든 걸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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