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 창의력이 지배하는 공간 그리고 커피
주밍안양 에디터가 직접 돈을 주고 사 마셨던
안양의 커피와 카페들을 소개합니다.
카페 추천글이 난무하는 이 시대에,
한 명의 커피 소비자로서
스스로 정말 좋았던 공간, 맛, 그리고 경험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안양 내 커피 소상공인들을 직접 만나는
오너와의 인터뷰를 통해
소비자들이 카페와 그 공간이 지닌 철학을
더욱 깊이 알아갈 수 있도록 돕는
인터뷰 큐레이션 서비스-
카페노마드,
지금 시작합니다.
반복되는 지난한 일상 속에서 잃어버린
나의 창의력을 되찾아줄 것만 같은
안양의 카페,
'크리에이티브 커피'를 소개합니다.
직접 개발한 메뉴들은 물론,
패키지부터 메뉴판까지 오너가 직접 디자인한
정성이 돋보이는 웰메이드 브랜드입니다.
Interview #1
창의력이 지배하는 공간, 그리고 커피
interview with Creative Coffee Owner
이기범
횟수로는 안양이 3번째 가게입니다. 지금까지는 집에서 20~30km 이상 떨어진 먼 곳에서 카페를 운영했었는데, 한 곳은 가까운 곳에서 하고 싶었고 마침 안양으로 이사를 오게 되어서 세 번째 카페 위치는 안양으로 결정했죠. 안양에서도 범계에 자리 잡은 이유는 우선 집에서 제일 가까운 곳이었고, 안양에서 제일 처음 접한 동네가 범계였기 때문이에요.
원래 통근거리를 크게 염두에 두는 편이 아니었는데, 카페 운영을 오래 하다 보니까 체력적으로 힘든 일이 많더라고요. 지금까지 카페를 운영했던 수원, 죽전, 안양 모두 연고가 없는 동네였어요. 범계가 안양 내에서 가장 심리적으로도 친밀하고 물리적으로도 가깝게 느껴지는 지역인 것 같아요.
Q. 물리적 거리는 축소하고 심리적 거리는 가까운 곳으로 자리를 잡으신 거군요.
A. 그런 셈이죠.
사실 저는 커피가 메인이 되는 스페셜티 커피를 추천하고 싶은데, 요즘에는 카페와 커피의 개념이 다르게 읽히기 때문에 카페가 위치한 상권을 필수적으로 고려해야 하잖아요. 이곳 범계 상권의 소비자들이 원하는 어떤 타협점을 맞춰야 하니까요.
플랫 멜로우는 일반적으로 크림 있는 커피를 좋아하는 요즘 소비자들의 트렌드에 맞춰 개발한 메뉴에요. 저만의 크림을 만들기 위해 가장 공을 많이 들였죠. 우유 등 커피에 잘 어울리는 배합을 찾다보니 플랫 멜로우를 개발하게 됐어요. 원래 아인슈패너를 개발하려고 했었는데, 개인적으로 블랙커피에 크림이 올라간 게 부조화가 있다고 생각되어서 크림 커피를 선보이게 됐습니다. 소비자들이 좀 더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는 메뉴이지 않을까 싶어요.
열 잔보다 더 만들 수는 있는데, 혼자 일하다 보니 여러 가지 메뉴를 시간 내에 만들기가 힘들어요. 플랫 멜로우는 준비하는데 손이 많이 가는 메뉴라, 딱 10잔 만의 메리트가 있는 거죠.
커피의 질이 떨어지면 오히려 안 하느니만 못한 메뉴라고 생각되어서, 10잔 정도의 제한을 뒀습니다.
아무래도 로스팅을 하고, 매달 원두를 바꿔서 쓰니까 싱글 커피를 추천하고 싶어요. 개인적으로는 플랫화이트랑 라떼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에요. 고객들은 잘 모르는 부분인데 우유의 질감을 좀 더 살리고 싶어서 해외의 우유를 수입해서 블렌딩해서 쓰고 있거든요. 이런 점은 소비자들이 알고 드시면 좋은 부분이라 추천하고 싶네요.
커피에서 더욱 다양한 맛을 느낄 수 있게 여러 가지 생두를 매달 컨택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안양에 '스페셜티 커피' 전문점이 많지 않다 보니까, 그런 점을 소비자들이 알아가면서 커피의 다채로움을 느꼈으면 하죠.
인테리어에는 한국적인 요소를 많이 쓰고 싶은데, 아무래도 경제적인 제약이 크다 보니까 아직 만족하는 단계는 아니에요. 인테리어는 늘 할 때마다 하는 만큼 모자라고 부족하고 욕심이 나서, 하면서 조금씩 만들어나가자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커피라는 게 어쨌든 수입식품이다 보니까 한국적인 무드와 어울릴 수 있는 그 중간점을 찾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처음에는 커피 외적으로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수용하는 카페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그림도 전시하고, 음악도 LP 위주로만 컨택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현실적으로 카페를 운영해나가면서 그림은 작가를 컨택할 시간이 없고 음악도 LP 카페가 많이 생겨나고 있던 터라 메리트로 하기에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죠. 경제적인 부분도 컸고, 잘하시는 분들도 정말 많으니까요. 현재는 기존에 가지고 있던 것들의 퀄리티를 좀 더 높이자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광고홍보학을 전공했고, 부전공으로 도예를 했어요. 지금 하는 일과는 연관성이 없지만, 처음 시작하시는 자영업자분들은 공감하실 것 같은데 돈이 없으니까 직접 해야 되는 일이 많더라고요. 그렇게 꾸준히 하다 보니 실력도 느는 것 같고, 관련 레퍼런스를 많이 찾아보기도 했었죠. 디자인도 그렇고 아무래도 특기가 아니고, 그럼에도 잘하고 싶은데 제 실력에 부딪히다 보니까 아쉬운 부분이 많은 것 같아요.
그렇게 디테일하게 생각하지는 않았는데, 제가 따뜻한 주황빛 조명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사진이나 조명이 제가 취약하다고 느끼는 부분이에요. 요즘 자영업 하시는 분들은 전문가처럼 SNS를 잘 하시잖아요. 조명도 딱 맞춰서 세팅을 하시고. 저는 제가 예쁘다고 생각하는 조명 레퍼런스를 많이 찾다 보니 대부분 주황색 조명이라는 공통점을 발견해서, 적용한 결과입니다.
‘옛것의’, ‘손때묻은’ 느낌을 좋아해서 그런 유의 한국적인 감성을 좋아해요. 오래된 티가 나는, 세월의 흔적이 많이 느껴지는 것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음악도 아날로그적인, 깔끔하지 않은 옛날 음악들을 소개하고 틀다 보니 LP도 다루게 됐어요. 이제는 그게 취미가 돼서 주로 LP 음악을 많이 틀려고 하죠.
Q. 앞서 '한국적'이라는 가치가 자주 등장하는데, 사장님이 생각하시는 한국적이라는 정의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것과 의미가 좀 다른 것 같아요. 이 공간에서 자주 들리는 음악들은 주로 한국어 가사가 아닌 재즈풍의 팝송이 많잖아요. '손때묻은, 올드한’ 이런 가치들을 한국적이라고 말씀하시는 건가요?
목표한 계획이 많은데 그걸 실행해나가면서 시행착오가 많아요. 모든 걸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시작한 채로 목표를 향해서 가다 보니 어느 한 부분에서는 앞서나갈 수 있지만 다른 부분은 정체된 지점도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점이 조금은 혼란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하지만요. 최종적으로는 한옥에서 카페를 해보고 싶은 소망이 있어요. 전통 도자기나 다기를 사용하는 커피 디스플레이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 그걸 한 번에 갖추고 시작하기는 어려우니까 그릇을 조금씩 바꿔가고, 액자를 조금씩 바꿔가면서 점차 이뤄나가고 싶어요.
음악 같은 경우는 인테리어에 실제로 영향을 많이 주고 연출력이 굉장히 강한 콘텐츠이다 보니까, 속된 말로 표현하면 ‘미사리 느낌’이 날까 봐 옛 한국 노래를 틀지 못하는 점도 있죠. 또 저와 이 공간을 찾는 분들의 연령대가 그렇게 높지가 않은데 단순히 한국적인 걸 추구한다고 해서 그런 노래를 틀게 되면 오히려 공간의 방해요소가 될 것 같기도 하고요.
그래서 지금은 재즈풍의 해외 음악을 틀고 있어요. 또 음악적으로 매너리즘이 올 수 있잖아요.
같은 노래가 반복되면 손님들도 지루해하고, 일하는 사람은 더 지루하고.
그래서 더 다양한 장르를 들려 드리려고 하죠.
...to be continued
기획 | 박하은
글 | 박하은 (mintpoet@gmail.com)
디자인 | 정형재 (@jsis_)
사진 |김종구 (@studio_kikin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