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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밍안양 May 14. 2019

패션의 거리 범계역을 만들어주던 그때 그 가게

수호천사와 쿠퍼


사회에서 알게된 친구가 알고보니 안양에 산다는 얘기를 들었다. 우연히 다른 곳에서 알게 된 친구가 같은 동네에 사는 것이 꽤 흔치 않은 일이라 한번 얼굴을 보기로 약속했었다. 어느날 기어코 범계에서 만나 길을 걷다가 예전 기억이 나냐는 얘기를 들었다. "여기 예전에 옷가게 있던거 기억나? 수호천사"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옷가게 있었던 것 같은데... 먼 기억을 더듬다보니 초등학생 시절 현재의 랄라블라와 숨맑은집 두 층 모두 수호천사라는 꽤 큰 보세 옷가게였다. 내가 초등학생 고학년이던 시절 04-06년 무렵에는 폴햄 같은 백화점 브랜드도 유행했지만, 보세 옷도 입어줘야 조금 멋부릴줄 아는 애였다.


그때 보세 옷은 현재의 보세와는 조금 달랐다. 뭐랄까 아주 예전의 동대문 밀리오레 스타일을 생각하면 된다. 이를테면 반팔에 후드가 달린 세로 줄무늬 티, 알록달록 프린팅이 그려진 티 같은 것들이었다. 안양에서는 현재 범계 랄라블라 위치에 있었던 <수호천사> 그리고 범계 버스정류장 앞 이니스프리 라인에 있는 통신사 위치에 있었던 <쿠퍼>가 있었다. 단연 인기는 쿠퍼였다. 샵이 그리 크지 않았지만 저렴한 가격에 컬러풀한 티셔츠를 구입할 수 있었다. 졸업 앨범을 펼쳐보면 그런 옷들을 입은 친구들이 대부분이였다. 그때는 엄마가 입혀주는 옷이 얼마나 촌스럽게 느껴지던지. 지금 보니 내가 완전히 잘 못 생각하고 있었다. 역시 엄마 말을 잘들어야 한다.


당연히 안양 일번가에도 큰 규모의 보세 샵이 있었다. 정확한 위치와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정말 큰 규모였다. 아마 지금의 아트박스 자리였다. 때때로 엄마랑 혹은  친구랑 안양 일번가에 같이 나가서 아주 저렴하면서도 유행이였던 옷들을 사왔다. 아주 특별한 날에는 안양을 벗어나 명동 밀리오레에 가기도 했다. 이 이후에는 인터넷의 발전과 반윤희 언니의 강세로 싸이월드 미니샵이나 지마켓에서 물건을 구입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SNS 때문에 전국적인 유행이 삽시간에 퍼지는 지금과 달리, 시간이 천천히 흐르던 과거에서 안양은 꽤나 유행에 민감했었다. 그런 강점 때문에 유행했던 스타일로 또래 동네 친구들과 기억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고마운 일이다. 내가 추억으로 남길 수 있는 소재를 말하라면 아직도 차고 넘친다. 그러나 그런 소재들은 이제 십년도 더 된 기억 뿐이다. 지금은 어떤 유행이 우리 지역과 새로운 세대의 추억이 될지 궁금해진다. 당신이 가지고 있는 추억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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