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 아빠의 화요편지
8월 7일은 여름이 지나고 가을에 접어들었다는 입추였습니다. 신기하게도 아침과 밤에는 시원한 바람이 느껴지네요. 참. 옛사람들의 지혜가 정말 대단합니다. 그나저나 저는 몇 주 동안 편지를 쓰지 못했습니다. 나름 심한 내적 갈등으로 글쓰기가 쉽지 않았지만 다시 용기 내어서 편지를 띄웁니다.
여름입니다. 아주 무더운 여름입니다. 화재 출동이 줄어들기에, 여름은 소방관에게는 비성수기입니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는 여름은 겨울보다 더 바쁜 계절이 되었습니다. 여러분도 잘 알다시피, 벌집제거 출동 때문입니다.
제가 근무하는 곳은 거의 시골에 가깝습니다. 최근에 벌집 출동 통계를 확인해 보니, 평균 70건 정도입니다. 벌집제거 출동하는 펌프차가 10대 정도니, 하루에 7건 이상은 벌집제거로 출동합니다. 7월에는 쌍살벌집(외피를 만들지 않고 벌집이 아래쪽을 향한 편형(종모양)) 출동이 많고, 더워지는 8월에는 말벌집(둥지를 딱딱한 외피로 공처럼 둥글게 덮은 공모양) 출동이 많아집니다. 군집의 수가 적은 쌍살벌은 간혹 장수말벌 같은 다른 말벌들에게 털리기도 합니다. 꿀벌 출동은 양봉업자에게 인계하기도 한답니다.
벌집제거는 대원의 안전을 위해서 벌집 보호복을 착용합니다. 저도 몇 번 입고서 벌집을 제거했지만 무지 덥습니다. 작은 선풍기가 달려있지만 완전히 찜통입니다. 5분만 입고서 활동하면 기동복은 땀으로 젖습니다. 게다가 덥기까지. 소방서로 복귀하면 땀으로 젖은 보호복을 잘 정비해서 냄새가 나지 않게 잘 말려야 합니다. 다음 근무자를 위해서 말입니다.
여름, 땀 그리고 벌집으로 고생하는 대원들이 고마울 따름입니다. 이제 입추가 지났으니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자연스레 벌들이 사라지면 좋겠습니다. 혹시 주변에 벌집이 있다면 꼭 119에 신고하세요. 무리하게 벌집을 건드리다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만약 벌집을 발견했다면 자세를 낮춰 천천히 다른 장소로 이동하고, 벌집을 건드렸을 때는 머리부위를 감싸고 신속하게 20m 이상 벌집에서 멀어져야 합니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조사에 따르면, 벌들은 주로 머리부위를 공격하고, 벌집에서 20m 정도 멀어지면 다시 벌집에 복귀)
얼마 남지 않은 여름을 모두 안전하고, 즐겁게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