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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이 Feb 29. 2024

글 쓰는 취미

나는 꽤 오랜 시간 글 쓰는 취미를 갖고 살았다. 글의 형태는 늘 달라졌다. 소설일 때도 있었고, 아주 잠깐 시였던 적도 있었고, 브런치 작가 승인이 막 났을 때는 에세이인지 산문인지도 모를 글을 쓰기도 했었다. 그리고 요즘은 여러 이유로 블로그에 글을 쓰고 있다. 그래서인지 ‘활자 중독’이라는 버릇을 갖고 있다. 읽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모두가 글 쓰는 취미나 업을 가지게 되지는 않지만, 반대의 경우는 대부분 수렴하는 것 같다. 글 쓰는 취미나 업을 가진 사람은 그것이 과거형이든 현재 진행형이든 모두 ‘글 읽는 것’을 좋아하거나 즐겨 했다.


쓰는 글이 늘 달라졌으므로 좋아하는 글도 늘 달라졌다. 초등학생 때는 역사 만화를 열심히 읽었고,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었을 때는 삼국지를 그렇게 열심히 읽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다닐 때는 학교 도서관에서 거의 살다시피 했고, 고등학교 2학년 때는 도서부원이기도 했다. 그러다 대학생 때는 웹소설을 열심히 읽었고, 졸업하고 나서는 에세이를 자주 읽는다. 에세이, 혹은 산문집을 열심히 읽는 요즘은 벌써 7년차 직장인이 되어 있다.


2월에 본 뮤지컬 두 편

그러면서도 ‘글’ 말고 좋아하는 것이 참 많았다. 그중에서는 영화, 드라마, 뮤지컬, 연극이 가장 대표적인 것인데 요즘은 3년째 꾸준히 뮤지컬과 연극을 보러 다닌다. 이 글을 쓰고 있는 2월 어느 날도 대본집을 증정해 준다는 이벤트에 눈이 멀어 뮤지컬 회차 하나를 충동적으로 예매했다. 이 뮤지컬은 저번 시즌과 이번 시즌을 합쳐서 12번 정도 본 뮤지컬이다. 대학로에서는 드물게도 여성 서사를 가진 뮤지컬인데, 이 뮤지컬도 ‘글 쓰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래서 이 뮤지컬을 보고 나오면 생각이 많아진다. 물론 어디에도 말해본 적은 없다. 이 뮤지컬을 사랑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뮤지컬이나 연극을 보기 전에는 영화, 드라마를 봤다. 하나를 열 번도 넘게 돌려본 드라마, 영화가 아직도 OTT 플랫폼 목록에 빼곡하다. 그러니까 나는 어떤 것이든 한 번 좋아하게 되면 지겨워질 때까지 보고, 또 본다. 그리고 잠시 지겨워지면 내려놓았다가 또 어느 순간 문득 그것이 떠오르면 다시 어플을 켜거나 TV를 켠다. 하지만 그렇게 그것들을 켜 놓고서도 책을 집는 순간이 많다. 한 가지 일에 집중하지 못하기 때문은 아니고, 그냥 시간을 허투로 쓰고 싶지 않은 아집 때문이다.


많이 읽는다고 글을 잘 쓰게 되는 건 아니지만, 내가 ‘글 쓰는 일’로 잠시나마 먹고 살 수 있었던 이유에는 편식이기는 해도 많이 읽는 버릇이 있을 것이라 믿는다. 누가 했던 말인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시인이 쓰는 에세이를 좋아한다던 어떤 작가의 말에 시인이 쓴 에세이만 골라보던 시절이 있었다. 그리고 어느정도는 그 말에 공감하게 되었다. 시인이 쓰는 에세이는 에세이인데, 이상하게 시 같다. 그리고 그런 책을 읽다 보면 ‘이렇게 표현할 수도 있나?’ 하는 감탄과 함께 약간의 질투, 세계가 넓어지는 경험을 동시에 하게 된다. 그런 표현을 내 일에 쓸 수 없음이 종종 안타깝기도 했지만, 읽는 순간의 기쁨은 피티 선생님 몰래 간식을 먹는 순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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