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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이 Apr 05. 2024

개 끔찍한 연애 (1)

첫사랑?

개 끔찍한 연애……. 친구들이 보면 넌 서른에도 그런 말을 쓰냐고 웃거나, 그래 진짜 개 끔찍했지, 하며 웃거나 할 것이다. 나를 이루고 있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나를 지나갔던 그 끔찍했던 X들의 역사를 되짚어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새벽 4시 경 다짐했다.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연애에 눈을 뜨더니 그렇게 곧잘 연애를 해댔다. 이번 편의 주인공은 중학교 3학년, 16살에 만났던 인간이다.


그는 당시 나보다 3살이 많은 친구의 형이었는데, 남자들이 가장 경계한다는 ‘교회 오빠’였다. 당해보니 왜 그렇게들 그 존재를 위험하다고 생각하는지 알겠더라……. 이전에도 남자친구라는 존재는 있었지만, 구질구질하게 매달리며 볼 꼴 못 볼 꼴 다 본 연애부터 꼽자면 여기가 첫사랑인데, 구체적인 내용은 생략하고 그 덕분에 이런 것들을 알았다.

(1) 헤어진 전 연인과 아직 잘 지내는 것은 둘 중 하나가 마음이 있거나, 둘 다 애초에 서로를 좋아한 적이 없는 것이다.
(2) 찔리는 놈이 두 배쯤 더 화를 낸다.
(3) 그의 친구들이 말리는 연애에는 다 이유가 있다.

연애의 기초 중의 기초인 것들, 온갖 사이렌이 울리는 걸 무시하고 만난 대가는 아주 혹독했다. 20살 때까지 이 지긋지긋한 인연이 이어졌지만, 결론은 차단 엔딩이 났다. 역시 구질구질한 건 정신 건강에 나쁘고, 세상에 보지 못했을 때 죽을 것 같은 관계는 없었다. 

나는 그와 헤어지고 또 다른 연애를 했다. 물론 그 새X는 쓰레기 of 쓰레기였지만, 그래도 이 경험 덕분에 아닌 것 같을 때는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짬이 생겼다. 왜 사람은 시간을 쓰고 마음을 써야 성장할 수 있는 걸까? 이때 쓴 편지가 몇 통인지, 정말 평생 쓸 것을 다 써서 요즘은 편지지 앞에도 안 가나 싶다.


아무튼 그가 얼마 전 결혼을 했단다. 아직 내 엄마가 같은 교회를 다니니 이런 쓸데없는 소식도 들리는구나……. 감탄하기도 전에 엄마는 선을 보라는 말로 내 복장을 뒤집었다. 한 4년 전까지는 일 년에 한 번씩 카톡으로 안부 묻고 차단당하기를 하던데, 지금 와이프 되실 분이랑 만난 뒤론 연락이 없는 걸 보니 세기의 사랑을 찾은 모양이다. 행복하게 잘 살았으면 싶다. 비꼬거나 저주가 아니라, 진심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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