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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지 Apr 17. 2024

10년을 어떻게 살았느냐고 묻는다면

2024년 4월 16일

  올해의 4월 16일. 오후 시간까지 평소와 다름없이 보내다 저녁을 챙겨 먹고 집에서 나왔다. 지하철을 타고 행사장으로 가는 동안 자연스럽게 2014년 4월 16일 그날이 떠올랐는데 북토크 시작 또한 각자의 기억에 대한 질문이었다.

  나는 고등학교 교실 안이었고, 국어 교사였고, 수업이 끝나고 쉬는 시간에 아이들 몇이 다가와 배를 만져 봐도 되냐고 물었다. 초기라 아직 움직이는 느낌은 별로 없다고 말해 준 후 교무실로 내려왔고, 옆자리 선생님의 컴퓨터 모니터에서 큰 배 한 척이 기울어져 있는 모습을 봤다. 구조가 되었다더라, 아니라더라, 낮은 말소리들이 들리고. 그날의 기억은 거기까지다. 종종 그때의 아이들이 생각이 난다. 벌써 28살이겠네. 다들 잘 살고 있나. 어떻게 컸을까.

  그로부터 10년 뒤, 이제 나는 교사가 아니고, 많은 일들이 있었고, 올해의 4월 16일 밤에는 유군과 함께 나란히 앉아 작가님들과 참석하신 분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다섯 번쯤인가 여섯 번쯤인가 울컥했지만 그곳에서는 눈물을 흘리지 않았고. 집으로 돌아와  텔레비전을 켰다 우연히 보게 된 10주기 특집 다큐를 보면서는 맥주 한 캔을 따서 손에 들고 펑펑 울었다.

  그러고 나서 다시 한번 든 생각,

  너는 이제 그래도 살 만해졌는 모양이구나.


  “저는 고작 제 인생 하나 되돌아보고 다시 쓰느라 6년, 7년 보내고 나니까 번아웃이 오더라고요. 그런데 어떻게 이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10년 동안이나, 혹시 중간에 지치실 때는 어떻게 하셨나요?” 나는 또 그런 모자란 질문을 했고. “저는 투쟁하는 우리 엄마들이 정말 너무 멋있어요. 아직 정확한 진상 규명은 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바뀐 것들도 많아요. 그런 것들이 보람으로 돌아왔고요. 그럼 다시 힘이 나고. 시간이 오래 지나면 지날수록 사랑이 더 깊어지는 것 같아요.“

  해 주셨던 말씀들은 이미 순서에 맞지 않게 머릿속에서 뒤섞였지만 이것만은 또렷하다. 맞다. 사랑이었지. 오래오래 함께할 수 있는 이유. 일방적인 희생이나 대의명분 같은 것들로는 설명이 안 되는. 사람과 사람이 모이면 생기는 갈등에는 예외가 없어도. 같은 상처를 입은 사람들끼리라도.

  사실 그런 사랑의 모습은 그저 옆에서 지켜보는 것조차 용기가 필요할 때가 많다. 자꾸 나를 흔드니까. 두렵게 만드니까. 그런데 그런 사실을 누구보다 겪은 당사자들이 가장 잘 안다는 것을 나는 그새 잊고 있었다. 그러니 늘, 내내 아니라 그저 한 번씩 떠올리는 용기를 내줬으면 하는 마음. 언젠가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잊히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

  장황하게 썼지만 그러니 이 10년의 기록들을 많이 읽어 주세요. 사 주세요.

  작은 목소리 하나 보태봅니다.

일상의 이야기는 @some_daisy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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