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아무것도 없던 시절에서 아이튠즈 차트인을 하게 된 작곡가 이야기
안녕하세요. 미디하는남자입니다.
1편은 어떠셨나요? 써놓고 보니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어두운, 어쩌면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들로만 가득했던 것 같습니다. 가급적이면 좋은 이야기나 신나는 이야기만 적고 싶은데 글을 쓰다보면 그게 잘 안되는 것 같아요.
이 글을 시작하기 전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지만 미디 작곡, 음악을 시작하는 분들이나 같은 고민을 하는 많은 분들에게만 적용되는 이야기가 아니라 "이런 사람도 있구나" 라는 마음으로 가볍게 읽으셨으면 하는 바램 또한 담겨있습니다.
시작 전 주의사항 : 어떠한 정리됨 없이 편하게 작성했음을 알려드립니다. 개인사와 TMI가 잔뜩 담겨있어 이런 것이 궁금하지 않으시다면 읽다가 바로 뒤로가기 혹은 페이지를 닫아주셔도 좋습니다. 제 기억이 왜곡되어 있는 부분도 있겠지만, 최대한 확실한것만 쓰려고 고민하고 작성했습니다.
1편의 내용을 모르시다면 하단 링크를 보고 오시면 좋을 것 같아요.^^
음악을 만드려고 보니 제가 지금 어떤 상황인지가 너무 궁금했습니다.
그 당시 제가 어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가지고 있었는지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물론, 지금 시작하시는 분들에게는 말도 안되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그 당시 나이는 23살이였지만 아르바이트도 안하고 있었고 오로지 음악만 해서 성공할꺼라는.....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되는 고집이 있었기 때문에 실제로는 아무것도 없었거든요.
컴퓨터라도 있었으니 다행이였고, 컴퓨터로 음악을 만들 수 있었던 미디가 있었으니 다행이였다 생각합니다^^
지금에 와서야 이야기 하지만 어디 회사껀지도 모르는 49건반을 중고나라에서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해가며 만원 할인받고 구매한 마스터 키보드 입니다. 저에게는 엄청 소중한 건반이였지요 ^^
힙합과 일렉트로닉을 만들 때 최적화가 되었다라는 말은 보기 좋게 쓴 이야기였고, 가장 사용하기 쉬워서 쓰기 시작했던 DAW인 FL STUDIO도 있습니다. 데모여서 세이브는 안됐지만, 세이브를 할 수 있게 돈을 벌었어야 하는 상황이였습니다. 지금도 가격은 동일하지만 프로듀서 버전이 20만원 초반입니다.
마지막으로 오디오 인터페이스를 살 수 있는 여유가 없다보니 소프트웨어로 무료 사용할 수가 있는 Asio4all이 있습니다. 마이크로 레코딩 할 일이 없다면 Asio4all은 지금도 입문하시는 분들이 사용해도 초기에는 전혀 문제가 안됩니다^^
이제 준비가 됐습니다. 음악을 만들 때 필요한 기본적인 준비가 되었던건데요!
저는 이렇게만 준비가 되면 음악을 쉽게 만들 수 있을 줄 알았다는 게 함정이였습니다...
문제는 5분도 지나지 않아 생겨버렸습니다.....^^;
음악을 만들 때 필요했던 이론을 모르니 FL STUDIO를 켜면 제일 먼저 나오는 드럼을 가지고
제가 좋아하는 음악에 맞춰서 드럼을 찍어두고 보고 있으면 하루종일 즐거워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악기 이론이야 몰라도 샘플링을 할줄 알면 되지만 가장 먼저 겪었던 문제를 제 힘으로 해결해보고 싶었는데요!
고민하다 나온 첫번째 과제는 "이론 외우기" 였습니다.
1~2만원도 귀중했던 상황이기 때문에 구글에 음악을 만들 때 필요한 코드를 모두 검색해 보이싱까지 다 외워버리는 무식한 작전을 시도하게 됩니다.
만약 C코드라고 한다면 도,미,솔로도 외워두고 건반으로 치는 경우의 수 최소 3가지를 확인해서 외워두는거죠!
그래서 C코드! 라고 말하면 도미솔로 된 코드 보이싱을 3가지정도 칠 수 있게 완성하는게 첫번째 과제였습니다.
대략적으로 이 과정을 1달~2달정도 한 것 같습니다 ^^;;
지금 시대에선 절대 이러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체계적으로 재미있게 할 수 있어요!
(어떤 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C=도미솔" 이라는 것을 도대체 왜...? 라는 이유로 몇일을 멍 때리던 기억이...)
1~2달 가량이 지나 이론은 그럭저럭 해결했습니다.
그리고 고민하다 나온 두번째 과제는 "카피" 였습니다.
제가 어떤 음악을 좋아하는지 몰라서 공책을 꺼내서 듣는 음악들을 다 적어보고 어떤 음악이 들어가있는지를 분석해보게 되었습니다. 저는 곰곰히 생각해보니 템포가 있는 음악에 피아노가 들어간 곡을 좋아했던 것으로 결론 짓고나서 처음 카피한 곡이 에픽하이 - Fallin' 이였습니다.
발매된 날짜를 보니 2008년이네요. 이 당시에 2009년에는 魂 : Map The Soul이라는 앨범으로 자신들만의 레이블을 만들어 활동을 하고 있던 시기였는데요. 당시 그 사이트 게시판에 올려서 나름대로는 칭찬도 받고 싶고 인정을 받고 싶었나봅니다. 그 때 자신감을 얻고 본격적으로 디테일하게 작곡을 도전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에픽하이가 만든 앨범을 참 좋아했기 때문에 Eternal Morning과 에픽하이의 Instrumental 자체를 참 좋아했습니다. 지금 와서 알았지만 그 때는 타블로가 대부분 만들었다고 생각했던 제가 좋아했던 음악들을 대부분 투컷님이 만드셨더라구요 ^^;;
정말 열심히 했던 것 같습니다. 밥을 안먹어도 잠을 제대로 안자도 뭐가 이렇게 재밌었는지...^^;
간간히 주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생활을 했는데도 너무 즐거운 기억밖에 없으니까요^^
결국, 사운드까지는 비슷하게 만들지는 못하지만....ㅠㅠ
코드진행이나 리듬, 기승전결에 대해 중요함을 느끼고 많은 음악을 듣고 분석하기 시작합니다!^^
두가지를 나름 해내고 나서 든 생각은!!!!!!!!
"내 음악을 만들어보자"
"내 음악으로 앨범을 만들어보자"
"나도 아티스트 이름이 있어야겠다"
신기하게도 비가 올 때 영감이 떠오르거나 음악을 만드는게 뭔가 수월해진다고 느꼈는지 Rain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되었고, 비의 컬러는 하얀색이라고 생각이 들어 White Rain 이라는 이름을 지어두고 본격적인 항해를 준비하게 됩니다.
이 과정들이 6개월정도 걸렸던 것 같은데, 이러면 저도 활동을 할 수 있을 줄 알았던게 또 하나의 착각입니다.
이제부터 1번째 프로듀싱 앨범인 Begin이 나오기 전까지 고통스러운(?) 과정이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다음편에서는 Begin이라는 앨범을 내기 전 다양한 걸 시도해보는 이야기가 나올 것 같습니다.
카피 : 기존 발매된 음악의 사운드나 음정을 똑같이 따라하면서 공부하고 내 걸로 만드는 과정.
Instrumental : 줄여서 Inst로도 표기. 쉽게 이야기 하면 목소리가 없는 연주 음악.
보이싱 : 같은 코드를 연주하더라도 누르는 건반의 위치로도 달라질 수 있는 소리. ex) 오픈,클로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