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의 아동학대 면책 법안을 규탄하는 학부모·시민 단체 기자회견문
아동복지법 17조 아동학대 금지 조항에 대한 교사 면책을 위한 법 개정에 대해 지난 2023년 5월 23일 학부모단체의 반대 기자회견이 있었다. 학부모는 교사를 대립관계로 보지 않는다. 다만, 어떤 경우에도 아동학대에 면책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학부모 단체는 교권에 대한 문제, 악성민원에 대한 문제 등을 초래하는 근본적 환경에 주목하고 교사와 학부모가 물리적 환경을 함께 개선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다음은 회견문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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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는 치외법권이 아니다!
“교사를 위한 아동학대 면책법은 위헌이다!”
지난 5월 11일, 교원에게는 아동학대 면책을 주자는 『초·중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됐다. “학교의 장과 교원은 학생의 인권을 보호하고 교원의 교육활동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법령과 학칙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학생을 지도할 수 있다”는 『초·중등 교육법 제 20조의 2』 항에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에 대해서는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한 「아동복지법」 제17조 제3호부터 제6호까지의 금지행위를 위반으로 보지 아니한다”는 항목을 신설하자는 것이 요지다.
아동복지법 제17조는 어떠한 경우라도 아동을 대상으로 ‘절대 해서는 안 되는’ 금지 항목을 명시한 조항이다. 제3호 ‘아동의 신체에 손상을 주거나 신체의 건강 및 발달을 해치는 신체적 학대행위’, 제5호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 제6호 ‘자신의 보호·감독을 받는 아동을 유기하거나 의식주를 포함한 기본적 보호·양육·치료 및 교육을 소홀히 하는 방임행위’는 그동안 부모와 교사 등 아동을 대상으로 성인이 저지른 행위가 아동을 손상시키고 심지어 죽게 했던 수십, 수백, 수천, 수만, 수억 번의 반복된 피해 위에 만들어진 ‘아동을 위한 최소한의 보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8년 24,604건, 2019년 30,045건, 2020년 30,905건, 2021년 37,605건의 아동학대가 발생했다. 신체적 학대, 정서적 학대, 성적 학대, 방임으로 받은 아동의 고통과 절망이 각 숫자 안에 구체적 실존으로 존재했고 2017년 38명, 2018년 28명, 2019년 42명, 2020년 43명, 2021년 40명의 아동은 그 극한(極限)의 고통 속에서 죽임을 당했다. 아동의 죽음 앞에서 우리는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을 얼마나 더 많이 외쳐야 하는가! 가족이, 학교가, 공동체가 무너진 곳에서는 그 법조차 힘이 없는데 이제는 아동을 위한 최소한의 보루를 무너뜨리고 예외를 두겠다는 말인가!
학대는 가장 연약한 존재를 대상으로, 상대적으로 큰 힘과 권력을 가진 이를 통해 발생한다. 가정에서는 부모고, 학교에서는 교사다. 부모가 어떤 고통과 어려움 속에 있을지라도, 교사가 어떤 고통과 어려움 속에 있을지라도 권력자인 것이다. 권력자가 가장 연약한 존재를 대상으로 저지르는 폭력은 그 무엇도 용서될 수 없다. 성인의 삶이 아무리 괴롭고 비통해도 아동을 위한 최소한의 마지막 보루는 무너뜨릴 수 없다.
아동복지법 제17조 아동을 대상으로 한 “금지행위”는 누적된 아동의 죽음을 통해 성인의 윤리와 문명으로 만들어진 법안이다. 이에 대한 예외를 인정하겠다는 계획은 아동학대를 법적으로 용인하겠다는 비윤리와 비문명의 극단이다. 법안을 발의한 국민의 힘 이태규, 권명호, 김선교, 김정재, 김희곤, 양금희, 엄태영, 윤창현, 임이자, 지성호는 아동학대를 조장하고 방조하는 파렴치한 아동학대범이다. 투표권 없는 가장 연약한 존재를 대상으로 치졸한 정치적 타협을 선택한 후안무치를 우리는 용서할 수 없다. 아동학대 면책법을 발의한 이태규와 그 무리들의 의원직을 박탈해야 한다.
학교의 두 주체는 교사와 아동이다. 학부모인 우리는 이 둘 모두를 포기할 수 없다. 교사와 아동 중 누구의 인권도 훼손되어선 안 된다. 교권이 상실된 학교와 아동의 인권이 유린된 학교는 더 이상 교육의 공간이 될 수 없다.
학생과 학생의 관계, 학생과 교사의 관계, 교사와 학부모의 관계를 ‘가르치고 배우고 서로 협력하는 과정’이 아니라 가해와 피해라는 결과로만 접근하도록 한 것은 누구이며, ‘대화와 조정’이 아니라 법률에 의지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 것은 누구인가. 학생과 학생을, 교사와 학생을, 교사와 부모를 극단적 대립으로 몰고가는 이들은 누구이고 그들이 만든 구조는 어떤 교육을 지향하는가.
우리는 학교를 학대 가능성이 있는 교사, 악성 민원을 제기하는 학부모가 서로를 감시하고 경계해야 하는 지옥의 공간으로 만드는 담론을 더 이상 허락하지 않겠다. 더 이상 그 사이에서 아이들이 상처받으며 그릇된 세상을 배우도록 하지 않겠다.
오늘 이 자리에 모인 학부모·시민단체들은 유치원과 어린이집,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까지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의 교육이 정상화 되기를, 학교가 법원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학습하는 건강한 대화와 협의의 장이 되기를 바라며, 법안 철회를 비롯한 우리의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대한민국 모든 학부모와 시민들의 목소리를 규합해 지속적으로 요구할 것이다.
악성 민원으로 교권을 위협하는 학부모가 소수인 것처럼, 교권과 교육을 무기로 학생을 학대하는 교사도 소수일 거라고 학부모들은 믿는다. 교사의 권위를 지켜주기 위해 가장 힘 없고 연약한 아동을 보호하는 법안에 예외를 둘 수는 없다. 마찬가지로 아동복지법이 악성 민원을 남용하는 일부 학부모의 무기가 되어서도 안된다.
교사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교실과 학교의 규모를 적정화하고, 교내의 분쟁을 교사, 학생, 학부모, 조정 전문가가 함께 논의하고 조율할 수 있는 기구를 신설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한 예산이 확보되어야 하고, 이를 정책화할 수 있는 정치인과의 협업도 필요하다.
학부모와 교사는 교육의 동반자라고 말한 선생님의 말을 기억한다. 교육활동을 정상화하고, 학교를 교육기관으로 제대로 세우고, 무엇보다 아동의 인권이 존중되는 학교를 학부모와 교사가 함께 손잡고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아동복지법 제17조 금지 항목의 예외가 신설되지 않도록 누구보다 학교 현장의 교사들이 앞장서 주길 바란다. 학교 정상화를 위한 교권이 보장되어 교사가 올바름을 지도할 수 있도록 학부모도 교사 곁에 서겠다.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하나. 인간에 대한 학대는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 될 수 없다. 아동학대를 조장하는 교원 면책 법안, 즉각 철회하라!
하나. 아동학대 조장하는 법안을 발의한 국민의힘 이태규, 권명호, 김선교, 김정재, 김희곤, 양금희, 엄태영, 윤창현, 임이자, 지성호는 아동학대 주범으로 더 이상 단 하루도 국민을 대변할 수 없다. 지금 당장 국회의원직을 박탈해야 한다!
하나. 각 학교는 전담 분쟁조정전문가를 배치하고, 학생·교사·학부모·분쟁조정전문가가 대화하고 조정하는 교육분쟁조정위원회를 구성하라!
하나. 교육부는 교육분쟁조정위원회를 전담하는 부서를 신설하고, 학교의 교육분쟁조정위원회를 적극 지원하라!
하나. 교육부는 교사의 교권 보호를 통해 학교가 정상화될 수 있도록 본질적 대안을 조속히 마련하라!
하나. 저출생은 교육개혁의 기회다. 유·초·중·고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정상화하여 교사 대 학생의 비율을 축소하고 유아와 초등은 1교실 2교사 체제 실현하라!
2023년 5월 23일
교사의 아동학대 면책 법안을 규탄하는 학부모·시민 단체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