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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옥 Jul 01. 2024

인사이드 아웃의 흥행 성공비결

인사이드 아웃2를 보며


디즈니 픽사의 대표작 ‘인사이드 아웃2’가 우리나라에 개봉(6/12)된 이후 장안의 화제다. 1편이 나온 이후 9년 만의 후속작이다. 1편이 주인공인 라일리가 태어난 이후 성장하면서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며, 마음 속의 복잡한 감정선들이 생성되고 충돌하면서 자신의 모습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그렸다면, 2편은 어느덧 13살의 사춘기 소녀가 된 라일리의 질풍노도와 같은 감정들을 잘 표현했다.




라일리의 행복을 위해 기쁨을 중심으로 매일 감정 컨트롤 본부를 운영하던 기쁨, 슬픔, 버럭, 까칠, 소심 등 기존의 감정선들에게 어느날 불안, 당황, 따분, 부럽이라는 낯선 감정들이 쳐들어오면서 혼란이 시작된다. 미래를 걱정하는 불안을 중심으로 새로운 세력을 형성한 당황, 따분, 부럽 감정들은 결국 기존 감정들을 본부에서 쫒아 내고, 제멋대로 라일리의 감정을 컨트롤하다가 라일리를 망가뜨릴 위기에 처한다. 우여곡절 끝에 기존 감정들이 다시 본부에 복귀하면서 다시 정상적인 궤도로 들어선다는 매우 유쾌하고 드라마틱한 상상의 날개를 펼치는 획기적인 애니메이션 작품이다.


[새로운 감정선인 불안, 당황 등으로부터 쫒겨나는 기존의 감정들]


인사이드 아웃 1편을 만든 ‘피트 닥터’ 감독은 자신의 딸이 성장하면서 보여준 감정의 기복에 흥미를 느끼고, 이런 복잡한 인간의 감성들을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해보고 싶었다. 피트의 딸 엘리는 열두 살이 되면서 우울해했다. 어느 날 갑자기 엘리는 행복보다는 슬픔, 두려움, 혐오, 분노의 감정에 지배를 받았다. 피트는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 행복이 슬픔을 압도하도록 온갖 노력을 다했지만 효과는 없었다. 가족들과 디즈니랜드로 떠난 휴가도 아무 소용 없었다. 마침내 피트는 엘리가 슬픈 상태 그대로 있어도 괜찮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살면서 느끼는 모든 감정은 한 사람으로 성장하기 위해 모두 필요하다. 피트는 이 모든 과정을 애니메이션에 담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인간의 생각과 감정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놀라운 상상력에 경의를 표한다.


픽사의 작품들은 이처럼 한결같이 신선한 아이디어와 감동이 있다. 모두 '스토리의 힘'이다. 픽사를 세상에 알린, ‘토이스토리 시리즈’, ‘인클레더블’, ‘니모를 찾아서’, ‘카’ 등 픽사는 언제나 감동적이고 흥미가 있는 스토리를 최고로 삼은 반면, 모든 애니메이션을 컴퓨터로 제작하였다. 나는 픽사의 성공을 위대한 스토리에서 온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왜 스토리가 이토록 중요한 것일까? 왜 스토리는 나이나 성별, 문화를 초월해 모든 이의 마음을 움직이는 걸까? 잘 전달된 좋은 스토리는 기억에 오래 남고, 감동을 주며, 개개인에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마음에 닿는 위대한 스토리가 없다면 고객과 동료, 친구들은 그 내용을 잊는다. ‘인사이드 아웃’ 시리즈가 성공하게 된 것은 감동적이고, 공감가는 스토리가 있기 때문이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느꼈던 내적 감정의 복잡함을 시각적으로 보여줌으로써 겉으로 표현하지 못하고 마음 속에 감춰놓았던 마음 속 감정들이 호응을 해 주었기 때문이다.


[질풍노도와 같은 사춘기를 겪고 있는 라일리]


사람들은 ‘인사이드 아웃’을 통해 재미난 스토리만 보는 것이 아니라, 왜 어떤 스토리는 기억에 남고 어떤 스토리는 기억의 쓰레기장으로 가는지 그 과정을 이해하게 된다. 기억은 스토리나 사건으로 둘러싸여 있을 때 어김없이 머릿속에 남는다.


스토리는 기억에 남을 뿐 아니라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스토리는 우리를 감정의 롤러코스터에 태운다. 우리의 감정 가장 높은 곳(기쁨, 즐거움, 놀라움)과 가장 낮은 곳(슬픔, 두려움, 분노)으로 오르내리게 만드는데, 이 때 몸 안에서 화학작용이 일어나고 이 작용이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같은 눈물이라도 기쁨의 눈물과 슬픔의 눈물은 화학 성분이 다르다고 한다. 라일리가 하키 시합을 할 때, 분노의 질주를 하며 상대방 진영으로 돌진하여 골을 성공시키거나, 웃음, 슬픔, 버럭 등 기존 감정들이 위기에서 탈출하며 무사히 컨트롤 본부에 복귀하게 될 때, 우리 몸에서는 도파민과 엔돌핀이 분비된다. 반면 불안한 마음으로 잠못이루고, 코치의 기록을 몰래 훔쳐보며 슬프거나 우울해진 라일리를 보면 옥시토신이 분비된다.


[온갖 역경을 이겨내고 다시 컨트롤 본부를 차지하는 기존 감정들]


이렇게 슬프고 행복한 순간들 옆에 스토리가 놓이면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놀이동산이 만들어진다. 감정이 오르락내리락하고 마음을 졸였다가 풀었다가를 반복하면서 관객은 이야기 앞을 떠나지 못한다. 더군다나 그 이야기가 남의 것이 아닌 바로 내가 겪었던 혹은 지금 겪고 있다면 우리는 라일리와 같은 유대감을 형성하게 된다.


잘 만든 스토리는 강력한 공감대를 형성한다. 공감이란 정확히 무엇인가? 공감은 타인의 입장, 타인의 관점에서 생각하고 바라보았을 때 생기는 유대감이다. 어떤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악전고투하는 스토리를 제대로 전달할 때 청중은 당신을 응원한다.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도 그 응원을 투사해 도달하기 어려운 목표에 다가갈 용기를 얻는다. 변화의 경험이나 성공담은 듣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 변화하고 행동하게 만든다.


당신에게도 스토리로 사람들을 변화시킬 힘이 있다. 짧은 스토리도 좋고 긴 스토리도 좋다. 지어낸 스토리든 실제 스토리든 상관없다. 스토리에는 핵심만 반드시 들어가면 된다. 그 핵심이 사람들에게 변화의 의지를 북돋는 것이다.



사실 지금은 디즈니가 픽사 덕분에 겨우 망해가는 회사를 기사회생시키고 있지만, 한 때는 픽사에 투자하던 금액을 끊었던 때가 있었다. 스티브잡스가 애플로부터 쫓겨나, 넥스트라는 컴퓨터 회사를 만들어 연이어 만든 제품 판매의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픽사에서는 ‘토이스토리’를 만들고 있었고, 당시 디즈니는 그 애니메이션 제작에 투자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주인공인 ‘우디’가 맘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투자를 중단하였고, 1년 넘도록 제작이 중단되면서 ‘토이스토리’는 빛을 보지 못할 뻔 했다. 하지만 1년 후 주인공 캐릭터를 수정한 후 다시 제작이 시작되었고, 토이스토리는 대박을 터트렸으며, 지금의 디즈니.픽사를 만들었다. 이처럼 스토리는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에도 필요한 매우 중요한 콘텐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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