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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옥 Jul 21. 2024

MS 사태로 본 IT전란의 서막

독점은 막아야 한다


지난 19일 세계 곳곳에서 MS 윈도를 사용하는 PC에서 갑자기 화면이 파랗게 변하는 '죽음의 블루 스크린' 현상이 일어났다. 전 세계의 운영체제를 대부분 MS가 장악하고 있으니, 장애에 의한 영향력은 치명적이다. 업무용 PC가 먹통이 되자, 각 기업들은 대혼란에 빠졌다. 인천공항을 포함한 세계 곳곳 공항에서 PC와 연결된 체크인 카운터에 블루 스크린이 뜨고, 발권 및 탑승 수속이 '올스톱'되었다. 독일 북부 도시에 있는 병원에선 예정됐던 수술이 취소됐고, 북아일랜드에선 환자 기록을 열람하지 못해 의원의 3분의 2가 진료에 차질을 빚었다. 런던 증권거래소는 서비스 중단에 직면했고, 호주 최대 은행인 커먼웰스 은행도 송금 업무 일부가 일시 마미되었으며, 카드 결제가 안 돼 문을 닫은 매장이 세계 곳곳에 속출했다. 영국 뉴스 방송사인 스카이 뉴스는 생방송이 갑자기 중단됐고, 호주 국영 ABC방송사 역시 대규모 네트워크 중단으로 방송에 차질을 빚었다.




참으로 전 세계적인 IT 대란을 넘어 재앙에 가깝다. 정확한 원인은 더 파악해 봐야 겠지만, 현재까지 확인한 원인은 마이크로소프트(MS)의 클라우드 서비스에서 보안 프로그램 업데이트 도중 오류가 발생되었다는 것이다. IT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안다. 이런 종류의 프로그램 업데이트는 일상적인 것이고, 백업장치를 가져가기 때문에 이런 이유로 이렇게 큰 대란이 일어난다는 사실에 납득이 가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로 큰 피해를 입은 것은 문제가 된 업체의 서비스들이 시장 독점적 지위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MS의 애저(AZURE)는 글로벌 클라우드 2위인 데다, 이번 사태를 촉발시킨 크라우드 스트라이크(CloudStrike)는 포천(Fortune) 500 기업의 약 60%를 고객사로 거느리고 있다. 이들의 서비스에 의존하는 기업이 많은 만큼 피해의 범위가 컸다는 것이다. 크라우드 스트라이크는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본사를 둔 미국의 사이버 보안 기술 회사로 2011년 설립된 이래 클라우드 인프라에 대한 보안과 사이버 공격 대응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다.  밖으로부터 들어오는 위협을 방어해야하는 업체가 내부에서 엄청난 장애를 일으킨 것이다. 


[전 세계 공항이 마비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2년 10월 카카오의 전산센터 화재로 인해 카카오톡부터 택시호출까지 '카카오 대란'으로 혼란을 빚은 적이 있다.  이처럼 국내외 할 것없이 IT인프라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이런 종류의 대란은 서막에 불과하다고 봐야 한다. 


내가 보는 관점은 클라우드 서비스로 인한 인프라 집중과 특정 업체의 독과점으로 인한 IT 서비스는 앞으로도 이런 전란수준의 피해가 지속될 것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전 세계적으로 지난 3년간 '코로나 팬데믹'이란 전염병 대란을 겪었다. 그 당시도 전염병의 원인이 된 코로라 균을 일부러 퍼뜨렸다는 음모론이 기승을 부렸다. 이번 MS 클라우드 사태를 바라보는 일부 음모론자들은 일부러 장애를 일으켰다는 이야기를 한다.  음모론이 맞고 틀리다는 문제를 이야기하려는 것이 아니다. 현재처럼 전 세계의 기업이나 사람들이 특정 업체의 IT인프라 혹은 서비스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내부의 문제이든, 외부에서 불순 세력에 의한 공격이든, 심각한 상황을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클라우드서비스는 구름과 같은 허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클라우드 서비스란 무엇인가? 

거대한 데이터센터의 저장 공간으로 외부 이용자들이 데이터와 소프트웨어 등을 넣어 두고 필요할 때 꺼내 쓰는 것을 말한다. 과거에는 모든 저장장치가 PC에 내장되어 있는 디스크로 존재하거나, 기업들은 내부 전산센터를 이용해 서버라는 거대한 저장장치를 이용했다. 하지만 지금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구글, 애플 등 글로벌 빅테크 들이 미국과 전 세계의 거점도시에 어마어마한 전산 센터를 지어 놓고, 구름처럼 네크워크로 연결해 놓았다. 초창기에는 데이터와 프로그램 저장 용도였지만, 최근엔 기업들이 각종 시스템까지 넣어둔다. 10여 년 전부터 빅테크들이 이런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집중하고 있다는 것은 돈이 된다는 뜻이다.


독점이다. 인프라 독점, 데이터 독점, 서비스의 독점이다. 나는 2008년 라이베가스에서 일주일간 열린 '가트너 심포지엄'을 통해 처음으로 '클라우드'라는 개념을 알게 되었다. 그 당시만 해도 구름같은 이야기로 생각했다. 10여년 전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될 당시만 해도, 개인 PC에 저장하지 않고, 클라우드에 저장해 놓으면 어느 곳에 있든지, 언제든지 네크워크만 되는 곳이면, 꺼내 볼수도 있고, 저장도 할 수 있다고 달콤한 유혹으로, 무료로 저장 공간을 주었다. 기업의 담당자들에게도 과거의 전산센터를 독자적으로 운영하는 것은 인력적으로나, 서버 등 인프라가 차지하는 보관 장소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여 유휴공간까지 마련해야 하니 비용적인 측면에서도 낭비 요소가 많으니, 사용한 만큼만 과금하는 클라우드로 옮기면 비용 절감이 되고, 관리하는 데도 효율적이 된다고 사탕발림을 하였다. 


[MS를 포함 빅테크들은 어마어마한 클라우드 센터를 운영한다]


지금은 어떤가? 개인은 물론, 기업도 빅테크들의 달콤한 유혹에 넘어가 많은 업체들이 클라우스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으며, 심지어 정부에서 조차, 너도 나도 클라우드를 주문하고 있다. 정말 미친 짓이 아닐 수 없다. 마치 클라우드가 대세이고, 데이터 저장의 답인양, 빅테크의 노림 수에 놀아나고 있는 것이다. 


클라우드 서버로 데이터를 이전하고, 클라우드 환경에서 서비스를 받으면, 분명 장점도 있다. 글로벌 시대를 맞이하여 전 세계 어느 곳에 있든, 접속과 서비스가 가능하고, 물리적인 개별 데이터 센터가 필요없고, 유지관리 인력도 필요 없으며, 비용적인 측면에서 도입하지 못한 보안 소프트웨어 등 서버관리에 필요한 각종 소프트웨어를 최고의 제품으로 서비스 받을 수 있다. 처음에는 그렇다. 사용한 만큼만 과금하게 되니, 불필요한 유휴장비를 유지할 필요가 없어 비용이 절감되기도 한다. 하지만, 주도권이 한 번 클라우드 업체로 넘어가면, 점점 비용이 올라간다. 예상치 못한 비용도 발생한다. 자체 서버를 사용하면 데이터를 서버에 올리고 내려받는데 비용이 추가로 들어가, 과거에는 들어갈 일이 없는데도, 클라우드 업체는 네트워크 사용료라는 명목으로 데이터를 올리고 내릴 때마다 과금을 한다. 


실제로 삼성전자같은 경우는 야심차게 클라우드 서버로 데이터를 옮겼다가, 이런 불합리한 비용구조로 다시 자체 데이터 센터로 옮긴 경우도 있다. 일상에서도 이런 경우는 종종 볼 수 있다. '배달의 민족' 같은 배달 중계 서비스가 없던 시절에는 좀 번거롭긴 해도, 소비자나 소상공인들이 인쇄 매체를 통해 연결되고, 전화로 직접 주문하였다. 하지만 이제는 배달 앱을 이용하지 않으면 소비자나 소상공인들이 장사를 할 수 없다. 처음에는 매우 편리한 서비스였으나, 주도권이 중계 서비스 업체로 뺏긴 지금은 서로 부담해야 할 비용이 만만치 않다. 중계 서비스 업체의 배만 불려주는 꼴이 되었다. 만약 이 비용을 상품과 서비스에 투자했다면 그 혜택은 오로지 소비자와 소상공인에게 돌아갈 것이다. 


[우리의 모든 일상이 IT인프라에 종속되어 있다]


이번 MS 클라우드 장애 사태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모든 분야에서 마비되는 황당한 경우를 경험하게 되었다. 항공, 의료, 호텔, 방송, 금융 등 영향을 안 받는 곳이 없을 것이다. 일부러 일으킨 장애이든, 피치못할 사정에 의한 장애이든, 이번 사태로 심각하게 우려해야 하는 것은, 이보다 더 큰 IT인프라로 인한 대란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누군가는 지속적으로 모든 자산과 정보를 흡수하려고 할 것이고, 주도권이 한 번 넘어가게 되면 내가 혹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점점 사라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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