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오래 걸리는가?

책을 쓰려는 그대

의무감을 느낀다는 것은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그 일에 쏟겠다는 의미이며, 시간을 투자하겠다는 약속이다. 시간은 매우 소중한 자원으로, 아무리 많은 돈이 있어도 하루를 1초라도 늘릴 수는 없다. 따라서 어떤 일에 시간을 투자하기로 결심하는 것은 다른 일에 할애할 시간을 줄이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시간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그 일이 중요하지 않다는 뜻과 같다.

"얼마나 오래 걸리나요?"라는 질문은 무의미하다. 정말 중요한 일이라면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상관없다. 어떤 일이 오래 걸린다고 느껴진다면, 그것은 그 일이 우리에게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너무 오래 걸린다"는 말은 "그 시간을 투자할 만큼 중요하지 않다"는 말과 같다.

요즘 나는 도서관에서 지내며 읽고 쓰는 일에 몰두한다. 반복되는 일상이 지루하거나 귀찮지 않으며, 오히려 시간이 너무 빨리 흘러가는 것이 안타깝다. 물론 힘든 순간도 있다. 때로는 눈이 침침해져서 책을 제대로 볼 수 없거나, 손목이 아파서 타이핑이 힘들 때도 있다. 그러나 중요하고 소중한 일이기에 필사적으로 글을 쓴다.

글은 목적에 따라 제안서가 되기도 하고, 책이 되기도 하고, 블로그 글이 되기도 하고, 브런치 글이 되기도 한다. 글을 쓴다는 것은 나의 생각과 마음에 들어 있는 지식과 경험을 끄집어 내어 논리정연하게 정리하는 과정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지식 자체가 얇고, 낡은 경우가 많아 끊임없이 배우고, 새롭게 해야 한다. 그래야 온전히 글이 쓰여진다. 

책을 쓰는 일은 우리에게 중요하다. 책을 써본 사람이라면 그 일이 얼마나 많은 시간을 요구하는지 알 것이다.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종종 묻곤 한다. "책 한 권 쓰는 데 얼마나 걸리나요?" 나는 대답한다. "저도 모릅니다."

책에는 쓰는 과정에서의 모든 경험이 담겨 있다. 가족과의 일상, 출판사와의 면담, 친구들과의 대화, 내가 겪은 사실들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결국 책에는 우리의 인생 경험이 모두 담겨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책을 쓰는 데 걸린 시간을 정확히 측정할 수는 없다.

책 한 권을 쓰는 데 걸리는 시간은 중요하지 않다. 측정할 수도 없다. 중요한 것은 전혀 다른 질문이다.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인가?" 이 엄청난 비용을 들일 만큼, 정확히 측정할 수 없는 시간과 노력, 그리고 돈을 투자할 만큼, 나는 이 메시지에 얼마나 전념하고 있는가? "얼마나 걸리는가?"를 넘어 "그 일에 얼마나 전념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를 물어야 한다.

브런치를 통해 책을 출간하고 작가로 등단하는 경우가 많아져서 좋다. 최근엔 출간작가들이 릴레이 출판기념 모임을 한다고 한다. 나는 그들이 어떠한 과정을 거쳐 책이 나왔는지를 어림잡아 알기에 그 노고에 우선 경의를 표한다. 분명 그 과정에서 수많은 수정과 탈고를 하며, 출판사와 함께 고난한 시간을 보낼을 것이다. 하지만 그 고난함마저 즐거움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책을 출간한다는 자체가 행복하고, 신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얼마의 시간이 걸리는 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책이 출간되어 세상에 나온다는 자체가 중요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