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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이 스타트업을 논하다

AI시대 생존전략에 대하여

by 이상옥
AI강의01.jpg [별내에 있는 경기창업혁신공간]


10년 넘게 외부강의를 하고있는 나에게 누군가의 앞에 서서 ‘썰’을 푸는 것은 새로운 도전이며 배움이고 나눔이다. 중국 격언에 셋이 모이면 그중 한 명에게는 배울 점이 있다고 하고, 일찍이 공자님도 말씀하시길 “배우는 것은 단지 공부가 아니라 자기를 완성하는 여정”이라고 하시며 평생 끊임없는 배움을 강조하신 것처럼, 나에게 강연은 내 스스로 배움을 실천하는 여정의 하나이다.




생업을 위한 바쁜 와중에도 틈틈이 강연을 마다하지 않은 이유 두 번째는 강연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공부하고, 연마하며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과 지식을 다듬고 확장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작한 강연이 어제 있었다. ‘AI시대, 스타트업의 새로운 도전’이란 컨퍼런스 행사에서 발제 강연과 토론 및 그룹 세션을 갖는 시간이었다.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이 주관하는 행사로 별내에 있는 경기창업혁신공간에서 진행된 행사였다. 덕분에 별내라는 신도시 체험도 하고, 창업을 진행 중이거나 이미 10년 가까이 창업을 통해 어느 정도 회사의 규모를 일궈 놓은 사람들과 교류도 할 수 있었다.


주제는 ‘AI시대 스타트업은 어떻게 차별화 할 것인가?’이고, 급변하는 AI시대에 생존을 위해 대기업과 어떻게 협력하고 AI 기술은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기존의 스타트업들은 어디까지 AI시대에 적응해야 하는가? 등의 논제를 가지고 발표하고, 토론하고, 의견을 나누는 시간이었다.


AI강의02.jpg [스타트업에 종사하시는 분들의 생존에 대한 열정과 열망을 느끼는 시간이 되었다]


따지고 보면 AI는 지난 ‘22년 11월 오픈AI가 생성형 AI인 ’챗GPT‘를 공개하면서 본격화 되었다. 그 후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테슬라 등 글로벌 빅테크 뿐만아니라 미스트랄, 알레프알파, 인플랙션, 퍼플렉시티 등 강력한 생성형 AI기술을 활용한 서비스 스타트업들이 등장해 많은 투자를 받고 가치를 인정받기 시작했다. ’23년은 챗GPT의 세계적 확산을 바탕으로 생성형 AI 태동기로 본다면, ‘24년은 생성형 AI 기술이 일상생활과 산업에 더 빠르게 확산되어 본격적인 비즈니스화가 시작되는 원년이 되었고, 실제로 그러한 흐름이 ’25년까지 이어지기 시작했다.


AI가 일상의 삶을 휘젓고 있는 동안, 기업 생태계도 빠르게 AI를 중심으로 개편되기 시작했다. 이제 AI를 접목하거나, AI기술을 활용하지 않으면 비즈니스 생태계에서 도태될 위기에 처했고, 어떻게 하든 기존의 비즈니스에 AI를 적용하고 활용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때가 되었다.


그렇다면 이러한 창조적 AI 혁신의 시대에 살아가는 창작자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혹자가 말하는 것처럼 AI 도입으로 인간의 일자리가 빼앗기고, 인간이 설 자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인가? UI/UX를 담당하는 디자이너에게 물었다. 그분들은 다양한 AI 솔루션을 활용하면서 자신들의 시간과 자원의 약 30%를 절약할 수 있게 되었다고 답했다. 마치 “머리 좋고 손 빠른 후배가 한 명 생긴 것 같은 기분”이라면서, AI가 없던 시대로는 절대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AI가 일자리를 위협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가운데 전혀 예상치 못한 답을 듣자 다시 물었다. 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말했나? 그 디자이너는 말한다. ”누끼 따는 작업 아시죠? 이를테면 사진에서 배경과 인물을 분리하는 거요. 디자인할 때 누끼 딴 이미지를 써야 하는데 그게 손이 많이 가고 시간도 꽤 걸리는 작업이거든요. 그런 일로 야근을 하다 보면 ‘내가 이러려고 디자이너 됐나’하는 자괴감이 들 때도 있었어요.“ 하지만 이제는 AI가 손 많이 가고 고된 ‘누끼 따기’류의 프로세스를 눈 깜짝할 사이에, 그것도 아주 깔끔하게 해냅니다. 그렇게 절약된 시간과 에너지는 바로 디자이너의 본여의 역할, 즉 더 깊이 있는 사용자 경험을 고민하고, 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고민하고, 더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진짜 디자인’에 전념하는 것이다. 디자이너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디자이너의 일과 역할이 재정의되는 것이다.


AI03.jpg [AI로봇이 책을 보고 있는 동안, 인간은 휴대폰을 보고 있다]


우리가 어디에 집중하느냐에 따라 AI는 위협이 될 수도, 혹은 강력한 조력자가 될 수도 있다. 이처럼 우리 같은 스타트업들도 생존에 대한 위협과 걱정을 할 것이 아니라, AI시대를 맞이하여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 당장 회사 업무 포로세스를 혁신하여 단순, 반복적이고 허드레 스러운 일들은 AI에게 맡기고, 좀 더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 창출에 시간을 더 쓰고, 새로운 비즈니스를 찾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사업도 마찬가지다. 어차피 피할 수 없는 AI라면 적극적인 사업 참여를 독려해야 한다. 어느 누구도 주인이 없던 인터넷 시대에 누군가는 새로운 터전을 만들고, 개척자 정신으로 자신만의 왕국을 만들어 세상을 지배한 것처럼, 아직도 늦지 않았다. AI라는 변곡점을 맞이한 지금, ‘일’의 의미 자체가 재정의 되어야 한다. 이제는 ‘생각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 되었고, ‘창의력’이 새로운 형태의 지식이 되었다. 도구를 잘 다루는 능력보다는 그 도구를 어떤 관점으로 활용할 것인지가 더 중요해졌고, 정답을 찾는 능력보다는 문제를 명확히 정의하고, 좋은 질문을 던지는 능력이 핵심 역량으로 떠올랐다.


실행은 AI가 상당 부분 보조해주니, 우리는 그 실행 과정을 현명하게 지휘하는 역할을 맡게 된 것이다. 과거는 주로 실행 중심의 역량을 키우기 급급했는데, 이제는 ‘리더’의 세계관이 더 중요해졌다. 주어진 문제를 빨리 푸는 훈련보다, 어떤 문제가 정말 중요한 문제인지 정의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큰 그림을 그리는 역량이 훨씬 더 중요해졌다.


”문제는 기계가 생각할 수 있느냐가 아니라, 인간이 생각하고 있느냐이다.“ - 스키너 / 심리학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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