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에 친구로부터 캐치 테이블 앱을 통해 오마카세 식당으로의 초대장을 받았다. 말로만 듣던 오마카세 식당이라니..
오마카세 뜻을 찾아보았다. 주방장이 만드는 특선 일본 요리. 대부분 주방장이 엄선한 제철 식재료로 만든 요리를 코스로 손님에게 내는 것이라고 하였다.
오마카세 식당은 나에게는 비싼 요리집이어서 갈 볼 생각도 못 했는데 친구가 자신의 승진 축하 기념으로 한턱낸다면서 초대장을 보내온 것이다. 친구의 승진을 축하하는 자리에 빈손으로 가기는 뭐 해서 나는 코카서스 여행에서 사 온 아르메니아 꼬냑 “ 아라랏”꼬냑을 가지고 갔다. 아라랏 꼬냑은 얄타 회담에서 스탈린이 처칠에게 선물한 코냑이고 처칠이 가장 좋아한 꼬냑이라고 설명하면서 친구에게 승진 축하 선물로 주었다.
오마카세 가게는 번잡하지 않고 주방장을 직접 마주하는 구조였다. 전통적인 일본식 식당 풍경이었다.
주방장이 바로 앞에 있으니 처음에는 서먹했다. 곧 익숙해지니 요리사라기보다는 우리 일행 중에서 요리를
잘하는 친구 같은 느낌으로 다가왔다. 40~60센티 거리를 두고 마주하면 당연히 그럴 수도 있으리라.
가게 손님은 단 5명이었다. 우리 팀 3명과 다른 팀 2명이 오마카세 식당의 손님으로 초대되었다.
광어, 고등어. 2시간 이상 고았다는 문어요리, 다양한 신선한 재료를 얹은 스시요리(주방장님이 신선한 회 요리마다 설명을 해주셨건만 기억을 못함), 튀김요리, 푸아그라 아구의 간, 새우와 알을 넣은 오묘한 맛의 스시 등등.
계속되는 코스요리가 나올 때마다 주방장은 음식 하나하나를 설명해 주었다. 전문가가 설명하는 요리를 듣다 보니 귀도 호강하고 나의 미각도 호강했다.
그러면서 접시에 이쁘게 담는 주방장의 손길은 범접할 수 없는 장인의 손길이다.
숙달된 장인의 만든 스시와 음식 하나하나에 정성을 다하는 주방장의 모습에서 품격 있고 오감을 자극하는
요리들이 나왔다.
무엇보다도 헤벨은 오랜만에 누구로부터 대접받는 느낌, 품격 있고 격식이 있는 분위기에 일차적으로 취하고, 그에 더해 맛에 취했다.
마지막으로 일본 푸딩을 끝으로 오마카세 코스요리는 마무리되었다.
일본 푸딩 요리
주방장이 우리 팀의 분위기와 이야기를 들으면서 함께 공감해 주고, 우리의 먹는 속도에 맞추어 요리를 만드는 여유 있는 모습에서 단순히 요리를 만드는 직업의 요리사도 타인의 마음을 읽을 줄 알고 공감해야 하는 덕목을 가지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떤 직업이든지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소통하는 법도 배워야지 달인이 될 수도 있겠다 싶다.
색다른 경험을 해준 친구들에게 고맙고, 누군가로부터 대우받고 품위 있는 시간을 영위하게 해준 오마카세 가게 주방장님에게도 고맙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은 그냥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