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1달 만에 글을 쓴다.
매일이라도 글을 끄적여야 글 쓰는 실력이 늘텐데 ..
후회가 밀려오지만 퇴근하고 책상 위에 앉아있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다.
학교 개학 이후 하루가 10년 같다고 친구에게 투덜거린다.
직장에서 화장실 갈 시간이 없을 정도로 나의 체력과 정신은 소진된다.
나의 직위에 있는 분들이 가장 두려운 말이
“ 00선생님. 저 드릴 말씀 있는데요”라고 한다.
그만큼 나에게 오시는 분들은 좋은 이야기로 나를 찾지 않고
고민이나 어려움을 안고 찾거나 무엇인가를 결정해 주거나 민원을 해결해달라는 거다.
중간 직급에 있는 나는 바쁘고 외롭다.
퇴근하면 정신적 노동으로 인해 몸도 말을 듣지 않는다.
집에 와서 조용히 생각해 보면
‘그렇게 바쁠 일이 없는데.. 왜 이렇게 나는 바쁠까?’ 싶다.
가족들에게 따뜻한 저녁 밥상을 차려준지 오래다.
퇴근 이후에 글을 쓰러 컴퓨터 책상 앞에 앉아 글 쓰고자 하는 욕구가 마음과 몸의 소진
을 앞서지 못한다. 마음이 참담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감사한다. 직장을 다닐 수 있게 해주심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감사한다. 직장에서 어려운 일들을 나에게 상의해 주러 오는
분들이 있기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감사한다. 글을 매일 쓰지 못하지만 글을 쓰고자 하는 열정의
씨앗이 항상 마음에 있기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하나님께 감사한다. 눈이 보이고, 귀가 즐겁고 몸이 움직일 수 있기에
글 쓰는 일이 쉬웠다면 타고난 재주가 있어 공들이지 않고도 잘할 수 있는 일이었다면 당신은 쉽게 흥미를 잃어버렸을지도 모른다. 어렵고, 괴롭고, 지치고 부끄러워 때때로 스스로에 대한 모멸감 밖에 느낄 수 없는 일, 그러나 그것을 극복하게 하는 것 또한 글쓰기라는 사실에 당신은 마음을 빼앗겼다. 글쓰기로 자기 한계를 인지하면서도 다시 글을 써 그 한계를 조금이나마 넘을 수 있다는 행복, 당신은 그것을 알기 전의 사람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 최은영 소설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에서
라는 최은영 작가의 소설에 나온 문장이 오늘 나를 위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