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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멘트 밑바닥에 핀 꽃


우리 아파트는 수도 외곽에 위치해있다. 오래전에 지어진 아파트이다. 

 최근에 지어진 아파트처럼 지하 차장과 아파트 지상과 연결되는 

주차장도 없을뿐더러 주차공간도 빈약하다. 항상 퇴근이 늦은 나는 아파트 주차장이 없어 

아파트 근처 인근 주택이나 학원생들이 빠져나간 학원 앞에 주차한다. 


그런데 몇 주 전부터 출근할 때 보게 된 나팔꽃(?). 시멘트 딱딱한 바닥에서 다른 풀과 함께 피어난 나팔꽃이 

나의 눈에 들어왔다. 주차해놓은 차 옆에 소담스럽게 피어있어 출근할 때마다 

긴장한다. 혹여나 발로 밟아서 시멘트 밑바닥에 핀 꽃을 죽일까 봐서이다. 


                                                          딱딱한 바닥에 핀 꽃              


아침마다 딱딱한 밑바닥에 꽃이 폈구나? 하면서 출근하기 바쁘다가

주말 아침에 딱딱한 시멘트 밑바닥에 핀 꽃을 보러 간다. 


처음 꽃을 보았을 때 전원주택 집의 넝쿨을 타고 나온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시멘트 틈새를 뚫고 줄기를 타고 피어있었다. 

다른 나팔 꽃처럼  위로 올라가지 못하고 밑바닥에서 소담스럽고 

기품있게 피워있는 꽃이다. 


나는 너에게 배우고 싶다. 

누군가  떨어트린 씨앗 하나로 딱딱한 시멘트 틈새로 꽃을 피우기 위해 네가 겪어야 할 고통과 시련을

 통과하여 예쁘고 아름답게 피어난 너를 

위로 솟아올라야 하는 나팔꽃 기질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신경 쓰지 않고 너만의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는 너를


누군가를 밟고 올라가야만 성공한다는 인간들의 욕심과는 반대로  땅 밑바닥에서도 

고귀하고 기품있게 피워있는 너를 말이다. 

너를 보며  ‘ 나는 내가  있는 곳이 어디이든 기품 있고, 고귀하고 품격있게 늙을 거라고’  너를 통해

다짐해 본다. 


시멘트 바닥을 뚫고 또 꽃을 피워내려는 작은 몸부림을 보았고, 

전원주택 집 마당에 거대하게 자리 잡은 감나무에서 떨어진 감들이 추레하게 누군가에게 

짓 밟혀져 있는 모습도 보인다. 

탐스럽게 피워야 할 감이 바람이나 환경적인 요인으로 떨어진 설익은 감들과 

딱딱한 밑바닥에서 너의 색깔을 가지고 피워낸 꽃을 보니 여러 가지 생각이 교차한다. 











주말에라도 너의 옆에 주차한 나의 거대한 차로 인해 네가 하늘을 보지 못할까 봐 

어제는 집에서 약간 먼 거리인 공터에 나의 차를 주차했단다. 

그러니 오늘만큼은 꽃아! 하늘을 보고 더 활짝 웃어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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