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edy Sep 25. 2022

B2B 마케터가 하지 말아야 할 일은 뭘까?

오늘은 제 맘대로 조금 심각한 이야기~

얼마 전 기업의 한 인사부장님과 티타임을 할 기회가 있었는데요. 제가 마케터로서 HRD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만든 자리라 HR 담당자 분들의 최근 관심사나 고민에 대한 것도 여쭤보았거든요. 역시나 '리더십' 이야기가 나왔는데요. 그중에서도 '중간 관리자를 위한 지원'에 대해 어떤 것을 할 수 있을지 고민 중이라며 그 분이 꺼낸 이 말이 저를 오래도록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새로운 걸 하게 만드는 것보다, 멈춰야 할 것을 더 이상 하지 않도록 도와주는 게
문제를 해결하는 더 빠르고 쉬운 방법이라 생각해요.


왜 생각이 많아졌을까요. 이유는 제가 요즘 멈춰야 할 것이 무엇인지 명확히 알고 있음에도 멈추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게 뭔지는 글의 마지막에 나옵니다.


(오늘은 실무적인 내용이 없어요. B2B 마케팅 실무 가이드를 보고 싶은 분들은 아래에서 다른 글을 읽으셔도 됩니다.)


https://brunch.co.kr/magazine/b2bmktghustle


프롤로그 : 불편한 평화

최근 한 두 달은 지금 근무 중인 기업에서 제가 일하는 스탠스에 대해 다시금 돌아보는 시간이었습니다. 특히 올해 상반기는 일을 열심히 하고는 있는데 마음 한 켠이 불편한(?) 그런 상태로 업무를 지속해왔거든요. 그래서 결론이 나지 않은 어젠다들을 쌓아두고 자꾸만 휴가(는 사실 도망)가 가고 싶었습니다. (실제로도 안식휴가 포함 많이 다녀왔습니다..ㅎㅎ 제가 쉬는 동안 힘써주신 동료 분께 감사의 인사를.)


이 불편한 감정의 기원을 찾아가 보니, 제가 책임감은 느끼는데 이 일을 해서 무언가를 내 커리어로 가져가보겠다는... 성취에 대한 목표 없이 일하고 있었다는 걸 알았습니다. 사실 B2B 쪽으로 부서를 옮긴 건 대표님의 요청 겸 지시(?)였는데요. 선뜻 수락한 건 개인적인 목표보다는 회사를 돕고 싶었기 때문이었어요. (늘 생각하지만 저는 도와달라는 말에 너무 약한 것 같습니다.) 일을 해야겠다는 마음은 앞섰는데 B2B는 잘 모르고, 어쩌면 잘 모른다는 말 뒤에 숨어 목표 없이 그냥 일을 처리하는데 급급했던 것 같기도 해요.


가보자고~ (털썩)

아무튼 처음에는 이 회사에서 해본 게 있고 마케팅이 처음도 아니니 '일단 가보자고~'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근데 하면 할수록 B2B 마케팅 특성상 당장의 성과는 안 보이고 마감도 없는 일이니... '이거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업무 아닐까?'라는 생각을 자주 했어요. TOP은 B2B도 마케팅해야 한다고 말씀은 하시는데, 실무 레벨에서는 아직 거기까지는 생각하기 힘든 상황인 것 같았고요. 이미 그 분들은 목표가 명확하고 당장의 급한 어젠다를 처리하기 바빠서... 졸지에 중간에 낀 사람이 되어 협업의 물꼬를 트는 것부터 쉽지 않았습니다.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 그럼 나도 여기서 일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 ? 뭔가 천천히 망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리더 분과 급 1on1을 했습니다.


회사에서 저희 부서에 어떤 걸 기대하세요?


목표는 아직 모르겠고 '어떤 역할' 정도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고요. 예상은 했지만 힘이 빠졌어요. 근데 어찌 보면 당연했습니다. 이 회사는 B2B에서 마케팅을 해본 적이 없어서, 플레이북(Playbook) 자체가 없는 상황이니까요. 누구도 이쪽으로 러닝(Learning)이 없으니 마케팅 목표를 뭘로 잡아야 할지도 솔직히 분기마다 바뀐 것 같아요. 또한 플레이북이 필요하다는 사실에는 대체로 동의하나, 저희와 일하는 모두가 같은 수준으로 공감하고 있지는 않다는 게 전반적인 문제 같았어요.



"업무 주도성을 자꾸 잃는 느낌이 나요."

B2B 마케팅 허슬에 오는 분들은 종종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마케팅을 하면서 왜 자꾸 주도성을 잃는 느낌이 나는지 모르겠다고요. 좀 심한 케이스는 영업 부서가 혼자 일하는 마케터를 무시하기도 한다 하고요. 싸우는 극단적인 케이스가 아니더라도, 마케터가 비즈니스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느낌을 얻기가 힘들다는 이야기는 자주 나오는 것 같습니다.


B2B 마케팅에 대한 자료를 이것저것 찾다가 더 볼 게 없어서 요즘은 링크드인과 리멤버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글까지 읽어보는데요. 리멤버에는 B2B 마케팅을 하는데 회사에서 포지션 변경을 강요한다거나, 매출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영업 부서와 불필요한 힘겨루기를 해야 해서 그만두고 싶다는 이야기가 종종 있더라고요(1-2년 전 글). 그리고 그 게시물에는 '저도 그래서 B2C로 이직했습니다' 같은 댓글도 나와서 좀 웃프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마케팅이 B2B 세일즈를 보조하는 역할처럼 느껴져 마음이 힘들다는 이야기를 하는 마케터 분들을 만나면, 저는 영업만으로는 분명히 채울 수 없는 영역이 있고 세일즈 부서가 고객과 더 편하게 접점을 만들 수 있도록 앞단부터 제품에 대한 맥락을 만들어 준다면 비즈니스가 더 쉽고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고 답변 려왔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렇게 머리로는 아는데, 요즘도 일주일에 2-3번은 '아무도 필요로 하지 않는 일을 우리가 하고 있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합니다. '내년에도 세일즈의 지원 부서로 남는 건 아닐까?'라는 자기 불확실성에서도 완전히 벗어나기가 힘들고요.


에필로그 : 방법은 피봇될 수 있지만...

이런 얘기를 하면 '제발 불평하지 말고 문제를 해결할 생각이나 해!'라고 (특히) 링크드인에 계신 머쨍이 선생님들이 뭐라하실까봐 솔직히 이 글을 쓰는데도 많은 고민을 했어요. 그래도 저는 하고 싶은 말을 후회하더라도 해야 하는 편이라 어쩔 수가 없습니다. (무엇보다 이건 제 브런치라 여러분은 저를 막을 수 없어요.) 왜냐하면 마케터로서 이런 고민을 한다는 것 자체가 반대로 생각하면, 지금 하는 그 일을 더 주도적으로 개진하고 싶다는 의지의 표명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늘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뭘까요?


지금 하고 있는 일이 가져올 미래의 결과에 대해 의심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는 겁니다. 목표 달성에 가까이 가는 일의 방법은 매달 피봇될 수는 있지만요. 어쨌든 회사가 그 일을 여러분에게 할당했다면, 일의 목적과 유의미함에 대해서는 의심하지 않아야 해요. 무엇보다 이건 제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너무 자기 불확신에 휩싸인 요즘이라 그냥 한 번 써봤습니다. 그럼 얼마 전 읽으며 힘을 얻은 책 속의 문장을 공유하며 이만 총총.


"안 죽으면 됩니다, 대령님." 경력이란 대체로 이런 식이다. 살아남은 사람만이 말할 기회를 얻는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살아남을 수 있는가? 안 죽으면 된다. 이것은 영웅적인 동기와는 상관이 없다. 경력이란, 업계에서 살아남은 자가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그려낸 선이다. 돌아보면 길이 생겨 있지만, 걷는 순간에는 길이 아닌 곳을 헤쳐가며 발을 내딛다가 다시 뒤로 돌아가 원점에서 시작하기도 한다. 헤맨 순간들조차 돌아보면 그럴듯한 역사의 일부가 되어있다. 살아남는 데 성공해야 어디든 도달해있는 법이다. 물론 살아남기에만 골몰하면 재미없고 능력없는 고인물이 되기도 하지만. 그래도 시체보다는 살아있는 사람인 편이 낫다.

- 이다혜, <퇴근길의 마음>


http://www.yes24.com/Product/Goods/112344439


+ B2B 마케터 선생님들 리멤버썰처럼 포기하고 딴 업계로 이직하지 마세요. ^_ㅠ 모두 고민의 흔적을 선으로 만듭시다.




✅ B2B 마케팅 허슬러 신청하기 : https://forms.gle/4HVQ6maeXppHfXN3A

▶️ 페이스북 그룹 페이지 : https://www.facebook.com/groups/729590204830032

✨ 링크드인 그룹 페이지 : https://www.linkedin.com/groups/920496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