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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기로운 기자생활 Feb 13. 2021

꿈은 이룬다고 끝이 아니었다

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잃어가는 이 시국에, 스물여섯의 나는 취업에 성공했다. 내가 취직한 곳은 모두가 꿈꾸는 삼성도, 꿈의 직장이라는 구글도 아니었다. 사회인으로서 첫 발을 내딛은 직장은 스포츠 언론사였다. 


이 직장은 취직을 준비하는 20대들이 꿈꾸는 직장은 아닐지라도 최소한 나에겐 그곳은 목표이자 꿈이었다. 중학교 3학년 겨울방학부터 꿈꿔왔던 내 미래가 이뤄지는 순간. 대학교 도서관 로비에서 소리치듯이 웃었다. 


사실 합격하겠다는 기대는 1도 없었다. 대외활동을 하기 위해 몇 번 자기소개서를 써본 적은 있지만 직장을 갖기 위해 쓰는 첫 자기소개서였다. 첫 자기소개서를 후다닥 마무리하고 '경험이나 해보자'고 생각했다. 이제 막 취업 준비를 시작했고, 내 꿈이 이렇게나 쉽게 이뤄질 거라고는 생각조차 못했다. 슬슬 끝이 보이지 않은 취준생의 삶을 시작했다고 생각했을 무렵, 한 메시지를 받았다. 


서류 전형 합격하셨습니다. 00일에 면접 보러 오세요



그때 난 흔한 정장 1벌 없었다. 그렇게 면접장에 가서 꿈을 위해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보여드렸다. 아쉬움도 있었지만, 최선을 다했다는 생각과 함께 인생 첫 면접은 마무리됐다. 그렇게 3일이 지나고, 연락을 주겠다던 수요일까지 연락은 없었다. 


그때의 감정은 참 잊을 수가 없다. 이력서 제출할 때까지만 해도 기대가 1도 없었던 나는 어느샌가 경기장에서 선수를 만나면 어떤 질문해야 할지 고민하는 기자의 모습을 상상하고 있었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나라는 놈, 참 간사했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다시 도서관에 앉은 목요일 합격 전화가 왔다. 그렇게 시작한 내 꿈. 정신없었다. 모든 신입사원처럼 신입인 티를 내면서도, 최대한 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4학년 2학기까지 병행해야 했던 나로선 쉽지 않은 순간들이었다. 그래도 행복했다. 그토록 원하던 꿈을 가졌으니까. 


이 꿈을 위해 스스로 꽤나 열심히 준비했다는 점과 아직 발전해야 되겠다는 걸 깨달으면서 6개월이 순식간에 지났다. 선배들이 보기엔 나는 애송이 신입 기자겠지만 이제 나름 하루를 시작하면 머릿속으로 일과가 그려질 정도까지 성장했다. 그렇게 여유가 생기자 큼지막한 고민이 시작됐다. 


난 어떤 기자를 꿈꾸고 있던 걸까?



10년 전부터 기자를 꿈꿨지만 솔직히 고백하면 기자가 '되는' 것만 준비했던 것 같다. 어떤 기자로 성장할 것인지는 깊게 고민하지 않았다. 대학교에 들어와 본격적으로 기자를 준비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아직 기자도 아닌데, 벌써부터 뭐하러 고민해' 


닥치지도 않은 일에 대해서 걱정하지 않는 전형적인 나다운 사고였다. 어떤 기자로 나아갈 것인지를 고민한지는 이제 한 달 남짓. 아직 답은 모르겠다. 앞으로도 답을 얻지 못할 수 있겠다는 걱정도 든다. 코로나가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마당에, 출석도장 찍듯이 쾅 내 평생 직업의 미래를 단정 지을 순 없는 노릇이었다.


그 길이 틀렸을 경우에 나에게 어떤 악영향이 다가올지도 몰랐으며, 이제 난 아무런 보호막이 없었다. 어린 시절 사고를 쳤을 때 날 감싸주던 엄마에게 '나 이제 어떻게 하면 돼?'라고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이다. 점점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하고 싶다는 마음이 강해지고 있는 시기다. 사춘기에도 이런 마음은 없었던 것 같은데, 참 인생 모를 일이다. 


그래도 답을 찾아가고 있는 느낌이다



6개월가량의 기자 생활에서 '어떤 교훈을 얻었니?'라고 물어본다면 난 자신 있게 '좋아하는 일을 업(業)으로 삼길 원한다면 정말로 차분히 고민해봐야 한다'고 답할 것이다. 12시간 동안의 고된 일을 마치고 다시 좋아하는 일에 생각이 파묻히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서 이 고민을 처절하게 생각하고 있지 않다. 너무 한 생각에 빠지게 되면 주변을 보지 못할 수도 있으니까. 대신 다른 일을 이것저것 해보려고 도전하고 있다. 내 인생에서 절대로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다이어트'를 시작했으며, 지난주에는 나 홀로 만화카페에 가서 로맨스 웹툰을 정주행 했다. 나름 재밌었고, 내가 좋아하는 새로운 무언가를 찾아가는 느낌이었다. 


이런 시도가 나에게 답을 주지 못할 수도 있다. 그래서  다시 노트북을 켜고 브런치에 로그인을 했다. 이런 순간들을 잊지 않기 위해서. 2021년 27살의 내가 어떤 고민을 했고, 답을 찾기 위해서 어떻게 노력해왔는지를 기억하기 위해서. 이 기록들은 충분히 값질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렇게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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