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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정연 Mar 30. 2020

내가 경험한 쿠팡의 3WKS

디자이너로서 많은 것들을 얻은 쿠팡에서의 3주 같은 5주.

2월 17일부터 3월 21일까지, 지난 5주(원래 3주였지만 코로나로 인해 2주가 유예되면서 5주가 되었다)는 올해 들어 내게 가장 밀도 있는 시간이었다. 가장 많이 가장 오래 디자인에 대해, 나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한 시간.


쿠팡에서 보낸 3주 같은 5주를 돌아보고 그 시간을 통해 내가 느낀 것들과 성장한 부분에 대해 공유하려고 한다.



*교육의 자세한 내용은 공개하지 않는 점 미리 양해 부탁드립니다 :) 교육의 내용은 거의 배제하고 교육기간 동안 제가 느낀 것들에 대해 적었습니다.






나는 왜 쿠팡 3WKS에 지원을 했을까?


지원 당시, 나는 하고 있던 모든 일을 정리하고 취업 준비 중인 이른바 취준생이었다. 때문에, 3WKS에 지원한 이유에 대해 단순히 ‘취업할 수 있는 좋은 기회여서 지원한 거 아니야?’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취업도 물론 강력한 지원 동기에 포함되긴 하지만 그에 앞서 더 명확한 이유 두 가지가 존재했기에 3WKS에 지원했다. 내가 3WKS에 지원한 가장 큰 이유 두 가지는,


1. E-commerce 서비스에 대한 관심

2. 3WKS 강사로 들어오시는 디자이너분들께 직접 디자인을 배우고 싶은 마음


으로 정리할 수 있다.


얼마 전, “정연님은 요즘 어떤 업계에 관심이 있으세요?”라는 질문에 망설임 없이 “저는 E-commerce요.”라고 답을 했었다. 현재 쇼핑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그 중심이 많이 옮겨갔고 이커머스 시장은 갈수록 커져가고 있다. 나 또한 이제는 이커머스가 없는 삶을 상상하기가 힘든데, 그만큼 우리 삶의 아주 가까이에서 영향을 주고 있는 이 분야에 대해 자세히 들여다보고 공부해보고 싶었다. 때문에 쿠팡의 디자인을 경험할 수 있는 3WKS는 때마침 이커머스를 공부하기에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3WKS의 강사로 오시는 디자이너분들을 이미 여러 채널을 통하여 알고 있었는데, 그분들께 직접 디자인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항상 저분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떻게 디자인을 하고 계실까, 지금 나는 옳은 방향으로 디자인을 하고 있는 걸까 궁금했기 때문에 더더욱 이번에 무조건 지원을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준비를 했다. 더욱이 학교에도 회사에도 속해있지 않은 나는 스스로 부단히 움직여 성장할 기회들을 찾아야 하니까.


3WKS 모집 공고를 보자마자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일단 지원하기 위해서 포트폴리오부터 쿠팡에 맞춰 다시 만들었다. 최대한 내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지를 잘 보여주기 위해, 리서치부터 결과물까지 가장 설득력 있게 지면에 풀어놓을 수 있다고 판단한 두 가지 프로젝트에만 집중해서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


사실 프로젝트를 두 개만 넣으면서 굉장히 고민을 많이 했다. 이번 3WKS는 선발과정에서 학력과 경력, 이름 등 개인정보를 모두 제외시켰기 때문에 내가 어떤 디자이너인지 보여줄 수 있는 척도는 오로지 포트폴리오와 에세이뿐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나를 판단할 수 있는 중요한 척도가 되어줄 이 포트폴리오에 프로젝트를 단 두 개만 넣는 것이 과연 옳은 선택인지에 대하여 오랜 시간 고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개의 프로젝트만을 넣기로 결정한 이유는, 애초에 포트폴리오 분량이 20장 이하로 제한되어 있었고 그 안에서 나라는 디자이너를 보여주려면 여러 개의 프로젝트를 다양하게 보여주는 것보다 소수의 프로젝트에 집중하여 내 생각과 고민의 과정을 잘 전달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물론 3WKS에 함께한 모든 디자이너분들이 나와 같은 방식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단지 지원 과정에서 내가 했던 고민과 선택, 그 이유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적는다.)


에세이 주제는 [자신의 디자인을 어떤 기준을 가지고 성공적이라고 판단할 수 있는지 500자 내로 작성하세요] 였는데, 내가 언제 나의 디자인이 잘된 혹은 좋은 디자인이라고 생각했는지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에 대해 찬찬히 돌아보면서 고민하고 솔직하게 내 생각을 풀어서 표현하였다.


그렇게 꼬박 일주일을 모두 투자해 포트폴리오와 에세이를 완성하여 지원한 지 3일째….

3WKS by Coupang Design 프로그램의 멤버가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라는 메일을 받을 수 있었다. (갹!!!!!!!!!!!)






3WKS를 통해 나는 디자이너로서 어떤 것들을 느끼고 어떤 부분에서 성장했을까?


내가 3WKS를 하면서 가장 많이 성장했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문제를 깊고 날카롭게 파고드는 능력이다.  사실 3WKS에서 교육을 받기 전에도 나는 내가 나름대로 논리적으로 사고하고 디자인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번 3WKS를 통해서 그간 내가 해왔던 디자인의 한계와 깊이의 차이를 많이 느꼈다.


그동안 내가 해왔던 디자인은 주로 내가 서비스 기획부터 디자인까지 전부를 완성하는 형태가 많았다. 컨셉 디자인으로 남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비즈니스에 대한 고려는 하지 않아도 되었고(비즈니스, 그게 뭐죠?ㅜ) 필요에 따라 내 마음대로 서비스의 방향과 디자인을 수정할 수 있었다. 언제든 문제 해결이 쉬운 방향으로 마음대로 핸들링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는데, 3WKS에서 경험한 디자인은 조금 달랐다.


거의 사용성에만 초점을 맞추면 되었던 개인 프로젝트들과는 달리, 사용성 외에도 디자이너로서 알고 시작해야 하는 일종의 rule과 정책, 비즈니스 목표 등이 존재했다(더불어 서비스 내의 ui 각 페이지별 역할이나 기능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할 것이 많고 복잡한 만큼, 주어진 문제 상황에 대해서  깊고 집요하게 다각도로 살펴보아야만 문제가 가진 맥락과 근본적인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있었다. 파고들고  파고들어  디자인이  이렇게 나올 수밖에 없었는지  명확한 근거를 이야기할  있어야만 앞으로 나아갈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정말로, [디자인에 그냥은 없다]라는 말이 뭘 의미하는지 교육을 받으면서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그동안 내가 스스로를 논리적인 디자이너라고 생각할 수 있었던 건, 내가 주로 스스로 구축한 세계 안에서만 놀았기 때문이구나. 그동안 열심히 우물 안에서 놀았구나! 하는 걸 느꼈다.


우물 밖에서 놀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더 깊고 날카롭게 파고들어야만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데이터를 어떻게 바라보고 활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많이 배우고 성장했다.


데이터 드리븐, 말은 많이 들었지만 한 번도 데이터를 제대로 다뤄본 적이 없기 때문에 데이터라는 게 뭘 의미하는지 그 개념조차 모호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데이터를 다루는 방법을 조금은 알아갈 수 있었다. 데이터를 수집할 때부터 데이터를 통해 뭘 얻고자 하는지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수집해야 의미 있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얻은 데이터를 맹목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을 배웠다.


그래서 교육 과정 중에 과제를 진행할 때, 데이터 그 자체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나에게 주어진 데이터가 근본적으로 의미하는 게 무엇일지 그 행간을 읽어내는 데에 집중했다. 하나하나의 수치에 집중하기보다 이 수치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왜 이런 수치가 나왔는지, 다른 데이터와 연관 지어 봤을 때 어떤 인사이트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 등등 상관관계와 패턴을 통해 데이터를 읽어보려고 노력했다(내가 잘 해냈는지는 모르겠지만...?).


데이터를 찾고 분석하고 그 안에서 인사이트를 찾아내는 과정을 거치면서 같이 수업을 듣던 동료 디자이너분들께 ‘와 머리털 다 빠질 거 같아요!!’라는 말을 수도 없이 했지만, 그만큼 디자이너로서 데이터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많이 배울 수 있었다.




다양한 백그라운드를 가진 디자이너분들과 함께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는 점도 굉장히 좋았던 부분 중 하나이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선발과정에서 학력과 경력 이름 등 개인정보를 모두 제외시켰기 때문에 3wks에 함께 하게 된 디자이너분들은 정말 다양한 배경을 가지고 계셨다. 교육 과정 중간중간에 다른 디자이너분들의 디자인을 보고 함께 이야기하거나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시간이 있었는데, 그 시간들이 나에게 굉장히 많은 도움이 되었다.


배경이 워낙 다양하다 보니 나와 전혀 다른 관점으로 문제를 바라보고 사고하는 분들이 있었다. 그들과 함께하면서 디자이너로서 내가 가지는 장점과 단점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고, ‘저 친구는 저렇게도 생각하는구나. 내 관점과 합쳐지면 좋은 시너지를 만들어 낼 수도 있겠다.’ 같은 생각을 많이 했는데, 역시 다양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생각을 공유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구나 하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그리고 지금 당장 나와 같은 고민을 함께 이야기하고 토론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감사했고 행복했다.


(사실 3wks안에서 좀 더 다른 디자이너분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았으면 좋았겠다고 생각하지만, 시기가 시기인지라...ㅠㅜ)






채용 연계라는 관점에서 좋았던 부분


3wks는 단순히 교육만을 위해 만들어진 프로그램이 아니고 주니어 디자이너 채용을 목표로 만들어진 교육 프로그램이다. 교육을 하고 교육을 받는 입장임과 동시에 회사는 나에 대해서, 나는 회사에 대해서 알아가는 시간이기도 했다.


사실 그동안 주니어 디자이너로서 채용 과정을 겪으면서 답답했던 부분들이 있었다. 아무리 사전에 지원할 회사에 대해서 열심히 알아보고 조사해도 결국 그 회사에서 어떤 일을 어떻게 하게 될지에 대해서는 알기가 참 쉽지 않았다. 또한 아직 주니어인 나의 역량을 서류와 면접만을 통해서 어떻게 효과적으로 잘 전달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3wks는 회사와 지원자가 양방향으로 소통을 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드려고 노력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소통의 시도와 노력에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프로그램이 진행된 3주간 쿠팡이 어떤 철학을 가지고 디자인을 하고 어떤 방식으로 어떤 일을 하는지 직접 보고 듣고 경험해볼 수 있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쿠팡의 비즈니스적인 목표와 문화에 대해서도 접할 수 있었고, 이곳이 나와 잘 맞을지, 여기서 일을 하고 싶은지, 내가 그 일을 잘 해낼 수 있을지 등을 판단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또한 쿠팡에 나의 성향과 역량을 차근차근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도 생각한다.


그동안 내가 느꼈던 답답함을 많이 덜어준 채용 시스템이었고, 그 과정을 통하여 많이 성장했기 때문에 채용이 되던 안되던(당연히 되는 걸 바랐고 되는 게 지원자 입장에선 best이긴 하지만..!!!^^) 그 자체로 디자이너로서의 나에게 큰 의미가 있는 경험이라고 생각했다.




쿠팡에서 보낸 3주(라고 쓰고 5주라고 읽는다)가 어떻게 생각하면 참 길면서도 정신없이 후루룩 지나갔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나 할 이야기가 많은 걸 보면 후루룩 지나가는 와중에 나에게 많은 것을 남긴 건 확실한 것 같다.


교육에 참여하기에 앞서 미리 각오는 하고 있었지만, 사실 생각보다 더 challenging 했다. 교육 기간 동안 거의 매일 어렵다, 머리털 다 빠지겠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녔다. 하지만 그 challenging 함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성취감과 그로 인한 즐거움이 또 만만치 않게 크기 때문에, 교육 과정에 참여하는 내내 더 잘하고 싶고 더 제대로 배우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강의 내용, 피드백 한마디 놓치는 게 그렇게 아쉬울 수가 없었다). 그런 마음이 고된 가운데 큰 동력이 되어줘, 마지막까지 잘 마무리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글을 쓰면서 스스로도 다시 한번 3WKS에서의 경험을 곱씹고 정리할 수 있었다. 3주간 밀도 있게 배우고 느낀 것들을 앞으로 디자인을 함에 있어서도 잊지 않고 잘 적용하고 머리에 새겨나가야겠다.


내게 교육과 채용 그 이상의 의미를 남긴 이 프로그램이 지속될 수 있기를, 또 이와 비슷한 좋은 프로그램들이 많이 생겨나기를 바라면서 긴 글을 마친다.


*이런 기회를 만들어주시고 직접 지도해주신 쿠팡의 디자이너분들과 지홍님께 이 글을 통해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 정말 마지막으로, 3WKS 교육을 들으면서 내게 많은 도움이 된 책 세 권을 추천하고 글을 마무리한다.


- DATA-DRIVEN UX (기본적인 conversion, retention, funnel, CTA 등에 대해서 이해하기 좋다.)

- Microcopy (단어 하나, tone의 미세한 변화가 만들어내는 경험의 차이를 이해하기 좋다. 나는 특히 CTA나 사용자들이 주요하게 읽고 넘어가야 할 정보의 레이블을 구성하는데 많이 참고했다.)

- 꼭 필요한 만큼의 리서치 (리서치를 어떻게 진행하고 어떻게 정리할지에 대한 기본 틀을 이해하기 좋다.)


아따 색깔 이뿌다...!


이 세 권의 책은 내가 이번에 3WKS를 하면서 새로 읽은 책들은 아니고, 전부 예전에 한 번씩 읽었던 책들이다. 이번 교육 기간 동안 강의를 듣고 과제를 진행하면서 필요에 따라 다시 읽기도 하고 부분 부분 참고하기도 하였다.

(그동안 잘 체감하고 있지 못했는데, 읽었던 책들이 실제로 디자인을 진행함에 있어서 좋은 조력자로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이번에 크게 느꼈다. 부디 여러분들에게도 도움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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