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윤은 올 크리스마스는 혼자서 보내고 싶었다. 로맨틱한 영화처럼 데이트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지 않은 건 아니었다. 하지만 문득 두려워졌다. 사랑이란 건 깨지기 쉬운 게 아닐까하고.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이내 실망하고 사랑이 와장창 산산조각날 것만 같은... 하지만 그런 유리 조각같은 사랑을 쥐고서라도 다시 사랑하고 싶은 게 사람들의 마음 아닐까란 생각에 미쳤다.
-과연 영원한 사랑이란 게 있을까?
지윤은 사랑의 속성에 대해서 생각하기 시작했다. 누군가가 나를 좋아한다지만, 나라는 껍데기를 좋아하는 게 아닐까? 내가 갖고 있는 지위, 배경, 물질 등. 어쩌면 외모가 될 수도 있고... 이런 것들이 변한다고 해도 나를 계속 사랑해줄까? 어쩌면 내 숨겨진 모습을 알고 실망할 지도 모른다. 나란 사람은 그리 괜찮은 사람이 아니야라는 생각이 드니깐 자꾸만 도망가 버리고 싶어졌다. 이런 게 가면증후군인가? 잘 모르겠다.
이럴 바에는 사랑을 포기하는 게 맞을까? 사랑이 이렇게 두려운 거라면, 그냥 날 편하게 해주는 사람, 나한테 맞춰주는 사람하고 사는 게 낫지 않을까? 하지만 이내 아찔해졌다.
-그건 너무 불행할 거야.
맞아. 사랑 없는 결혼을 한 사람들이 얼마나 불행한 삶을 사는지 드라마에서도, 영화에서도 주위에서도 많이 봤잖아. 라고 지윤은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