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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방 봉사활동의 추억

by 루비


대학생 시절 공부방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그때 아이들과 자그마한 교실에서 국기 색칠하기며 콜라주, ‘창문을 열면’ 그림 그리기, 핸드벨 놀이 등을 했다.

아이들이 나를 많이 따랐는데(그래서 같이 간 선생님들이 비결이 뭐냐고 따지기도 했다.) “선생님, 너무 순하게 생겼어요.”, “샘, 목소리 변조했죠?” 이런 말들을 했었다. 수업 시작 전에는 구석에서 아이들과 공기놀이를 하기도 하고, 볼풀장에서 노는 아이들을 사진 촬영하기도 했는데 그러한 시간이 참 행복했다.


아이들은 선생님들을 ‘깡패 선생님’, ‘날라리 선생님’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교장선생님이 간식으로 고구마를 쪄주시면 동생 갖다 주겠다고 챙기는 아이들을 보면 천사같이 마음이 곱다고 느꼈다. 지역에 소외된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공부방이지만, 마음만은 너무 예쁘고 귀여운 아이들이었다.


‘창문을 열면’ 수업은 흰 도화지에 색 도화지를 덧대어서 창문을 그린 후 칼로 오려 창문 안에 자신의 마음을 표현해 보는 수업이었다. 그런데 꽃과 행복한 풍경의 모습을 그린 아이가 있는가 하면, 창문에 커다랗게 X표시를 하고 굳게 닫은 후, 알아보기 힘든 그림을 그린 아이도 있어서 마음을 아프게 했다. 그때 상담과 심리 공부에 관심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결국엔 아동문학교육을 전공하게 됐지만....)


창문을 열면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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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에는 교보문고 핫트랙스에 가서 아이들에게 줄 선물을 사비로 구입하여 하나하나 예쁘게 정성스럽게 포장하였다. 포장을 고급스럽게 잘하는 건 아니지만, 하나하나 예쁜 포장지를 골라서 깔끔하게 포장하니 뿌듯했던 기억이 난다. 선물을 받는 것도 좋지만 주는 것도 참 행복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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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핸드벨 수업을 할 때는 교회에서 아는 언니에게 부탁해 빌리기도 했다. 연습이 부족해 아이들이 놀리기도 했지만, 함께 캐럴을 부르는 시간이 즐거웠다. 수업을 마치고 교장선생님이 호빵과 숭늉을 가져다주셔서 맛있게 먹었다. 참 따뜻한 시간이었다.

수업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아이들이 쫄래쫄래 따라와 어묵과 닭꼬치를 사주기도 했다. 그러고는 수줍게 내미는 그림엽서. 삐뚤빼뚤 쓴 글씨로 “선생님, 사랑해요. 알라뷰~”하는데 너무 감동받았다. 정말, 아이들과 더 많이 시간을 나누고 함께하고 싶고 잘해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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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비밀그림 그리기를 마지막으로 봉사활동을 그만두게 되었다. 대학교 3학년이 되면서 조 모임이 많아졌고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하나둘씩 봉사활동을 그만두기 시작했다. 결국 서서히 나도 그만두게 되어 정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이때의 경험을 UCC로 촬영해 공모전에 참가했고 대상을 받았다. 상품은 PMP라서 공부방에 어린이 과학잡지를 기증하는 것으로 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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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돌아보면, 이때의 아이들 덕분에 어린아이들의 착하고 순수한 마음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어 한때 해외 봉사활동을 꿈꾸기도 했지만 여러 현실적 제약으로 포기했었다. 꼭 해외가 아니더라도 앞으로도 좋은 일들을 많이 하고 싶다.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의 모리 교수님의 말씀처럼 주는 사랑을 많이 실천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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