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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hyun May 08. 2020

휴대폰 없는 하루

어젯밤에 휴대폰을 잃어버렸다. 집도 차도 없는 나에게 휴대폰은 노트북 다음으로 비싼 물건이다. 가격뿐만 아니라 가치로 쳐도 가장 소중한 물건이라고 할 수 있다. 나의 보물 1호다. 온갖 금융 정보며 다 기억하지 못하는 인터넷 아이디와 비밀번호, 번쩍 떠오르는 아이디어 메모, 순간들의 사진, 지인들의 전화번호 등 나에 대한 모든 것이 저장된 집합체이다. 휴대폰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하니 정말 막막했다. 어젯밤에는 잠도 이룰 수 없고 한숨만 쉬었다. ‘못 찾으면 어떡하지? 다시 그 자료들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이런 생각들로 그야말로 속이 타 들어갔다.






휴대폰 없는 나의 하루는 정말 불편했다. 

- 아침부터 날 깨워주던 모닝콜

- 출근 준비를 하며 듣는 음악

- 버스와 지하철이 언제 도착하는지 알려주는 어플

- 출근길에 무료함을 달래 줄 SNS, E-BOOK과 영상 컨텐츠 어플

- 가장 중요한 연락수단인 메신저

- 회사에서 사용하는 모바일 그룹웨어

- 주식거래할 때 필요한 MTS

- 식사 후 더치페이를 하는 어플, 신용카드 대신 쓰는 페이 어플 등

이 모든 것을 이용할 수가 없었다. 뭐 좀 하려고 하면 ‘아 맞다. 나 휴대폰 없지.’란 생각이 거의 모든 행동에 제동을 걸었다. 물론 컴퓨터로 할 수 있는 일도 있지만, 책상 위의 컴퓨터와 손안에 있는 휴대폰은 편리성에 있어 비교가 되지 않는다. 이렇게 내 삶에서 휴대폰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는지는 몰랐다.






그러던 중 오후에 휴대폰을 보관하고 있다는 연락을 받고 나서는 마음의 평화가 찾아왔다. 물론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찾을 수 있다’라는 생각에 기반된 것이지만, 묘한 해방감을 느꼈다. 요즘 일부러 휴대폰 없이 사는 체험도 하는데, 이왕 이렇게 된 거 하루쯤 휴대폰 없이 지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나 혼자 원시인이 된 것 같았다. 휴대폰을 보는 사람들 속에서 나만 멀뚱히 있고, 종이 지도를 들고 길을 헤맸다. 또한 누군가 나를 찾아도 ‘휴대폰을 잃어버렸었어.”라는 방패가 있어 두렵지 않았다. 반나절 동안 생각지 못한 일탈을 즐겼다. 






이렇게 일탈을 느꼈듯이 생활 속에 깊숙이 침투한 휴대폰에 가끔 염증을 느끼기도 한다. 없으면 불안하고, 사적인 생활에 방해를 받고, 설정해놓은 각종 알람 때문에 집중력이 떨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현대인과 휴대폰은 이제 불가분의 관계가 되었다. 편리한 점이 있는 반면 그에 대한 부작용도 있다. 이점을 잘 활용하면서 너무 종속되지는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어제, 오늘의 경험으로 느낀 것은 ‘1. 나는 휴대폰이 꼭 필요한 현대인이다. 2. 중요한 물건은 잘 챙겨야 한다. 3. 갑자기 사라졌을 때 받을 타격을 줄이기 위해 백업을 생활화하고, 되도록 클라우드를 이용하자. 4. 집중이 필요할 땐 휴대폰을 멀리하자.’이다. 휴대폰이 없었기 때문에 느낄 수 있었던 것들이지만 다시는 느끼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을 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이제 얼른 찾으러 가야겠다!






2018. 7. 31.






#휴대폰 #휴대폰없는하루 #백업 #클라우드 #일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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