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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도 Jan 04. 2021

인생은 369

짝! 짝!

 인생은 369 게임. 부끄럽지만 띄엄띄엄 살아왔다는 말이다.


타고난 게으른 성격도 있지만 나는 워낙에 욕심도 별로 없고 경쟁도 싫어한다. 경쟁을 하더라도 자존심에 지는 건 또 싫어서 이기지 못할 것 같은 게임엔 아예 얼굴도 내밀지 않는다. 꼭 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면 나서지 않고 꼭 해야 하는 상황이라 해도 초조함을 애써 무시하며 느긋한 척 기다리다 코앞까지 닥쳐와야 헐레벌떡 준비한다. 잘 살고는 싶은데 매일매일을 노력하기는 싫고 놀고먹는 건 너무 유혹적이다. 잠깐 노력했는데 꽤 괜찮은 결과가 나오면 그렇게나 뿌듯하다. 자꾸만 띄엄띄엄 살게 된다. 그러니까 나는 내 인생에 중요한 3, 6, 9가 오는 때에만 급하게 손뼉을 치고 나머지 숫자들은 어떻게 흘러가던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말이다.


어렸을 때부터 나는 요행을 바랐다. 최소의 노력으로 최대의 결과가 나올 방법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매일매일의 꾸준한 노력보다는 적시적기에 맞는 노력이  현명한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렇게 해도 나는 뒤처지지 않고 충분히    있는 사람이라고 믿었다. 오늘 걷지 않으면 내일은 뛰어야 한다는데, 나는 오늘  쉬고 내일 몰아 뛰는   맞는 사람이라고. 오늘 쉬면 내일은  컨디션으로   있는 거라고. 이게 바로 프로의 컨디션 조절이라고,  바보들아.


그렇게 어영부영 살아온 나는 30대에 들어서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나는 이제 매해 손뼉을 쳐야 하는 꾸준함이 필요한 나이가 돼버린 거다. 이제 3, 6, 9뿐만 아니라 다른 숫자들도 정신 바짝 차리고 신경 쓰라니. 짧게 끓고 식기를 반복했던 양은냄비에게 오랫동안 뜨끈한 뚝배기가 되라니. 나의 정체성을 뒤흔드는 요구였다. 나는 그제야 매일 걷던 사람이 하루만 뛰는  쉽지만 하루만 뛰던 사람이 매일 걷는  어렵다는  알았다. 프로의 컨디션 조절이 아니라 형편없는 체력을 가진 아마추어의 핑계였다. 애초에 무언가를 조절한다는  꾸준히 하던 사람만이   있는 특권이었다.


꾸준함은 단순히 무엇을 한결같이 한다는 의미 이상의 힘을 가지고 있다. 매일 무언가를 해낸다는 자신감, 주변 상황에 흔들리지 않는 단단함, 쉬운 길을 가지 않겠다는 신념. 요행을 바라는 내가 품어보지 못한 감정이었다. 안타깝게도 나는 아직 무언가를 꾸준히 하는 힘을 키우지 못했다. 겨우겨우 늦지만 않게 박수를 치고 있는 모양새. 하지만 다행히 다시 시도해보는 꾸준함은 있지 않은가.


이번 2021년은  번도 아니고 박수를 연달아   ! ! 쳐야 하는 해가 돼버렸다. 올해는  손바닥을 가슴 높이까지 미리 들어 놓기를, 어떻게 하면 소리가  경쾌하게 날지 미리 연습해 두기를, 눈치 보다가 남들이   묻어가기보단 미리 나만의 박수 리듬을 갖춰놓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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