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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eamcat Feb 06. 2019

6.새들을 지키는 방법

조류충돌예방에 관한 법과 제도 도입

이전 글을 마치며 가장 많은 사고를 당하는 지빠귀류에 대한 연구자료들을 소개하기로 했으나, 자료조사와 수집, 그리고 정리를 미처 다하지 못했다. 그래서 대신에 이번 글에서 여러 곳에서 소개한 조류 충돌 예방을 위한 '팁'과 '적용기준'에 대해 자세히 다루고 있는 사례들을 소개하려고 한다. 해외 자료들을 번역하거나 인용하여 소개하는 것으로 원문 및 출처는 첨부와 링크를 연결하여 자세하고 실제적인 적용이 필요한 분들께 도움을 드리고자 했다.


글은 두 개의 부분으로 나뉜다. 하나는 각자의 가정에서 손쉽게 적용할 수 있는 팁을 소개한다. 우리가 주요 참고로 하고 있는 미국야생조류협회(American Bird Conservancy)가 발간한 '조류 친화형 건물 설계(Bird-Friendly Building Design)'에서 제시한 것이다. 두번째는 제도적으로 시행 중인 평가 및 승인에 관련된 사례로 과거 도입시기의 기준과 현재 적용 중인 내용을 소개한다.


1. 가정에서 조류 충돌을 줄이는 팁 

(Tips for Reducing Strikes at Home)

이 팁은 앞서의 기본 원리들을 손쉽게 적용할 수 있도록 단순화된 항목으로 나열되어 있다. 조류 충돌 캠페인이 한국에서도 최근 널리 확대되고 있기 때문에 여러곳에서도 이를 적용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그러므로 이 글을 읽으시는 여러분들도 가정에서 간단히 시도해봄직 하다.



충돌한 새들 (사진/하정문)

1) 새모이통과 목욕통의 위치는 유리창에서 10미터 이상 떨어진 곳이거나 1미터 이내인 곳에 두어야 한다.

2) 집 유리창 중 새들의 충돌이 잦은 곳에 위치한 실내 식물은 이동시킨다.

3) 유리창 외부에 모양이나 패턴이 있는 전사지(혹은 스티커)를 10~25센티미터 간격으로 붙인다.

4) 유리창 외부에 얇은 매쉬망이나 이와 비슷한 다른 소재를 적용한다.

5) 유리창 외부에 줄이나 끈 등을 늘어뜨려 설치한다. https://www.birdsavers.com/

6) 유리창 외부에 '콜리드이스케이프(Collid Escape)' 같은 창문용 타공 그래픽 필름을 적용한다.

7) 흰색테이프를 이용하여 수직 3센티미터, 수평 10센티미터 간격으로 붙인다. 비누자국이나 물감, 페인트로도 가능하다.

8) 유리창 반사를 막거나 없애기 위해 유리창 근처에 나무나 관목을 심는다.

9) 유리창을 더러운 상태로 유지한다: 이 상태는 그 자체로 쉽게 장애물로 인식된다.

10) 유리창 외부에 "포스트잇" 등의 메모들을 붙인다.

11) 빛 반사를 줄이는 차양이나 처마 등을 설치한다.

12) 계절에 따라 다르지만, '해질녁부터 동틀 때까지' 그리고 '3월~6월 (봄 이동기간)과 8월~11월 (가을 이동기간)'에는 불필요한 조명을 끈다.



한국 전통 가옥들은 불투명 유리창이나 창호지들을 사용했고 처마나 문막이들이 깊어서 새들이 충돌할 가능성이 거의 없었지만 최근 주택들은 디자인 및 채광의 측면에서 유리 사용이 늘어나고 지붕도 처마가 짧아지는 것이 추세다. 그렇기에 위 팁들을 신도시 주택지역 및 새로 지어지는 가옥에 적용하도록 알리는 게 중요하다. 결국 시민사회적인 캠페인과 함께 직접적으로 주민들과 소통하는 지방정부 기관들의 역할이 어느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나, 한국은 도심지 빌딩과 아파트가 많기 때문에 저층부를 제외한 중층부 이상에서 적용하기란 쉽지 않은 것들이 많다. 이런 이유로 어느 나라보다도 건축과 관련된 법과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


아래에선 법과 제도와 관련된 시행 지침을 사례로 소개한다. 사례조사로 부족한 수준이지만 여러분에게 널리 소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후에 사회적 의견수렴과 입법의 출발에 도움이 되기를 소망해본다.



2. 조류친화적 개발 평가 및 승인

토론토시는 2007년부터 시 녹색개발 표준에 '조류친화적 개발 지침'을 수립하여 제도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이 지침은 역시 미국야생조류협회(American Bird Conservancy)가 발간한 '조류 친화형 건물 설계(Bird-Friendly Building Design)'를 기본으로 하고 있으며, 후반부에 지역적 특성과 개발 관련 옵션들을 추가하여 지침으로 개발됐다.



조류친화적 개발 평가 및 승인 신청서 양식 (2007)


토론토 시는 철새의 불필요한 죽음을 예방하고자 한다. 철새의 많은 종들은 멸종위기이거나 멸종위협에 처해있기 때문에 우리 도시 지역이 가진 주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줄여야 한다. 개발자, 건물주, 관리자들에 대한 본 조류친화적 평가 시스템의 선택사항과 전략들을 신규 신청하는 개발은 물론 이미 개발된 곳들도 적용할 수 있다. 토론토시는 아래 평가들을 통해 다음과 같이 ‘조류친화적’임을 승인한다.

 

조류친화적 개발 지침(이 문서의 본문)의 이행여부를 다음의 검사 항목에 표시해 주시기 바랍니다. 

조류친화적 개발 지침들은 조류친화적 평가시스템의 "최소조건"을 요구하는 토론토시 녹색 개발 기준의 한 부분이다. 또한, 시는 조류친화적 개발 지침의 적용과 이행에 대한 혁신을 지향한다. 이런 개발에는 조류친화적 개발 지침의 내용을 포함하는 성공적인 도시계획의 일부로써, 공공예술 프로그램의 목표도 일부 달성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만약 LEED(Leadership in Energy and Environmental Design)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라면, 조류친화적 개발 지침을 포함시켜 LEED "혁신" 인증 자격을 얻을 수 있다.

화적   개발 평가 시스템의 색상 표식

황색-최소 : 조류친화적 건물로 평가되기 위한 계획에 포함되는 필수 전략들을 의미

녹색-권장 : "권장" 조류친화적 건물로 평가되기 위해 "최소" 전략에 추가되는 필수 전략들을 의미

청색-최상 : "모범" 조류친화적 건물로 평가되기 위해 "최소", "권장" 전략에 추가되는 필수 전략들을 의미


1.     유리창 처리

 1.1 유리창 처리 적용도 (조류친화적 개발 지침, 8-9쪽)

황색-최소: 지상 12*미터 내외(*9쪽의 조류친화적 개발 지침의 예외 참고)

녹색-권장: 지상 12미터 초과, 건물 전체가 처리 되진 않음

청색-최상: 건물 전체에 적용됨


1.2 유리창 처리의 종류(조류친화적 개발 지침, 10-18쪽)
시각표지나 반사방지 또는 둘의 혼용을 생성하는 전략을 조류친화적 기준에 부합하게 사용할 수 있다. 시각표지는 모양 및 패턴의 밀도가 28센티미터(최소기준) 또는 10센티미터(권장기준)보다 작아야 한다.

황색-최소: 28-10센티미터 사이의 밀도 무늬를 처리한 각각의 유리. 3.2와 함께 적용되어야 한다. (조류친화적 개발 지침, 10-16쪽) 그리고/또는 반사방지를 사용한 전략. (조류친화적 개발   지침, 17-18쪽) 3.2와 함께 적용되어야 한다.

녹색-권장: 각각 10센티미터 이하인 밀도 무늬를 처리한 유리

청색-최상: 혁신 제안. 조류친화적 개발 지침이 적용되는 어떤 창의적인 전략이 있다면 기술해주시기 바랍니다. (예시: 조류친화적 개발 지침, 16쪽)

2.     건물 외부 및 부분 조명 (조류친화적 개발 지침, 19-26쪽)

황색-최소: 효율적인 조명 가림 장치를 모든 조명 시설물에 설치해야 한다. 장식용, 광고용, 보안용 조명이 포함되며, 조명의 하향식 조정과 직접적인 상향식 조명 제거, 새어나가는 빛의 저감조치를 포함한다.

청색-최상: 건물 외관용 포커스조명과 옥상 조명 제거


3.     건물 운용 및 관리 (조류친화적 개발 지침, 27-31쪽)

 3.1. 실내 조명 (조류친화적 개발 지침, 29쪽)

황색-최소: 연결부, 이동로, 통로 등의 동작감지 조명 그리고/또는 "구역별 조절가능" 실내 조명 시스템

녹색-권장: 각 사무실의 개별 조명 스위치/동작감지 조명

청색-최상: 각 업무 공간의 개별 조명과 가림막

청색-최상: 일광시간 동안의 청소 작업 운영


 3.2 실내 녹화 (조류친화적 개발 지침, 31쪽)     

황색-최소: 실내 녹지는 인접 유리창에 처리된 모양 및 패턴의 밀도를 고려하여 해당 유리창과 간격을 확보하여 조성한다.

녹색-권장: 인접한 유리의 모양 및 패턴의 밀도가 각각 10센티미터 미만인 경우엔 간격 확보가 생략됨.


4.     공간 설계 (조류친화적 개발 지침, 35-37쪽)

황색-최소: 지표면 높이의 통풍구 창살 크기가 2X2센티미터 미만의 간격이다.

녹색-권장: 모든 열린 통풍구 창살 크기가 2X2센티미터 미만이거나 닫혀있다. 그리고/또는 부속 건물 및 유리 시설물에도 적절한 조치가 이뤄졌다. (예, 방풍책, 일광욕실, 온실 등)


토론토 시 조류친화적 개발 승인 프로그램

토론토 시는 개발자, 건물주, 관리자들이 조류친화적 개발 지침을 이행토록 장려하기 위해 승인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시 공무원에게 "조류친화적" 인증을 받으면, 건물주와 관리자는 건물에 인증을 포함하여 내놓을 수 있을 것이다. 조류친화적 인증은 환경적 관심과 인식을 증대하는 건물임을 확인시킴으로써 거래시장에서 경쟁력을 부여한다.


신청자에게는 토론토의 모든 방문자, 종사자, 거주자들을 위해 환경을 개선하는 과정을 이행한 것에 대한 시청의 감사를 전하는 편지가 발송될 것이다.


(...이하 신청인 및 신청단체 정보기입란은 생략, 첨부자료에서 확인)



첨부1) 조류친화적 개발 평가 및 승인 신청서 양식 (2007) 원문 다운로드↙

첨부2) 조류친화적 개발 평가 및 승인 신청서 양식 (2007) 한글번역 다운로드↙

첨부3) 토론토시 조류친화적 개발 지침 원문 다운로드↙


*번역 및 해석에 문제가 있는 경우 알려주시면 수정토록 하겠습니다. 




토론토시의 녹색개발 표준 (Green Development Standard)는 현재 토론토 녹색 표준 (TGS, Toronto Green Standard)로 발전했다. '조류친화적 개발'로 평가 및 승인되던 위의 내용은 현재 토론토 녹색 표준에 통합되어 인증되고 있으며 '조류 충돌 방지'와 '광공해'로 나뉘어 적용된다. 각각은 이제 단계적 평가 시스템(Tier)에 따라 최소의 요구조건을 항목별이 아닌 통합 구축을 요구한다. 개정된 표준은 기존 인증제에서 발전하여 4층 이상의 주거목적 건물, 모든 비거주형 건물, 저소득 거주 지역의 경우엔 5동 이상 규모로 지어지는 건물에 대해서 모두 1단계 (Tier1) 기준을 필수로 적용토록 하고 있다.


출처: 토론토 시청
출처: 토론토 시청


이 규정 안내서에서는 각 기준들을 그림과 함께 매우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런 변화의 요점은 10여년간 제도적으로 매우 세부적인 지침과 요구조건을 도입해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전지역적인 연구 및 데이터 수집 프로그램을 통해 지속적으로 조류 충돌 보호를 위한 노력이 미국과 캐나다 전 지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링크: 토론토 시청 조류 친화적 지침


첨부4) 다운로드(조류충돌) 

첨부5) 다운로드(광공해)


미국 내 조류충돌을 위한 제도적인 확대와 노력은 '도시조류협약 (Urban Bird Treaty)'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협약은 미국 연방 어류 및 야생생물 보호국과 각 도시들의 협력으로 맺어진다. 협약의 목적은 도시와 교외지역 조류 서식지를 보호, 복원, 확장하고 이들 지역에서의 위험요소를 줄이는 것이며, 조류와 조류서식지 보전에 대한 시민들을 교육하고 스스로 노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1999년 뉴올리언즈와의 협약으로 시작되어 2000년 시카고와 두번째 협약을 맺었다. 현재는 31개 도시가 이 협약에 참여하고 있다.

출처: 미국 연방 어류 및 야생생물 보호국

자세한 내용은 다음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미국 연방 어류 및 야생생물 보호국 '도시조류협약' 페이지.


한국의 주거안정을 위한 신도시 개발 및 도심 재개발 사업 등 중앙 및 지방정부의 정책방침들이 당최 왜 이런 방향으로 갈 수 밖에 없는가에 대한 의견을 여기에서 따로 밝히지는 않겠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개발 위주의 정책이 이뤄지는 지금의 사회적 흐름 속에서 야생생물과 이들의 서식지가 받는 위협은 날로 늘어간다는 것이 명확한 현실이다. 빌딩과 아파트 등 조류 충돌의 위험이 증가한다는 사실 역시 이에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개발 속에서도 인간과 공존할 수 있는 최소한의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게 시급한 조치일 수 밖에 없다.


토론토시의 사례를 필두로 다년간에 걸쳐 발전한 미국과 캐나다의 법과 제도들을 면밀히 따져 한국의 야생생물 서식환경에 맞는 법적, 제도적 환경이 하루빨리 갖춰지기를 바란다.


글/사진

김동윤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야생동물유전자원은행 연구원)

하정문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행동 및 진화생태연구실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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