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조류 사고 원인 2위, 유리창 충돌
유리는 새나 사람 모두에게 안 보일 수 있다. 사람들은 시각 단서와 맥락 같은 경험을 종합하면서 유리의 존재를 학습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종종 사람들도 유리나 거울에 부딪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새들은 사람과 같이 학습된 신호들을 사용할 수 없다. 그래서 대부분의 새들이 유리를 처음 맞닥뜨려 그들의 최고속도로 충돌할 때 매우 치명적이다. 얼마나 많은 수의 새들이 유리로 인해 다치고 죽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문제는 매우 큰 규모라는 것과 너무나도 많은 죽음이 알려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매년 1억에서 10억 마리 정도로 추정한다.
비교적 딱딱해 보이는 과거의 장방형 건물들은 이제 투명한 유리로 치장된 건축물들로 변화했다. 유리 공학기술이 비약적으로 발달한 데에 따른 변화다. 1900년대 초에 대량생산이 가능해진 유리판의 출현, 1950년대에 발명된 플로트 유리(고급 판유리, float glass)는 현대 유리창에 판유리가 대량으로 사용되게 했다. 1980년대에는 생산방식과 건축기술이 발달하여 유리를 외장재로 사용하는 오늘날의 고층건물을 가능케 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자연선택설에 따라, 대게 약한 개체들이 죽는 자연적인 사망 요인은 자연스러운 순리다. 그러나 '유리창 충돌'은 살아서 자손번식이 가능한 강하고 건강한 새들을 죽게 한다. 인위적 요인이기에 이것은 비지속적이며, 예방 가능하다.
그러니 예방을 위해, 유리의 위험요소를 살펴보자.
유리는 '보는 각도, 안과 밖의 광량 차이, 계절, 날씨, 시간'에 따라 매우 다르게 보일 수 있다. 이런 요인들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유리를 거울이나 어두운 통로처럼 또는 투명한 것처럼 보이게도 한다. 인지적인 측면에서 사람은 실제로 유리를 "보는" 것이 아니라 창문틀, 지붕, 문과 같은 맥락을 통해서 알아차린다. 그러나 새들은 이런 건축적인 신호들을 장애물이나 인공적인 환경의 표식으로 인식하지 않는다.
구름 낀 날씨에서도 투명한 유리를 밖에서 보면 반사율이 높을 때가 많다. 거의 모든 종류의 건축자재로써 각종 유리들은 특정한 조건에서 친숙한 하늘, 구름, 서식지들을 반사하여 새들을 끌어들인다. 새들은 반사된 서식지로 날아가려고 하다가 유리에 충돌한다. 식생이 반사된 경우가 가장 위험하지만 반사된 건물이나 통로를 향해서도 날아가곤 한다.
새들은 유리 반대편에 보이는 앉을 곳, 식물, 음식, 물, 미끼 등에 접근하려고 하다가 투명한 유리창에 부딪힌다. 새들은 유리 반대편으로 가는 길이 막혀있지 않다고 인식한다. 그래서 건물을 잇는 유리로 된 구름다리, 식물이 있는 아트리움 주변의 유리벽, 건물 모서리의 창문 접합점, 야외에 설치된 유리난간과 통로 칸막이들은 위험하다.
새들은 일상적으로 나뭇잎이나 가지 사이, 둥지의 구멍과 같은 작은 공간들을 지나 날아다니기도 한다. 유리는 특정한 빛 조건에서 검게 되면서 마치 빈 공간처럼 "통로"의 형태로 보일 수 있다. 그런 경우에 새들은 이곳을 날아서 지나가려고 한다.
모든 장소와 건물들은 충돌 위험요인들의 어떤 조합으로 특징지어질 수 있다. 위험한 디자인적 요소들은 변경되어가야 할 것이고 새롭게 지어지는 건물들에서 배제돼야 한다. 하지만 건물의 입지와 같이 새들의 서식지 선정, 이동경로, 지역 생태학, 지리학에 연관된 변경 불가능한 요인들이 있는 경우는 매우 곤란할 수밖에 없다.
어떤 건물이 가진 상대적인 위험도는 '유리에 노출되는 정도, 사용된 유리의 종류, 디자인적인 함정 유무 등'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미국 맨해튼에서의 조사 결과를 토대로 한 클램(Klem)의 연구에 의하면, 건축물의 외장재로 투명하고 반사되는 유리를 사용하는 면적을 10% 늘릴수록 새들이 유리와 치명적인 충돌하는 횟수가 봄철에 19%, 가을철에 32% 증가한다고 한다.
건물에 사용된 유리의 종류는 중요한 요소다. 특히 반사 유리는 주변 환경을 반사해서 건물을 지역과 "혼합"시키기 때문에 이런 건물은 새들에게 매우 치명적이다. 반사 유리는 항상 주변을 반사하여 새들은 반사된 하늘이나 나무 같은 서식지와 비슷한 반사체들을 현실로 착각한다. 무반사 유리인 경우에도 시간, 날씨, 보는 각도, 그리고 다른 변수들에 의해서 반사율이나 투명도가 매우 높아진다. 착색유리 역시 충돌률을 낮출 수는 있지만 효과는 아주 조금뿐이다. 반사율이 낮은 유리가 어떤 환경에서는 덜 위험하긴 하지만 새들이 날아가려고 하는 어둡게 보이는 "통로 효과"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효과는 크게 반감된다.
주거용이든 상업용이든 건물의 크기에 상관없이 모든 건물에서 어떤 표식도 되지 않은 유리는 새들에게 위험하다. 단지 일반적으로 건물의 크기가 클수록 사용되는 유리의 양도 늘어나기 때문에 큰 건물의 위험도가 더 클 수밖에 없다. 나무나 주변 환경을 반사하는 모든 건물의 저층부가 가장 위험하다는 사실은 이제 통설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므로 건물의 40층까지는 충돌 예방 조치들이 반영되어야 한다. 포틀랜드의 자발적인 내부 기록에 의하면 19층, 21층에서도 충돌이 보고되었다.
건물이 향한 방위는 충돌의 원인과 관련이 없다. 그러나 건물의 유리가 면한 곳이 식생을 반사하는 방향이라면 건물의 위치가 문제가 된다. 노출부나 통로 등 물리적인 형태들은 새들을 유리로 끌어들일 수도 쫓아낼 수도 있으므로 설계 초기단계에 고려돼야만 한다.
유리로 둘러진 앞마당은 식물이 많이 심어진 경우에 새들에게 심각한 함정이 될 수 있다. 새들은 이런 장소에 이끌린다. 그리고 나중에 유리벽에 반사된 상을 향해 곧장 날아서 떠나려고 한다. 특히, 유리로 된 구름다리, 야외의 난간, 건물 모서리의 유리벽, 직각으로 된 창문이 위험하다. 이런 구조물들은 유리에 비친 반대편의 하늘이나 서식지를 보여준다.
겔브와 델레크레타즈(Gelb and Delecretaz)는 2006년의 연구를 통해, 관목과 나무들이 반사된 창문에서 인도나 풀이 반사된 창문보다 더 많은 충돌이 일어난다고 밝혔다. 실제로 존재하는 식생임을 5~15미터 정면에서 구별할 수 있는데 비해 반사된 식생은 훨씬 먼 거리에서 보인다. 건물 주변의 식생이 많은 새들을 빈 공간으로 모이게 하고, 반사된 식생은 더 많은 새들을 불러들인다. 반사된 식생의 키 큰 나무와 관목들을 보고 멀리서 빠른 속도로 날아온 새가 유리로 날아드는 것은 치명적인 충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최근 연구를 보면, 제대로 디자인된 옥상정원은 기능적인 생태계로 역할하여 새들에게 먹이와 번식지를 제공한다고 한다. 하지만 서식지 요소들을 포함하는 옥상정원은 종종 별도의 충돌 예방 표식이 되지 않은 유리 근처의 높은 지대로 새들이 모여들도록 한다. 옥상정원 주변의 유리로 된 것들은 새들의 보호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새로운 LEED 조류 충돌 방지 인증에서는 이런 지붕과 인접한 1 개층의 유리 구조물을 위험성이 높은 1군으로 지정하고 있다.
새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유리창의 위험성. 서식지 파괴 다음으로 큰 조류 사망의 원인이다. 이런 인위적 위협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면, 이제 우리는 해결방안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김동윤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야생동물유전자원은행 연구원)
하정문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행동 및 진화생태연구실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