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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eamcat Oct 01. 2018

1.미국과 한국의 보전프로그램

조류충돌 예방에 앞서, 정책과 제도 훑어보기

“철새에 관한 도시 보전 조약에 참여하는 것은 철새의 보호와 보전에 관한 (포틀랜드의) 장기간의 노력을 보여줄 것입니다. 이 프로그램은 새들이 도시 경관의 중요한 요소란 것을 확실하게 …(중략)…  관리와 책임의 의미를 점진적으로 스며들도록 할 것입니다.”


2003년 미국 포틀랜드에서는 주목할만한 변화가 있었다. 미국 야생동물보호청(United States Fish and Wildlife Service, USFWS)의 철새에 관한 도시 보전 조약(the Urban Conservation Treaty for Migratory Birds)에서 철새 개체군을 위한 지속적인 관리를 약속하는 법적인 기반이 도입됐고, 이에 따라 미국 야생동물보호청으로부터 요청받은 자발적인 조류 친화적 건축 지침서의 작성이 이뤄졌다.


한국의 경우, 환경부의 '철새 보전을 위한 가이드라인(2012)'를 참고하면, "... 철새도래지에서의 낚시, 탐조 및 지역축제의 일환으로 개최되는 행사가 먼 거리를 이동하는 철새 및 철새가 휴식하는 철새도래지에 미칠 수 있는 방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기본방향을 제시..."한다고 다소 수동적 혹은 소극적인 어조로 밝히고 있다. 한국은 러시아, 일본, 중국 등과 철새보호협정을 체결하고 동아시아-대양주 철새 이동경로 파트너쉽(PARTNERSHIP for the EAST ASIAN-AUSTRALASIAN FLYWAY, EAAFP)*에 참여하는 등 철새보호 및 보전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철새도래지의 행정구역을 위주로 변화가 일어나고는 있지만 철새보호와 보전을 구체적으로 명시한 법률이나 지침은 거의 없는 현실이다.

중백로 (사진:하정문)


*동아시아-대양주 철새 이동경로 파트너쉽

(PARTNERSHIP for the EAST ASIAN-AUSTRALASIAN FLYWAY, EAAFP)

2002년 지속가능성 발전 세계 정상회의 발의안에서 채택된 자발적, 비형식적 국제기구로 동아시아-대양주 철새 이동경로 전반의 철새와 서식지 보존을 위해 2006년 설립. 동아시아-대양주 철새 이동경로 상에 있는 22개 국가 중 호주, 인도네시아, 일본, 필리핀, 러시아, 싱가포르, 미국, 중국 등 15개국이 가입하고 있다. (출처: EAAFP홈페이지)



포틀랜드의 사례를 자세히 보자. 포틀랜드는 공원과 자연 구역, 다리에 둥지를 튼 매, 생태지붕, 자연경관들로 잘 알려져 있다. 수 천명의 포틀랜드 시민들은 9월이면 밤마다 '복스 칼새(Vaux’s Swift, 북미 칼새의 일종)'들이 굴뚝의 보금자리로 돌아가는 장관을 보기 위해서 채프먼(Chapman) 초등학교의 언덕에 모인다. 또한, 수 백명의 집주인들은 야생동물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 '뒷마당 서식지 인증 프로그램(Backyard Habitat Certification Program)'에 등록하고 도시의 서식지들을 연결하려고 정원을 개선하고 있다. 이들은 식물들을 수분시키고, 병해충을 억제하며, 씨앗을 멀리 퍼뜨리고, 휴양과 관광수입을 증대시킴과 동시에 인간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들을 새들에게 의지하고 있다고 믿는다.


사진출처 : Swifts' migratory behavior may have conservation implications

Vaux's Swifts like these roots in chimneys during their annual migration. Credit: J. Garner


포틀랜드 지역에는 그레이트블루헤론(Great Blue Heron, 미국 왜가리의 일종)부터 갈색벌새(Rufous Hummingbird)를 아우르는 209종의 주목할만한 새들이 서식하고 있다. 어떤 새들은 연중 관찰되는 텃새로서 도시의 삶에 잘 적응했다. 또 어떤 새들은 단지 지나가는 새들로서 태평양 비행경로를 이용해서 북쪽에서 남쪽으로 이주한다.


미국에서는 1970년대에 조사가 시작되었다. 그 결과, 새들이 당하는 사고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건축물임을 알게 되었고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조류 친화적 건축 지침은 종합적이고 지속 가능한 도시 계획의 필수적인 요소라는 게 공통된 인식이다. 샌프란시스코, 뉴욕, 토론토, 시카고, 미네소타 주 같은 곳에서는 이미 강제적 또는 자발적으로 조류 친화적 건축 가이드라인을 도입했다. 포틀랜드의 지속 가능한 계획 수립 노력에 조류 친화적 건축 가이드라인을 포함시키는 것은 기후변화 사업계획, 분수계 관리 계획, 도시 산림 사업 계획, 회색에서 초록까지, 생태 자치구 계획, 포틀랜드 조류 아젠다와 같은 다른 도입된 계획들을 촉진시킬 것이라고 한다.


미국 포틀랜드의 조명끄기 프로그램 (출처-좌:오듀본협회 홈페이지, 우:픽사베이)


'오듀본 포틀랜드 자발적인 조명 끄기 프로그램(Audubon’s voluntary Lights Out Portland program)'은 2050년까지 탄소배출을 80% 줄인다는 도시의 기후 사업계획과 잘 맞아떨어진다. 나아가 미국 각종 기준에 생태계 수준의 고려가 반영되는 큰 진보가 이뤄졌다. '조류충돌 방지 시험인증 55(Bird Collision Deterrent Pilot Credit, 2011년 10월 14일 도입)'에 기인한 미국 녹색건축위원회(US Green Building Council)의 LEED 표준(Leadership in Energy and Environmental Design)의 발전은 광공해 저감 시험인증(Light Pollution Reduction Pilot Credit)과 함께 녹색 건축 운동의 선두주자들이 녹색 건축물들에서 새들에 대한 안전성 또한 반드시 보장해야만 한다는 강력한 증거이기도 하다. 이와 같은 각종 프로그램과 기준들의 사례를 후에 다시 자세히 소개하려고 한다.


한반도는 철새 서식지 및 중간 기착지로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국제 조류학계에 따르면 한반도는 동아시아-대양주 하늘길(EAAF, East Asian-Australasia Flyway)에 위치한다. 이 경로를 따라 이동하는 대부분의 조류들은 발해만과 서해를 주요 중간 기착지로 삼고 있어서 병목 현상이 나타난다. 특히 철새들 중 물새들의 대부분은 갯벌에 먹이공급을 의존하므로, 서해연안의 대규모 갯벌과 습지 및 인적이 드문 섬들은 중간 기착지로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런 이유로 서해연안에는 많은 철새도래지와 서식지 보전구역, 습지보호구역이 지정되어 있다. 하지만 탐조 및 철새 관광이 활성화되면서 매년 10월 말부터 이듬해 3월까지 수많은 탐조객들이 방문하고 있으며 서해연안의 대규모 공업화와 간척사업으로 서식지가 크게 감소하면서 철새들의 스트레스 증가와 개체수가 감소가 지속되는 실정이다


그림출처:크리스티나 랄슨 (Christina Larson)



해외 철새 및 야생조류 보호, 보전 프로그램들이 법률적으로 서식지의 보전을 규정하고 해당 지역 거주민들이 자발적 환경보호 및 보전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독려하는 것과 달리, 한국에서는 서식지 보전과 야생조류 보호에 노력은 기울이지 않으면서 멸종위기종 복원 사업 및 생태관광산업 개발을 위한 관광객, 숙박 및 요식업소, 국제회의 유치 등 실적위주의 사업에 치중하고 있다. 정부 및 공공기관들의 노력은 멸종위기종 복원뿐만 아니라 현재 한반도 철새도래지 보전과 확대 방안 마련에도 주의를 기울여야하며 이를 통해 야생조류 산란지 확대, 개체수 증가, 밀렵/농약살포 단속 등 보호, 보전과 관련된 실제로 보이는 수치 성과를 달성할 필요가 있다.


다행히 한국도 2006년경 야생동물구조센터들이 본격적으로 개소하면서 야생동물들의 사고에 대한 개괄적인 데이터들이 축적될 수 있었다. 2013년에는 부산시에서 처음으로 건축물에 조류 충돌 방지대책 조항을 삽입한 '부산시 건축위원회 심의기준'을 개정하는 등 세부적인 기준에 대한 변화도 일어나고 있다. 앞서 소개한 미국 녹색건축위원회(US Green Building Council)의 LEED 표준(Leadership in Energy and Environmental Design)과 비슷한 것이 한국의 '녹색건축 인증제도'이며,  토지의 생태적 수준, 에너지와 환경오염, 물 순환, 생태환경 등에 대한 다각적인 평가를 통하여 인증이 진행되고 있다. 미국 USGBC LEED Green Building Rating System과 세계 최초의 친환경 건축 인증제도라고 불리는 BREEAM for offices를 참고하고 있으며, 교토 협약이나 몬트리올 의정서와 같은 국제협약의 조치들을 포함하고 있다. 그렇지만 조류충돌 방지 또는 광공해 저감과 같은 구체적인 방안들을 제시하는 세부 인증의 부분에 있어서는 그 도입이 미비한 부분들이 있는 현실이다.


곧 소개할 지침들은 미국 조류 관리단(American Bird Conservancy)의 조류 친화적 건축 디자인 초안(Bird-Friendly Building Design template)의 수정본으로서, 이는 뉴욕 오듀본 협회(Audubon Society)에 의해서 처음 만들어진 지침들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건축가, 설계자, 디자이너, 지방 관청 및 주택 소유주들의 자연에 대한 이해도를 증진하고 표시되지 않은 유리가 새들에게 어떤 위협이 되는지 보여주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도시개발과 맞물려, 이 안내서의 내용을 소개함으로써 새로운 건물의 건축, 보수 및 기존 건축물을 리모델링하는데에 이제는 필수적인 자료를 제공할 것이다. 혁신적인 건축 디자이너들 사이에서 조류 친화적 디자인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게 되면 생태적이고 화려하며 심미적인 목표를 예술적으로 달성하는 괄목할만한 조류 친화적 건축 디자인이 탄생할 것으로 기대한다.

원본링크 : 미국 조류 관리단(American Bird Conservancy)



김동윤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야생동물유전자원은행 연구원)

하정문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행동 및 진화생태연구실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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