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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eamcat Sep 24. 2018

0.시대의 과제:야생동물과의 공존

충돌로 죽어가는 새들을 지켜내는 우리의 실천에 앞서...

도심에 서식하는 야생조류가 늘어났다.

그리고 도시에서 새들이 당하는 사고도 늘어났다.


야생동물이 도시에 산다는 아이러니는 도시에서의 삶을 택한 인간에게도 야생동물에게도 슬픈 운명이 아닐 수 없다. 이 전 지구적인 운명은 이제 ‘지속 가능한 개발’의 담론을 넘어  자연과의 공존을 실현해야만 하는 시대를 마주했다. 지속 가능한 발전의 개념은 1987년 세계환경개발위원회 브룬트란트 보고서*의 선언에서 시작된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그 정의는 매우 늘어나 40여 개 이상에 달하게 되었고, 그 면면을 들여다보면 각기 다른 이해관계와 결부되어 각자의 권리 주장을 위해 이용되어 왔음을 보여준다. 존 S. 드라이제크의 '지구환경 정치학 담론'에서는 지속 가능한 발전이 모든 곳에서 '환경주의가 기업의 이윤과 경제성장에 분명히 이롭다.'라는 것을 증명해낼 수 없다면,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정리한다. 그렇기에 이제는 한 물 지난 '지속가능성'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야 한다. 세계적인 멸종 추세를 막기 위한 시대적 과제는 예방과 치료의 병행을 필연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정부 중심의 환경정책과 행정이 가지고 있는 한계를 뛰어넘어 기업과 개인의 과제로서 당면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건물 유리창에 부딪힌 새 (사진:하정문)


*1987년 세계환경개발위원회 브룬트란트의 보고서

"본질적으로 지속 가능한 발전은 자원의 이용과 투자의 방향, 기술발전의 지향, 제도적 변화가 모두 조화를 이루고 인간의 필요와 열망을 충족시켜주는 현재적 가능성과 미래적 잠재 능력을 동시에 증진시켜줄 수 있는 변화의 과정”


원문

"In essence, sustainable development is a process of change in which the exploitation ofresources, the direction of investments, the orientation of technological development; andinstitutional change are all in harmony and enhance both current and future potential to meethuman needs and aspirations."






본편에서는 실천적 노력의 일환으로 '새'를 다뤄보려고 한다. 조류는 도심에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야생동물이다. 조류는 도심에서 가장 사고를 많이 당하는 야생동물이기도 하다. 그런 슬픈 운명에 처해있는 ‘새’들을 주제로 공존의 방안을 다뤄보고자 한다. 2018년 2월, 국립생태원에서 '야생조류와 유리창 충돌'을 펴냈다. 이 도서는 2015년 미국야생조류협회(American Bird Conservancy)가 발간한 '조류 친화형 건물 설계(Bird-Friendly Building Design)'의 내용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국립생태원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다운로드할 수 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최근 조류충돌이 주목을 받아 보도되기도 하고 소셜미디어 상에서 정보를 공유하고 시민참여형 조사가 진행되는 등 많은 진전을 이루고 있다.


실천적 노력, 특히 개인의 관심과 노력은 중요하다. 지금의 한국 사회는 애완동물이 아닌 반려동물과 더불어 살게 되었고 ‘동물권’을 논의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반려동물은 물론이고 가축과 야생동물에게도 드디어 권리 증진의 기회가 도래했다. 생태계에 공존하는 다양한 생명을 존중하는 것, 그들의 권리를 인정하는 것은 인류가 살아남고 개인이 행복해지는 이유와 멀지 않다. 이는 생태감수성을 함양하는 과정이다. 작게는 인간이라는 ‘사회적 동물’이 세상과 교감하는 방법을 학습해나가는 사회화의 과정이고, 크게는 경제성장과 개발로 점철된 도시에서의 삶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도시인들이 누적된 스트레스, 우울, 공격성으로부터 눈 돌려 여유와 안정을 찾도록 하는 행복추구의 과정이다.


꼬까참새 (사진:하정문)


'조류충돌', '버드 스트라이크'에 대한 관심은 의미 있는 활동의 시작점임이 분명하다. 현대인들이 야생조류와 공존하며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다. 시작점에서 우리는 유리창에 부딪혀 죽고 다친 생명을 봐야만 하는 아픔을 먼저 공감해야 할지도 모른다. 아픔을 공감해야만 바꿀 수 있다. 더 이상 새들이 비명횡사하지 않고 아름다운 깃털을 뽐낼 때, 재잘거리며 지저귈 때, 힘차게 날아오를 때가 뿌듯할 희망을 가지며 이 글의 시리즈를 시작하고자 한다. 우리의 작은 첫 발걸음으로 현대인들이 ‘나’와 ‘너’는 물론 ‘우리’를 공감하는 여유를 가질 수 있기를, 나아가 공존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


구성은 다음과 같다. 미국야생조류협회(American Bird Conservancy)가 발간한 '조류 친화형 건물 설계(Bird-Friendly Building Design)'의 번역 내용을 기본으로 소개하고, 조류충돌에 대한 국내 연구 사례를 간단히 다룰 것이며, 이외에 활용 가능한 참고자료들을 안내하려고 한다. 이어질 본편의 내용은 국립생태원 출간 자료를 그대로 이용할 수 없어 '조류 친화형 건물 설계(Bird-Friendly Building Design)' 2011년 판을 기본으로 2014년경 번역 완료한 것을 소개하니 갱신된 최신의 자료는 국립생태원 자료를 이용하시길 추천한다. 가장 빈도가 높은 조류의 유리창 충돌을 주요하게 다룰 예정이나, '새'들은 유리창 외에도 항공기나 전선에도 빈번하게 부딪혀 죽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매주 월요일 게시되는 시리즈로 게시할 예정입니다.

학생을 바라보는 선생님의 입장으로 틀린 내용이나 최신의 내용이 있다면 언제든 너그러운 마음으로 지적해주면 감사하겠습니다.


김동윤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야생동물 유전자원은행 연구원)

하정문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행동 및 진화 생태 연구실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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