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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eamcat Oct 15. 2018

3.유리창 문제의 해결방안

새들이 유리를 피하게 하는 다양한 방법

앞서 유리창의 위험한 특성들을 살펴봤다. 그리고 역시 앞서 다룬 것과 마찬가지로, 유리는 인위적 위험요인이기 때문에 충분히 위험요인을 제거하고 예방할 수 있다. 우리는 이런 노력을 통해 조류친화적인 건물의 기준들을 만들어가야 한다. 조류친화적인 새로운 구조물들의 발명은 혁신적이고 지속가능하며 가치중립적인 특징을 가지게 될 것이다. 지역별로 다른 자연환경, 다른 기존 건물들과의 조화, 심미적 측면과 기능적 요구들은 매력적인 건축물을 만드는 데에 좋은 영감이 되리라 생각한다.




새들의 안전보장을 위한 요구사항은 몇 가지 단순한 기준을 가지고 있다.

1. 5 x 10 규칙 - 새들은 높이 5cm, 너비 10cm 이하인 곳으로는 날아가려고 하지 않는다.

2. 이 규칙을 적용한 패턴의 밀도가 한 유리창 면적의 최소 5%씩만 되어도 충돌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인간을 대상으로 한 시각연구의 결과들을 보면, 손실된 시각정보를 보완하기 위해 부분적인 상들을 보완하려는 과정에서 충돌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런 분절된 시각의 연결과 뇌에 의한 보충과정들을 볼 때에, 새에게도 유리창에 표식이나 패턴을 적용하는 것이 시각정보의 손실을 최소화하여 장애물이 있다는 경고를 가능케 한다.


기본이 되는 기준을 알았으니, 이제 적용법과 각종 도움이 되는 것들을 보자.

모두가 쉽게 적용가능한 방법부터 소개한다.


1. 페인팅


출처: 야생조류 유리창 충돌 페이스북 그룹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물감으로도 일정 간격으로 패턴을 그림으로써 적용할 수 있다.


2. 실과 줄


출처: https://www.birdsavers.com/

유리창 앞에 간격이 10cm 이하로 줄을 엮어서 늘러뜨리는 방법

한국의 경우, 대형/중형/소형을 가리지 않고 새들의 유리창 충돌에 대한 데이터는 매우 빈약하다. 매일 같이 얼마나 빈번하게 그리고 우리 근처에서 유리창에 새들이 부딪혀 죽고 있는지 알고 싶다면, 페이스북의 '야생조류 유리창 충돌' 그룹에 가입해 보시라. 깜짝 놀라게 슬픈 현실을 마주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일상적으로 적용가능한 쉬운 방법들을 스스로의 집과 사무실에 적용하는 건 중요하다. 미국의 경우, 대체로 큰 규모의 빌딩을 상대로 데이터가 수집되었고 해결방안 역시 상업적 규모에서 언급된 것들이 대다수 였으나, 인구의 규모와 거주 밀도들을 종합해 볼 때, 작은 규모의 건축물들이 갖고 있는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1993년 북미의 거주용 주택을 조사한 던(Dunn)의 연구에서는 가정당 0.65~7.7마리의 새들이 매년 죽는다고 밝히고 있다. 단층, 복층 주택들은 높이가 대부분 약 12미터 이하이며, 이 높이는 조류 충돌 고위험 지대이기도 하다. 주택들의 근처에는 대개 식물들이 심어져있고 이들은 창문에 반사된다. 여기에 조경, 새먹이통, 새목욕통들의 시설들을 정원에 새들이 모이게 하는데, 자칫 반사된 식물로 새들이 향하게 할 여지가 크다. 이에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새로운 조류 안전 빌딩 기준을 도입했다. 나뉘어져 있지 않은 약 7제곱미터 이상의 유리가 설치된다면, "큰 유리"의 기준에 속하게 되고 이런 유리 중 95% 이상에 대해서 절반이상의 면적에 충돌방지를 위한 치장조치를 하도록 한다.


3. 전사지 (데칼)

한국에서는 전사지 방식은 흔히 알려진 예방법이다. 보통 아래의 사진과 같은 맹금류스티커를 유리창에 부착하는 방식이지만, 효과는 매우 저조하다. 새들은 맹금류 전사지를 포식자로 인식하지 않고 단지 주변을 날아가는 장애물로 인식한다.


출처: 야생조류 유리창 충돌 페이스북 그룹


이런 전사지를 5 x 10의 규칙에 따라 적용한다면 효과적이다. 새들을 사랑해서 나중에도 붙이려고 대량 구매했다면 당장 창문에 다량으로 붙여보자.


4. 차양, 블라인드, 커튼

내부에 설치된 밝은 색상의 차양은 유리창의 반사를 효과적으로 감소시키지 못한다. 게다가 특정 각도에서는 존재감이 없다. 블라인드도 같은 이유로 효과가 적지만 확실히 보이거나 부분적으로 열려있는 경우 인식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최근에는 아래와 같은 외부 차양막도 출시되었다.

출처: https://pikeawning.com/sunshades/


5. 필름 혹은 테이프

비용이 조금 소요된다. 하지만 인테리어로써 개인이 붙일 수도 있고, 새 집으로 이사하며 같이 적용할 수 있다. 이전에 대부분의 무늬가 있는 유리창 필름은 사생활 보호나 디자인 요소로만 사용되었다. 그런데 이제 당신의 선의를 밝힐 한가지 이유가 더 생겼다.


조금 오래된 방식으로 '콜리드이스케이프(Collid Escape)'라고 불리는 쓰리엠사의 창문용 타공 그래픽 필름이 있다. 필름에 수많은 작은 구멍이 뚫려있어서 창문 전체를 덮으면 외부에서는 안이 보이지 않지만 안에서는 밖을 볼 수 있다.


미니멀라이프와 조망을 중요시하는 최신 트렌드에 힘입어, 테이프는 더 미적으로 아름답고 적용도 간편하다.

출처:https://www.collidescape.org/abc-birdtape 


이런 UV를 이용해서 새의 눈에만 보이는 투명한 상품도 존재한다. UV랜턴을 사용하면 친구들에게 멋지게 자랑할 수도 있다.

자세히 보면 보이긴 한다.

출처: https://windowalert.com/ 


6. 차양과 돌출부

유리창 앞으로 튀어나온 설치물은 충돌을 감소시킨다. 하지만 이 구조가 반사를 제거하지 못하고 단지 날아가는 새의 시야 위에 있는 유리를 가리는 정도라면 효과는 매우 제한적이다.


7. 자외선 무늬 유리

앞서 소개한 UV기술이 유리에 적용됐다. 새들은 사람은 볼 수 없는 범위의 빛 파장, 자외선을 볼 수 있다. 자외선 반사, 흡수 패턴들은 조류 충돌에 대한 해결책으로 자주 제안되는 방법이다. 하지만 유리의 개발은 기술적인 복잡성으로 매우 더디게 개발중이다.


아놀드 글래스(Arnold glas)에서 출시한 '오니룩스 미카도(Ornilux Mikado)'라는 제품이 있다. 미국에서는 LEED 시험인증 55를 통해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2011년 출시되어 가격은 점점 낮아지고 있으니 한국 도입도 기대해볼만 하다. 이건 정말 사람의 눈에 아무런 것도 보이지 않는다. 홈페이지 설명을 참고하자.

참고 - http://www.ornilux.com/


번역한 원본 자료가 작성된 이후로, 그리고 LEED 인증 55가 도입된 이후로, 미국에서는 더 다양한 회사의 제품들이 미국 조류 관리단(American Bird Conservancy)의 효과인증(TESTED EFFECTIVE) 마크를 달고 출시되고 있다. 글래스프로(GLASPRO)사의 '글래스프로-조류 안전(GlasPRO-Bird Safe)' 제품과 아래 소개할 워커택스쳐스(Walker Textures)의 '아비프로텍 조류친화적 유리(AviProtek Bird Friendly Glass)'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참고 - https://www.glas-pro.com/products/glas-pro-bird-glass/



8. 각진 유리

유리면의 각도에 대한 2004년 클램 연구팀(Klem et al.)에 따르면, 각도가 있는 유리가 더 적은 충돌 사고율을 나타냈다. 그러나 새가 먹이통과 가까운 곳에 있고, 땅과 평행하게 날아간다는 실험의 특정 조건을 만족해야한다는 한계점이 있다. 그리고 각도가 있는 유리가 근처의 식물들을 반사하는 경우가 많아 그렇게 믿을만한 전략은 아니다. 하지만 시사점이 있으니 필요한 경우라면 고려해보자.

출처: Bird-Friendly Building Design 2015 edition


9. 프릿 글래스

프릿 글래스란 건축용 커튼월의 외장 및 내부 인테리어 마감에 많이 쓰이는 유리다. 표면에 액상화된 세라믹 도료를 실크프린트 한 뒤 열처리하여 박리를 막아 강화시킨 인쇄 유리다. 일반 유리보다 3배 이상의 강도를 가지며, 세라믹 도료를 유리층과 결합하여 무늬를 연출한다. 개성있고 세련된 장식으로 많이 사용된다. 제작방식으로 인해 수명이 반영구적인데, 그래서 사생활 보호는 물론 건축물의 조도나 빛투과율의 조절을 위해서도 많이 사용된다. 다양한 패턴으로 제작이 가능하고 단판인쇄, 이중유리, 접합유리, 곡면유리 등 다양한 형태로도 만들어질 수 있는 장점이 많은 건축재료임이 분명하다.


패턴이 안쪽인지 바깥인지에 따라 반사가 어떻게 되는지 다르기 때문에 그리고 패턴의 구조와 밀도도 중요하기 때문에 충돌률 감소는 적용된 프릿글래스마다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제대로 조류친화적으로 적용된다면 그 효과는 매우 크다. 프랭크 게리(Frank Gehry)가 설계한 미국 뉴욕의 인터넷 회사 IAS의 본사 건물이 프릿글래스로 외장을 둘렀는데, 이 건물이 지어진 이후의 조사에서 단 한 건의 조류충돌도 보고되지 않았다.

출처: https://www.newyorkitecture.com/iac-building/ 



10. 불투명 및 광투과 유리

불투명유리, 에칭(식각)유리, 스테인드(염색)유리, 반투명유리, 유리벽돌 등은 충돌을 없애거나 줄이는 좋은 선택지다. 이들은 리모델링이나 신축 등 적용범위도 넓다.


반투명 유리의 경우, 투명유리를 산성용액이나 모래연마 등으로 가공하여 제작한다. 반투명화된 부분은 빛이 투과하긴 하지만 부분부분 투과율이 다르게 되어있기 때문에 다양하게 제작될 수 있다. 모든 표면을 반투명으로 할 수도 부분적인 패턴들을 적용할 수도 있는 것이다. 패턴들이 5 x 10기준을 따른다면 새들이 충돌하는 것을 예방하기에 적합하다.


워커 택스쳐스(Walker Textures)의 제품 아비프로텍 조류친화적 유리(AviProtek Bird Friendly Glass)는 이 기준에 맞춰 출시된 유리 제품군으로 일반 에칭(식각)유리부터 이중구조의 열차단 기능이 있는 에칭(식각유리), 자외선 반사 패턴 적용 유리 등 목적과 예산에 맞춰 적용 가능한 다양한 제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참고 -https://walkerglass.com/products/aviprotek-bird-friendly-glass/



11. 기타

조류충돌 예방을 위한 것은 아니지만, 장식으로써의 유리창 격자틀이나 해충차단을 위한 방충망, 외부의 차양들도 유리의 면적은 줄이고 충돌시 충격을 줄여주기 때문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새들의 이동이 많은 이주, 이소 시기에 닫아놓는다면 큰 도움이 된다.



한국에서는 조류 충돌 예방을 위한 제품개발이 더디기만 하다. 미국에서 유리창과 같은 제품에 변화를 만든 것은 LEED인증의 역할이 크다. 환경 또는 녹색과 관련된 정책이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서는 이런 인증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사회에 영향을 미치고 강제할 수 있는지가 관건일 것이다. 한국은 녹색건축인증제도가 있음에도 인증에 대한 홍보도 제대로 되어있지 않고 미인증에 대한 불이익 혹은 인증에 대한 이익도 매우 작기도 하다.


하지만 한국은 이제 시작이다. 충돌 조류에 대한 조사들이 늘어나고 있고 동물권, 생명권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확장되어 조류의 유리창 충돌에 대한 인식도 늘고있다. 그러니 희망을 버리지 말자. 개인의 생활에서 적용가능한 DIY에서 시작하여 한국의 정책과 제도에도 조류의 보호가 정착되는 결과까지 이어질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간단한 적용법 중에 페인트를 이용한 점 패턴을 앞서 소개했지만 손재주가 부족한 이들을 위해 한국에서도 출시된 제품이 있어 소개한다.

에코샵홀씨에서 판매중인 '피더 프랜들리(feather friendly) 스티커'다. 한 롤에 창문 2~3개를 커버할 수 있다.

참고 - http://www.wholesee.com/goods/goods_viewwhole.php?goodsNo=1009961390


김동윤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야생동물유전자원은행 연구원)

하정문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행동 및 진화생태연구실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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