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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eamcat Nov 06. 2018

5.새들이 죽는다

조류충돌 대상 조사 및 연구소개

남한에는 넓적부리도요, 청다리도요사촌 등 도요류를 비롯하여 가창오리, 황새 등 551종이 서식하고 있다 (새와 생명의 터 조류목록 2018, 나일무어스, 하정문, 서해민). 551종에는 연중 관찰되는 텃새와 동아시아-대양주 비행경로(EAAF, East Asian–Australasian Flyway)를 이용하여 이주하는 철새들이 포함된다. 여름에 찾아오는 새들은 산새 종류가 많으며 겨울에 찾아오는 새들은 물새 종류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모두 중위도 극동아시아 지역에 위치한 한반도의 기후와 지리환경을 터전으로 삼고 있으며 식물의 수분, 병해충 억제, 씨앗 전파 등 생태계 연결고리의 중요한 축을 형성하여 한반도 자연환경 정체성에 기여한다.


한반도에는 대륙과 바다가 접한 넓은 갯벌이 형성돼 있으며 매우 다양한 새들이 관찰된다. 남한보다 2배이상 넓은 오레곤 주에서 내놓은 공식자료(오레곤 조류 기록 위원회 공식목록 2017)가 관찰 조류를 536종으로 기록하고 있음에 비추어 봐도 한반도 남한 지역에서 매우 다양한 새들이 발견된다고 할 수 있겠다. 북한 지역까지 기록범위를 넓힌다면 종다양성은 더 높을 것으로 추정한다. 새들의 종다양성이 높은 이 땅에서 새들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인공시설물에 부딪혀 사고를 당하고 있다.


올 해 들어서 새들의 죽음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했다. 국립생태원에서 충돌예방 책을 발간하고 전시를 진행했으며 언론의 실태조사 보도 등이 이어졌다. 늦은 감이 있지만 아무래도 반가운 사회적 변화임이 분명하다. 최근에는 국립생태원에서 개원 5주년 캠페인으로 '유리벽에 쿵! 새들을 지켜주세요.'을 시작했고, 인천공항에서는 항공기 조류충돌 예방을 위한 관계기관 합동 '야생동물통제관리 협의회'를 발족했다. 조만간 전국 단위의 체계적인 실태조사와 장기적인 누적데이터 축적 사업 등이 시행되기를 기대해 본다.


국립생태원 개원5주년 생태보전캠페인 '유리벽에 쿵! 새들을 지켜주세요'


그런 의미에서 이번 글은 기존에 진행된 연구와 조사 결과 일부를 다룬다. 2015년부터 현재에 이르는 최신 결과들을 미처 소개드리지 못함에 양해를 구한다. 추후에 다루도록 하겠다. 참고자료 조사를 진행한 2014년경에는 국내자료가 정말 찾기 힘들었다. 소개할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2008, 2009년 홍도에서 조사가 이뤄진 '철새 서식환경 개선 연구'

2. 2009, 2010년 조사가 이뤄진 '서울대학교 내 조류의 유리창 충돌에 대한 연구'

3. 2011년 조사가 이뤄진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에서 발생한 조류의 유리창 충돌에 대한 연구'

4. '조류 유리충돌 방지를 위한 디자인 개선방안에 관한 고찰', 2013

5. 시민과학 프로젝트 '네이처링'을 이용한 2018 야생조류 유리창 충돌 조사




1. 홍도 '철새 서식환경 개선 연구'

홍도에서 이뤄진 조사는 동아시아-대양주 철새 경로 중 한반도 서남쪽 관문 역할을 하는 지역에서 진행된 결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연구기간(2008.12.1~2009.11.31) 1년 동안 홍도에서 사고를 당한, 다시말해 구조되거나 사체로 발견된 조류는 총 13목 27과 86종 416개체에 달한다고 한다.


홍도 야경 (사진출처: 신안군 문화관광 홈페이지)

면적 약 6.47 ㎢ 작은 섬 '홍도'에서

발견된 사고를 당한 새,

연간 416마리







그 중 봄철 이동시기(3~5월)에 73%, 가을철 이동시기(9~11월)에 18% 정도가 집중되어 있다. 철새 이동시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결과다. 2009년에 특이한 양상이 아니다. 매년 봄철과 가을철 이동시기에 새들이 당하는 사고가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보고서에서 참고한 이전 조사결과들을 보아도 2005년부터 매년 같은 경향을 보인다.


봄철 이동시기(3~5월)에 집중되는 사고,

73%


자, 이 연구는 유리창 충돌 사고만 다룬 것이 아니다. 사고 원인들을 살펴보자. 45%에 이르는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사고는 '고양이에 의한 포살'이다. 길고양이에 대한 우려를 담아 본 주제와 관계없이 의견을 피력하자면, 야생조류를 많이 죽인다고 해서 그 원흉이 길고양이에게 향해선 안된다. 반려묘를 키우다가 무책임하게 내버리는 인간의 태도가 원흉이며, 반려동물의 교배번식, 입양절차, 입양인 등록 등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사회시스템에 문제가 있다. 길고양이 개체수를 조절하기 위한 중성화 같은 사후조치 등 부차적인 문제들도 있다. 인간이 만들어 낸 문제이고 사회가 뜻을 모아 야생동물, 반려동물, 가축들을 각각의 자리에서 스스로의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숙고한 시스템을 만들 때다. 다시 돌아가서, 2위를 차지한 사고원인은 다름아닌 '인공구조물에 의한 충돌'이다. 약 20% 비중을 차지한다. 탈진이나 천적에 의한 포살 등 자연적인 원인도 일부 있으며, 기름오염에 의한 사고도 3%를 차지한다.


조류 사고원인 2위, 인공구조물 충돌


충돌사고를 당한 조류는 어떤 새들이 있을까. 첫번째는 '흰배지빠귀', 두번째는 '호랑지빠귀'와 '동박새', 세번째는 '곤줄박이'이며, '노랑턱멧새', '쇠붉은뺨멧새' 순이다.

홍도에서 발견된 '검은바람까마귀' (사진: 하정문)

 



2, 3. '서울대학교 내 조류의 유리창 충돌에 대한 연구'와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에서 발생한 조류의 유리창 충돌에 대한 연구'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에서 이뤄진 조사는 한 데 묶어 소개한다. 서울시내 도심지에서 이뤄진 조사라는 데에 의미가 있는 자료다. 대학연합단체, '야생조류연구회'의 서울대학교 학생들이 진행했다.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에서 총 93종의 조류가 관찰됐다. 텃새43%, 여름철새 37%, 겨울철새 20%, 나그네새 20%, 길 잃은 새 2%(까막딱다구리, 큰재개구마리, 검은목지빠귀 등)로 다채로운 구성의 새들이 서식한다고 확인된다. 관악산과 맞닿은 자연조건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고서는 밝히고 있다. 유리창 충돌 사고 조류는 2009년 13종 46개체, 2010년 15종 50개체, 2011년 48개체 (종수는 확인불가)가 확인됐고, 2007년부터 2011년의 총 합계는 33종 196개체.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 2011년 당시 124개 건물 중 20개 건물을 대상(2009, 2010년은 5개 건물)으로 진행한 표본 조사임을 참고하자.


본 조사에서 흥미로운 점은 건물 유형을 분류하여 건물 높이, 유리창 면적, 수목 비율 등을 고려하여 결과를 도출한 점이다. 결과에 따르면, 가장 중요한 요소는 역시 유리창 비율이다. 건물 높이나 너비 등 크기는 조류충돌에 중요치 않았다. 유리창이 많고, 반사되는 초목의 비율이 높으면 조류 충돌 개체수가 많았다고 한다.


조류 충돌의 절대적 상관관계,

초목이 반사되는 유리창 비율


어떤 새들이 주로 충돌 사고를 당하는지도 조사됐다. 첫번째는 '호랑지빠귀', 두번째는 '흰배지빠귀', 세번째는 '흰눈썹지빠귀', 그리고 '되지빠귀', '큰유리새', '박새', '노랑딱새' 순이다. '지빠귀'류의 사고 비율은 58~72%에 이를 정도로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봄철 이동기간 조류충돌사고의 증가와 지빠귀류 관찰빈도 사이에 유의미한 관련성이 있을 정도다. 앞선 홍도 조사결과와 마찬가지로 서울대 관악캠퍼스에서도 봄철 이동시기에 가장 많은 사고가 관찰됐고, '지빠귀류'가 가장 높은 사고비율을 차지한 것도 공통점.


유리창 충돌의 가장 큰 피해조류 (72%),

지빠귀류

서울대학교 내 건물유리창에 부딪힌 '호랑지빠귀' (사진: 하정문)


4. 조류 유리충돌 방지를 위한 디자인 개선방안에 관한 고찰

우리가 기본자료(원문)로 삼고 있는 American Bird Conservancy가 발간한 '조류친화적 건축디자인(Bird-Friendly Building Disign)' 내용들을 주되게 번역, 발췌했다. 그러므로 이외에 사례조사된 내용을 중심으로 소개한다. 1995~1997년, 캐나다 캘거리의 도시 중심부에서 캘거리 조류협회가 진행한 '유리창 충돌로 인한 조류 사망사고 조사'에서는 연평균 137마리, 총 411마리가 관찰됐다. 그 중 약 78%가 낮 동안 초목이 반사되는 유리창에 부딪혀 운명을 달리했다. 이 조사도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 사례와 마찬가지로 표본조사 형식으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실제 사고 사망 개체는 더 많을 것이다. 또 다른 사례로, 캐나다 토론토는 세계 최초로 조류의 건물충돌을 방지하는 디자인 지침을 채택하여 정책적으로 시행한 정부기관이다. '세계 최초'나 '국내 최초' 등 '최초'에 목 매다는 우리네 사회가 이런 '최초'에 관심을 가지길 희망한다.


유리창에 부딪힌 조류의 수의학적 사망원인에 대해서도 다뤘다. 벨트리와 클렘(Veltri&Klem) 2009년 연구에 따르면, 새들은 주로 두개골 함몰, 안구손상, 뼈가 피부 밖으로 드러나는 날개 개방성 골절 등의 중상을 입고, 50~90%가 내부 출혈(internal hemorrhanging)로 사망한다고 한다. 충돌 후 6~8시간 이내에 뇌 부종을 줄이는 치료가 적절히 진행되면 생명을 구할 확률이 높다고 밝히기도 했다. 조류에게 출혈은 인간보다 매우 위험하다. 심장박동수가 인간에 비해 3배 이상 빠르고 혈압도 높기 때문인데, 이로 인해 충돌사고가 나면 지혈이 잘 되지 않아 사망에 이르거나 치료 후에도 자연복귀가 어렵다고 한다. (김선호, 2012)


논문은 건축사례도 몇 가지 다룬다. 필자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건축가, 렌조 피아노(Renzo Piano)의 사례도 다루고 있어 간략히 소개한다. 렌조 피아노는 친환경 건물로 유명한데, 그저 탄소저감에 집중한 녹색건물이 아닌 신기술과 주변 자연환경을 고려한 전정한 자연친화적 건축을 위해 노력했다. 논문에서는 '뉴욕타임즈' 사옥을 소개한다. 조명과 냉방도 에너지 소비를 줄였고, 건물 전면에 세라믹튜브를 커튼월에서 50센티 떨어뜨려 11센티 간격으로 설치함으로써 전면에 노출되는 유리면적을 줄여 조류충돌사고도 줄이고자 했다. '캘리포니아 과학아카데미'도 이 건축가의 작품인데, 태양광 패널로 차양을 대신하여 총 소비전력의 20%를 대체하고 건축시 기존 건물 철거자재를 90%나 재사용했으며 녹색지붕의 발전된 형태인 '살아있는 지붕'을 도입했다. 이 지붕은 녹색지붕이 가진 열차단 기능에 더해 170만 종의 식물이 서식하고 연간 1,400만 리터의 빗물을 재사용하면서 자연채광과 지능적인 환기, 온도조절 기능을 갖고 있다.

캘리포니아 과학아카데미 '살아있는 지붕' (사진: 픽사베이)

5. 시민과학 프로젝트 '네이처링'을 이용한 2018 야생조류 유리창 충돌 조사

'네이처링'은 온라인 기반 자연활동 공유 플랫폼이다. 전문가가 아니어도 관심이 있는 누구나 홈페이지나 모바일에서 참여하고 검색하는 것이 가능하다. 집단 지성의 가능성을 볼 수 있기도 하다. 최근 '네이처링'에서는 '야생동물 유리창 충돌 조사'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아직 일 년이 채 안된, 2018년 7월 12일에 개설된 프로젝트인데, 2018년 11월 5일 현재 120여 명이 참여했고 1,192개의 관찰기록이 집계됐다. 아마도 첫 전국단위 규모의 조류충돌 조사이지 않을까 조심스레 추측해 본다.


네이쳐링 야생조류 유리창 충돌 조사 페이지 (바로가기)

네이처링 '야생조류 유리창 출동' 미션페이지 (이미지: 페이지 캡처)


10월 19일, 석달 간의 중간 결과가 나왔다. 65종 1,216마리가 확인됐다. 관찰기록 중에는 함께 날다가 같이 생을 달리한 복수 개체가 관찰된 사례가 있어 관찰기록보다 확인된 개체수가 많아졌다. 조사는 투명 유리 방음벽에서 다수 이뤄졌고 주거지나 상업시설 주변에서 관찰되기도 했다. 사람의 왕래가 잦은 주거지 인근에서는 새들이 충돌했거나 충돌해 죽은지 얼마 안되어 발견되고 치워지는 반면, 유리 방음벽 인근은 죽은지 오래되어 백골화되거나 부패되어 형태를 알아볼 수 없는 개체들이 많았다. 이런 이유로 동정불가 개체 비율이 41%에 달한다.


어떤 새들이 유리창 충돌의 피해동물이 됐나. 우선 여름부터 가을 이동시기 초입까지 조사된 중간 집계이기에 텃새들의 사고비율이 어떻게 나타나는지 경향을 볼 수 있다. 가장 많이 사고를 당한 새는 참새, 두번째는 물까치, 세번째 멧비둘기, 붉은머리오목눈이, 박새, 물총새 순이다. 9번째가 되지빠귀고 11번째가 호랑지빠귀로 지빠귀류는 이 조사에서도 꽤 높은 비율을 보였다.



공포소설도 전쟁소설도 아닌데, 조사마다 수 백 마리 새들이 죽어서 발견된다. 이 짧은 글에서 다룬 유리창 충돌로 죽은 새들만 2천 마리다. 지금도 전세계에서 매일 수백, 수천 마리의 새들이 유리창에 부딪혀 기절하거나 죽음을 맞는다. 투명 유리 방음벽에 조치를 취해야 한다. 최근 커진 건물규모에 유리외장과 녹지를 많이 적용한 각종 관공서, 공공기관 사옥들에도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 정책적, 법규적으로 조류친화적이고 생태친화적인 건축을 권장(마음 속 깊이, '강제')하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한다. 다음 편에서는 가장 많이 유리창 충돌사고를 겪는 새라고 밝혀진 몇몇 종들과 특징을 알아보려고 한다.

국민대에서 발견된 충돌한 직박구리 (사진: 하정문)


* 이 글의 자료를 공유해 준 서울대 야생조류연구회 학생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서울대학교 내 조류의 유리창 충돌에 대한 연구, 2010
(김보람, 김시연, 강지문, 지도교수: 이광범, 대학원도우미: 이광문)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에서 발생한 조류의 유리창 충돌에 대한 연구, 2011

(김한규, 강지문, 신수영, 지도교수: 이광범, 대학원도우미: 박성진)


*참고자료 출처

'철새 서식환경 개선 연구', 빙기창, 국립공원연구원 조류 조사/연구결과 보고서, 2009, pp.141-169

'조류 유리충돌 방지를 위한 디자인 개선방안에 관한 고찰', 이형숙, 한국농촌건축학회논문집 v.15 n.1, 2013

'시민과학 프로젝트 '네이처링'을 이용한 2018 야생조류 유리창 충돌 조사', 개설자: 김영준, 개설일: 2018.7.12, 미션기간: 2018.7.12 ~ 진행중


커버사진 출처: 야생조류 유리창 충돌 페이스북 그룹: 조성식, 유영남, 김홍비, 김영준 작.


야생동물의 문제를 밝히고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하시는 선생님들과 관심으로 활동하시는 모든 분들께도 존경을 담아 항상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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